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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란 Dec 12. 2021

새로 들어온 변호사님이 저보다 어린데요...

변호사와 직원의 관계, 법률사무원의 업무환경 3!

근데 힘든 건 똑같아요

    사법고시가 폐지되고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터라 변호사를 채용하게 되면 이제는 사시출신변호사보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훨씬 많이 보인다(당연한 일이겠지만). 한 번은 새로 변호사를 뽑게 되면서 지원한 변호사님들 이력서를 본 적이 있었는데 나보다 어린 사람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쓰니가 나이를 먹은 탓도 있지만 이전에 생각한 변호사의 중후하고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이미지는 이제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특히나 여자의 경우 대학교 졸업 후 바로 로스쿨에 들어가서 변시를 한 번에 합격하면 20대 중후반에 바로 변호사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쓰니는 올해로 서른 살이 되었는데 남자변호사 중에서도 작가보다 젊은 사람이 더러 있었고, 여자변호사의 경우 대부분이 나이가 어렸다.


    여담으로 이야기하자면 되지도 않는 괜한 나이 부심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쓰니 본인이 위 문단에서 설명한 나이 어린 상사의 표본이었기 때문이다. 쓰니의 경우 20살 6월에 바로 부사관으로 입대해서 주변 동기들 중 제일 어렸으며, 부대로 전입을 간 이후에도 약 1년간을 니가 왜 스무 살이냐는 갈굼으로 먹고살아야 했다. 대략 2년이 지난 후에야 동갑인 후배들이 들어왔고 그전의 후배들 대부분은 쓰니보다 나이가 많았다. 일례로 한 달 차이나는 맞후임은 2살이나 많았다. 이후에도 이런 일은 지속되었지만 본인이 크게 신경 안 쓰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1 ~ 2년 차이나는 후배들의 경우 친구(형)처럼 지내게 되어서 오히려 개그의 소재로 쓰이고는 했다. 그러니 군대에서나 사회에서나 그런 나이 부심을 부릴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당신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이부심 부리면 혼남

    변호사 사무실의 직원 관계를 나름 풀어서 이야기하면 대표변호사님을 제외한 소속 변호사님과 직원 사이는 장교와 부사관 사이 같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같이 일하는 사이이나 속에 무언가 어색함이 감돈다. 특히나 자존심이나 텃세가 있는 곳이면 더하고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싸우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물론 쓰니가 다니는 사무실에 경우 그런 일은 없었고 지금 계신 변호사님하고 사이도 좋아서 그럴 일이 없을 거라 자부하지만 실땅님이나 대리님께 전에 일하던 사무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사무실이 정말 좋은 곳이구나 할 정도로 막장인 곳이 많다. 사무실 자랑 같지만 지금까지 소속 변호사로 일했던 분들도 크게 모나거나 치이는 것 없이 일했고 직원들 모두 성격이 좋아서 아마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제발).

지금 있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사실 다들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제발)

    변호사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변호사는 크게 파트너 변호사(별산)소속 변호사(사무실에서 근무하는)가 같이 있다. 파트너 변호사는 사무실을 공유로 사용하면서 직원을 두거나 아니면 사무실 직원을 공유해서 사용하는 일종의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은 변호사이고, 소속 변호사는 말 그대로 회사 소속에 근무하는 변호사이다. 소속 변호사라면 모를까 파트너 변호사들 같은 경우 위치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특히나 그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 같은 경우는 더 애매하다. 생각해보자. 내가 회사에 출근을 했는데 사무실에 같이 있는 사람들은 다 같은 직원이 아니다. 사무실 대표가 나왔는데 내 대표는 아니다. 군대로 치면 파견 나온 부사관 위치이다. 무엇보다 회사 규모가 큰 경우 파트너 변호사가 더 많은 경우도 있는데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도 나온다고 한다. 일전에 사무실이 이사하기 전에는 다른 사무실을 공유해서 우리가 파트너 변호사인 채로 사무실을 사용했는데 사무실에 근무하는 변호사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인사하다가 시간이 다 가는 경우도 있었다.

덕분에 허리가 유연해졌다.

    또 의외로 깜짝 놀란 것 중 하나는 변호사 체계라고 해야 할까 변호사 사회라고 해야 할까 그런 부분이 생각보다 매우 약하다는 것이다(!) 군대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 그런지 변호사들은 서열이나 기수를 굉장히 많이 따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런 것들을 신경 안 쓰고 본인 일만 하는 경우가 많다. 뭐랄까 사시 따로. 로스쿨 따로 그런 문화나 위계질서 꽉 잡힌 것 없이 그냥 회사 사람 말고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일례로 지금 쓰니가 일하는 사무실에서 판사 출신 변호사님이 고문변호사 겸 파트너 변호사로 계신데 대표변호사님들보다 연차가 높은 사시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생각(쓰니의 착각)으로는 인사를 조금 더 빡세게 하거나 방에 찾아가고 그런 일이 있을 줄 알았는데 서로 마주칠 때 말고는 있는지 없는지 신경을 안 쓴다(사실 있어도 신경을 안 쓴다). 고문변호사님의 경우 사무직원을 따로 두지 않고 사모님과 함께 일하고 계신데 사모님이 출근을 안 해서 일손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로 인사만 한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꼰대 기질이 남아있어 지나가는 변호사님들마다 인사하고 안 하면 왠지 혼날까 봐 불안해하고 그런 일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라는 마음으로 흘러가듯이 지내고 있다. 꼰대도 무섭지만 세월이 더 무서운 법이다.

그래도 마음은 아직 아이처럼 순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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