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차리기

나를 돌아보는 시간

by 로지

내 안에 왜 이렇게 분노가 가득할까? 원래 화가 이렇게 많은 사람이었던가? 최근 풀리지 않는 의문을 품은 채 폭발하는 듯한 분노를 간신히 달래 가며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유가 뭘까? 모든 것이 나의 마음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


'지금부터 한 시간 동안 책을 읽을 거야.' 마음먹고 앉으면 5분도 지나지 않아 "엄마~" 소리가 들려온다. 가끔은 무시하기도 하고, 가끔은 받아주기도 하지만 짜증 마일리지가 쌓인다. 흐름이 끊어졌으니 다시 마음을 먹는다. '애가 같이 있는데, 당연한 거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마음은 당연하지 않다. 짜증이 난다.

'오늘은 이런 글을 써야겠어.' 마음먹고 앉은 지 3분 만에 "엄마~"가 또 들려온다. "이거 어떻게 푸는 거예요?" 화를 누그러뜨리고 알려주고 나면 "엄마! 10 - 0=???" 다시 마일리지가 쌓이는 소리가 들린다. 얼마나 참을 수 있을까?




한 학기가 거의 끝이 났다. 아이는 정확히 열한 번 학교를 다녀왔고, 다음 주 한 번을 더 다녀오면 방학이다.(정말 젠장 소리가 절로 나온다.) 여전히 일찍 일어나는 건 학교 가는 날만 가능하고(온갖 잔소리로 점철된 하루다) 나머지 날들은 무한정 지루하게 소소하고 의미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태로 보내고 있다.


이기적 이게도 아이 학습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걱정되지 않으나 내가 충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진 것에는 화가 난다. 이를 방지하고자 새벽에 일어나 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포기한 상태다. 항상 모든 것을 만족하는 삶은 없다는데... 대체 나는 무엇을 버릴 수 있는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시기임은 분명해 보인다. 언제까지 분노로 가득 차서 모두가 불행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리프레쉬 기간은 시간적으로 조금 여유롭다. 아니 '글을 써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없으니 조금 더 여유롭게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마음은 전혀 여유롭지 않다. 리프레쉬인 만큼 여유롭게 하고 싶은 일이 또 생기는 것이다. '아, 이 책 조금 더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한 공부도 더 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하고 싶었던 것은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리프레쉬라고 달라지는 게 없으니, 집중이 허락되지 않는 환경을 탓하고 말게 된다. 결국 힘없는 아이에게 또 분풀이를 하고 만다. (오늘은 좀 받아주자 했더니 여기까지 쓰는 동안 '엄마'를 서른네 번 불렀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몇 번을 이야기하고 인지하려 노력하지만 그래도 바뀌는 게 없는 현실에 자꾸만 화가 나는 걸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금 내려놓고 무언가를 더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 새벽 집중의 시간을 고수하고자 하면 결국 수면 시간을 줄여야 한다. 하고자 하는 것들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까짓 책 한 줄 덜 읽는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는 건지.


낮 시간에 집중을 하려면 아이를 완전히 배제하는 어떤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방치인지 방임인지 혹은 학대 인지도 모를 환경이다. 과연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것인가? 당당하게 예스라고 말할 수 없으니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포기도 못하고 화만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Photo by Darius Bashar on Unsplash


우선은 알아채야 한다. 지금 내가 화가 나는 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 때문이다. 아이 때문이 아니다. 지금 글을 쓰다가도 수십 번씩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아이는 당연한 거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 번도 규칙적인 생활을 시간표대로 지내본 적이 없는 여덟 살이 갑작스럽게 집에 방치되었다. 엄마에게 요구사항이 많아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 않는가.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들까.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딱 한 시간만 집중할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다른 한 편으로는 그럼에도 환경을 만들고 조금씩 방치인지 학대인지 헷갈리는 상황을 만들어서라도 나도 무언가 남는 게 있는 것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그게 포기가 안 되니 환경 설정을 하고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이다.


2+8=?처럼 정답이 있는 삶이 아니기에 늘 고민하고 늘 후회하는 것이 인생이라 그랬던가. 아이를 키워봐야 사람이 된다고 했던가. 그런 말들이 왜 생겨나는지 알 것도 같은 요즘이다. 누가 이게 정답이야. 결정해주면 좋겠다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막상 '지금은 아이에게 집중하는 것이 맞잖아!' 라며 정해준다고 그대로 살 자신도 없으면서 말이다.


흐름이 끊어져도 이어갈 내공이 있으면 될까? 글도 쓰고 있고, 책도 읽었지만 하나도 머리에 남은 것 같지 않은 이 상황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될까? 하아. 엄마라는 직업은 여느 직업보다 번뇌가 들끓는 직업인 듯하다. 오늘은 알아차리는 걸로 만족하자. 알아차렸으니 다시 또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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