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 내게는 반복해도 지겹지 않은 일. 괴테의 문장 하나를 오늘자 마음의 비타민C로 복용해본다.
나는 세상이 주는
온갖 기쁨만 누리는 것보다
스스로 선택한 괴로움을
하나하나 이겨내는
하루를 보내겠습니다.
_ 괴테
매달 갓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도서를 한 권 구입한다. 2월은 어떤 책을 나에게 선물할까 고심하다가 김종원 작가의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를 골랐다.
김종원 작가 이 분은 좀 괴짜다. 본인은 3시간 수면으로 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려서 3시간만 자고 글을 쓴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매일 원고지 50매 분량의 글을 쓴다고 한다. A4용지 6장 반 분량이다. 20년간 100권이 넘는 책을 출간했고 출간 도서 누적 판매량이 100만 부에 이른다고. (부럽도다)
또 책의 내용을 보면 요즘은 1년에 괴테의 책 딱 한 권만 반복해서 읽고 사색하며 글을 쓴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번에 나온 책도 괴테의 책을 읽고 또 읽고 사색하며 쓴 결과물.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말을 남긴 괴테도 사는 내내 방황을 거듭했습니다. 더 나은 자신을 원했기 때문에 늘 불안하고 힘든 나날을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도 역시 이런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 행복하시겠습니다"
저도 간혹 주변에서 같은 말을 듣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그 말하는 사람이 실제로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해본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표현입니다. '좋아하는'과 '일', 그리고 '행복'은 서로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좋아하는 건 일이 될 수 없으며, 행복도 일을 하면서 느끼기 힘든 감정입니다. 세상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까지 느끼는 판타지와 같은 인생은 거의 찾아오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그런 삶은 만화에서도 나오지 않죠.
괴테는 사는 내내 불안한 감정을 기분 좋게 즐겼습니다. 어제보다 오늘 좀 더 나아지려면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살기 위해서는 힘들어도 해야 하고, 주변에서 떠드는 워라밸은 생각하지 않아야 하며, 폼 나지 않는 하루하루를 꾸준히 반복해야 합니다. 서로 너무 떨어진 이 세 단어가 함께 있는 한마디 말의 실체를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깨닫는다면, 당신은 조금 더 빨리 자신의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김종원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274-275p
유명한 작가들의 삶을 동경해 왔다. 글을 쓰고, 그게 책이 되어 출판이 되고, 생계도 해결이 되니까. 근데 사람 사는 게 별거 있겠나. 유명한 작가들도 글 쓰는 게 곧 일이니 다 고충이 있고 스트레스가 있겠지.
"좋아하는 일을 하니 행복하시겠습니다" 내가 한 번쯤 묻고 싶은 말이었는데, 아주 사이다처럼 그에 대한 답을 써줘서 좋았다. 별거 없다고. 폼 나지 않은 하루하루를 반복하는 것뿐이라고. 세상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까지 계속 느끼는 판타지 같은 인생은 없다고.
겉으로 보기에 백조가 우아하게 호수 위를 유영하는 것 같지만, 실은 수면 밑에선 허벌나게 헤엄을 치고 있지 않나. 그러니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그걸 지탱하는 무수한 인고와 반복의 시간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스스로 선택할 괴로움은 무엇인가? 내면의 깊은 성취감과 뿌듯함은 내가 주도적으로, 끈덕지게 매달려서, 꾸준히 반복해서 기울인 노력에 어떤 결과가 따를 때 온다. 세상만사 모든 게 결국 깊게 들어가면 '괴로움'이 따라오기 마련.
그렇다면 나는 어떤 괴로움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매달려볼지 질문을 던졌던, 오늘의 내용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