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답지 못했어.

내가 이러고도 어른인가....

by 로지

아이들을 데리고 실내 놀이터를 다녀왔다. 초등학교 3, 4학년 정도로 보이는 아이와 시비(?)가 붙고 왔다. 기분이 뭐랄까... 참담하다고 해야 하나? 내가 이러고도 어른인가 싶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그런 상황에서 어른답게 처신하는 것은 어떤 것이었는지 글을 쓰면서 찬찬히 돌아보려 한다.


요약하면 어른인 내가 보호자 없이 놀고 있는 아이를 핍박한 것이 되었다. 나의 의도가 무엇이었건, 곁에 자신의 편이 되어줄 엄마가 없는 아이는 어른인 나의 태도가 고압적이고 위협적으로 느껴졌다는 거다. (미리 설명하자면 업체 관계자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상황은 오해 없이 잘 마무리가 되었다.)




나는 아이들이 버릇없이 구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그 단호함 덕분에 제법 무서운 엄마가 되었다. 평소에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다 보니 다른 집 아이지만 버릇없이 대드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음이 분명하다. 상황이 어찌 되었건 내가 가진 태도가 반영되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아이는 부당하다고 느꼈으니 어른이고 아줌마고 모르겠고, 일단 소리를 지르고 버티고 있었던 것이고, 억울해 죽겠으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던 것이리라.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났으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 조각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버릇없는 아이의 기준은 뭘까? 버릇이 좀 나쁘면 안 되는 걸까? 저 아이는 저런 성향의 아이인가 보다 하고 어른답게 넘어갔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글을 쓰면서 물음을 적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니 깨달아지는 것이 있다. 아이의 성향을 인정했다면 상황이 달라졌겠구나!


사람들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많이 겪었다고 생각했다. 몇 달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곳에 있으면서 그 다양성에 대한 생각이 더욱 깊어졌다. '세상에 틀린 것은 없다. 정말 모두가 다 다르구나'를 많이 알게 되었고 인정하는 폭도 넓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양성의 폭이 아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손해나 부당함을 용납하지 못하는 류의 사람들이 있다. 보기에 조금 과하다 싶긴 해도 그런 류의 사람인가 보다 했었다. 그들의 삶의 기준이 있으니 존중하는 것이 맞다 생각했다. 다만, 그런 아이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래, 내가 어른답지 못했다!


돌아보니 소리 지르고 자리를 지키고 서서 우는 아이를 보면서 달래기보다는 그렇게 구는 건 안 된다고 바로 잡아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아이에게 '어, 아줌마가 미안해.' 한 마디만 했으면 넘어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걸 이제야 깨닫는다. 깨달았지만 솔직히 다시 돌아가도 내가 사과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말이다.)

이해하지 못하고 당시에는 대체 뭘 어쩌라는 건가 싶은 생각만 들었다. 그저 어이없다고만 여겼다. 내게 사과를 받고 싶은 거라는 건 상상도 못 했다. 내 입장에서야 당연히 아이의 위험한 행동으로 생긴 일이니 말이다. (당연하단다. 어른이 애를 상대로....) 그 순간 '어른이니까 아이에게 바르게 알려줘야 해'하는 태도를 버렸다면 조금 객관적으로 보였을까?






Photo by Jackson Simmer on Unsplash



아이들을 자기 의견은 말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다. 부당함에 맞서서 손해보고 살지 않았으면 했다. 물론 내가 키우고 있는 아이들 성향이 그쪽이 아니다 보니 더욱 그걸 크게 바라는 걸 수도 있다. 나는 나름대로 그럴 수 있도록 장려하며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닌 것 같다.


동정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 순진해서 남에게 쉽게 이용당하는 사람은 자신의 공격성을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제한하기 때문에 자신을 지키는 데 필요한 정의로운 분노마저 표출하지 못한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p.51


어제 일을 겪고 돌아보니 아이에게 양 극단의 모든 점을 갖추라고 강요했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어느 쪽도 지지하지 못하고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온갖 제약을 다 걸어놓고 '말을 하라고 왜 말을 못 하고 주눅 들어있느냐'라고 더욱 다그쳤다. 깨닫고 보니 아이 말처럼 참 나쁜 엄마다.


천성적으로 자기희생적 성향이 강하고 분쟁을 피하고 보는 아이다. 그러면서도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이유로 아이의 모든 말을 막아버렸다. 일종의 억압을 했던 셈이다. 아직 적절함이라는 기준을 찾지 못하는 아이 입장에서는 이렇게 해도 혼나고 저렇게 해도 잔소리를 듣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겠다.




내 아이는 나가서 손해 보는 상황에 놓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예의는 갖추고 버릇없이 굴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건 다 가졌으면 하는 부모 마음이야 어쩔 수 없는 거라지만, 상반된 모든 성향을 다 가지길 바랬으니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엄마다.

옳고 그르다는 건 없다는 세상을 받아들이기에 나이 마흔은 아직 너무 어린 나이인 걸까? 어떤 성향이든 장점이 있음을 봐주기엔 아직 시야가 너무 좁음을 인정해야겠다. 10살 남짓한 아이 하나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내 양육관까지 헤집고 뒤집어 보아야 상황이 파악된다. 이렇게 글이라도 써서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제야 소화를 해서 모자라다고 해야 할지. 부끄럽지만 이것 또한 내 모습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읽으시는 분들도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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