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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카포 Jun 15. 2021

잘 있어, 내 첫 직장.

14년 4개월, 서로의 민낯을 마주하기에 차고도 넘쳤던 시간

2007년 3월.

검정 힐 신고 심호흡 크게 하고 또각또각 들어섰던 문.

그 안에서 열네 번의 사계절을 겪고

새로운 봄과 여름을 보냈다.

참 많이 울고, 또 웃었다.


회사가 인생의 전부인 양 동료의 인정이 메달인 양

어떤 날은 신이 나서 어떤 날은 풀이 죽어서

들어오고 나갔다.

1년 반.

다시는 들어오지 않겠다며 나섰던 회전문을

더 이상 감정의 큰 파도 없이

나는 모릅니다. 오늘도 당신이 지켜주십시오.

끈질기게 매달리는 기도하며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의 각오로 드나들 만큼

꽤 단단해졌다.


박수받으며 퇴사하고 싶다며

기도하고 비장하게 각오하며 돌아온 문을

부서분들과 동료들의 아쉬움과 격려의 말들 가득 머금고

행복하고 감사하고 한편은 미안한 마음으로 나섰다.

잊지 못할 에피소드를 남겨준 부서분들의 선물 ㅎㅎ

회사가 한 인물로 존재했다면

나는 하루에도 그와 수십 번 사이가

좋다가 미워했다가 원망했다가

결국은 다시 화해했을 거다.


서운한 순간만큼은 죽도록 미웠는데

14년 하고 4개월의 시간을 돌아보니, 고마웠다.

잘 배우고 잘 누리다 간다.


퇴사 메일로 내 소식을 접하신 존경하는 수석님은

메일에 남긴 내 번호로 지체 없이 문자를 주셨다.

잘 들어가라고 얼굴 보고 인사 못해 아쉽다는

친한 언니와 짧은 통화를 끊으며

아, 나 진짜 이렇게 따뜻한 곳에서 호흡했지.

다시금 깨닫고, 감사했다.


나의 사랑 동기 친구랑

회사에서의 마지막 사진 남기는데

우리 너무 웃었네? 하며

히히 호호 인사하고 한 달 뒤 랩업 미팅 잡고 헤어졌다.


이 곳에서의 모든 인연들께 감사하다.

서로 잘 성장하고 성공하다가

머지않은 시간에 좋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길!

덧, 스물여덟부터 나의 야근 퇴근길을 책임져 준 

남편에게도 너무 고맙더라.

현 직장에서의 절반이 넘는 기간 동안 나와 함께 한 사람.

주말엔 친정 엄마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회사는 가고 가족이 남는구나.


그리고 누구보다 하나님, 저의 한숨 같은 기도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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