14년 4개월, 서로의 민낯을 마주하기에 차고도 넘쳤던 시간
2007년 3월.
검정 힐 신고 심호흡 크게 하고 또각또각 들어섰던 문.
그 안에서 열네 번의 사계절을 겪고
새로운 봄과 여름을 보냈다.
참 많이 울고, 또 웃었다.
회사가 인생의 전부인 양 동료의 인정이 메달인 양
어떤 날은 신이 나서 어떤 날은 풀이 죽어서
들어오고 나갔다.
1년 반.
다시는 들어오지 않겠다며 나섰던 회전문을
더 이상 감정의 큰 파도 없이
나는 모릅니다. 오늘도 당신이 지켜주십시오.
끈질기게 매달리는 기도하며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의 각오로 드나들 만큼
꽤 단단해졌다.
박수받으며 퇴사하고 싶다며
기도하고 비장하게 각오하며 돌아온 문을
부서분들과 동료들의 아쉬움과 격려의 말들 가득 머금고
행복하고 감사하고 한편은 미안한 마음으로 나섰다.
회사가 한 인물로 존재했다면
나는 하루에도 그와 수십 번 사이가
좋다가 미워했다가 원망했다가
결국은 다시 화해했을 거다.
서운한 순간만큼은 죽도록 미웠는데
14년 하고 4개월의 시간을 돌아보니, 고마웠다.
잘 배우고 잘 누리다 간다.
퇴사 메일로 내 소식을 접하신 존경하는 수석님은
메일에 남긴 내 번호로 지체 없이 문자를 주셨다.
잘 들어가라고 얼굴 보고 인사 못해 아쉽다는
친한 언니와 짧은 통화를 끊으며
아, 나 진짜 이렇게 따뜻한 곳에서 호흡했지.
다시금 깨닫고, 감사했다.
나의 사랑 동기 친구랑
회사에서의 마지막 사진 남기는데
우리 너무 웃었네? 하며
히히 호호 인사하고 한 달 뒤 랩업 미팅 잡고 헤어졌다.
이 곳에서의 모든 인연들께 감사하다.
서로 잘 성장하고 성공하다가
머지않은 시간에 좋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길!
덧, 스물여덟부터 나의 야근 퇴근길을 책임져 준
남편에게도 너무 고맙더라.
현 직장에서의 절반이 넘는 기간 동안 나와 함께 한 사람.
주말엔 친정 엄마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회사는 가고 가족이 남는구나.
그리고 누구보다 하나님, 저의 한숨 같은 기도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