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갈 수 있긴 한가요??
아이를 키운다는 건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을 자꾸 떠올려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내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전달 사항이 있으면 선생님이 프린트된 종이를 나눠주셨다. 그 외 준비물과 필요한 사항은 직접 '알림장'에다 썼다. 저학년은 준비물을 선생님이 칠판에 적어주시면 보고 베낄 수라도 있지만(그마저도 느린 아이들은 꼭 놓쳤다), 고학년이 되고부터는 필요한 것들을 제때 적지 못해 빠뜨리기도 하고, 친구랑 비교하며 부족한 사항들을 채우기도 했었다. 그 시절만 떠올리며 아이가 학교 가기 전에 한글을 모르면 준비물도 못 적어 올까 봐 걱정하기도 했다.
그런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이 요즘은 학교에서 앱으로 알림장을 보내주니 빠뜨릴 것도 틀릴 것도 없다. 대신 요즘처럼 변수가 많은 때에는 하루에도 몇 개씩 알람이 오니 정신없기도 하고 때로는 좀 귀찮다. 어찌 되었건 이 좋은 세상에 알림장 때문에 한글 공부를 시킬 생각을 했으니 시대에 뒤쳐져도 너무 뒤처진 엄마가 아닌가 싶다.
며칠 전. 이제는 학교를 더욱 많이 갈 가능성을 배제하고 행정처리를 하기로 한 것인지 2학기에는 ZOOM으로 쌍방향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알림장이 왔다. 그를 위해 가정에서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핸드폰을 이용하여 시험 수업이 가능하도록 미리 준비를 해 달라는 당부가 왔다. 각 학년별 스케줄도 전해진다. 이대로 학교는 허울만 남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무겁다.
물론 학교를 아예 안 가는 건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등교를 하기는 한다. 학교 가는 날 알림장에 빠지지 않는 준비물이 하나 있는데, 그건 읽을 책 한 권이다. 일찍 등교를 했거나, 여가 시간(거리두기를 위해 공식적으로 쉬는 시간이 없다.)이나 식사 준비시간 등을 이용한 책 읽는 시간이 따로 있는지 꼭 읽을 책을 한 권 보내라고 한다. 집에 있는 그림책은 크기도 크고 글밥도 별로 없어 이 시간에 읽기엔 적절하지 않아 새로운 책을 몇 권 구입을 했다. 핑계 삼아 직접 서점에 가서 사다 준 책이 바로 <가방 들어주는 아이>다.
이 책이 왜 눈에 뜨였는지는 읽으면서 알았다. 고정욱 작가는 오래전 문예창작 공부를 할 때 즐겨 읽던 동화책을 쓰신 분이시다. (이렇게 무의식이 무섭다. 정말 이끌리듯 꺼내고 보니 익숙한 작가님이라니..) 당시에 이 책도 읽었는지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작가님이 동화를 쓰시는 문체나 방식이 있으니 익숙했을 테고, 익숙함을 좋은 책으로 인지했기에 자연스럽게 선택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주인공 석우가 다리가 불편한 영택이의 가방을 들어주면서 생긴 일들을 다룬 이야기다.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다른 아동용 도서처럼 어른들이 생각할 것들이 더 많다. (이래서 가끔 아이들 책을 읽어야 한다.)
그 많은 생각들 중에서도 오늘은 책의 본질을 조금 벗어나서 그냥 좀 안타까운 마음이 제일 크게 느껴졌다. 친구랑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는 것도, 손을 잡는 것도 하지 못하는 첫째가 생각나서이다. 아직 제대로 통성명도 못하고, 자기소개 시간 한 번 가지지 못했다는 아이는 1학기가 다 가도록 친구들 이름도 잘 모른다. 목에 걸린 명찰을 보고 '누구야' 불렀다가 일주일이 지나야 다시 만나니 이름 한 자 기억하기도 쉽지가 않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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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운동장에 나가 노는 시간이 있었는지 몇 명이서 둘러앉아 모래로 소꿉놀이를 했단다. 서로 이름을 부르며 다정하게도 아니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쓴 상태로 말이다. 그렇게라도 친구들과 놀았다며 "오늘 학교는 정말 재밌었어." 하는 아이를 보는 데 얼마나 짠하던지.
한창 많은 것을 겪고 행동하고 느껴야 하는 시기에 아주 한정된 범위에서 잠깐씩 엿보듯 맛보는 인간관계.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점을 느낄까? 새롭게 친구를 사귀고 싶을 때는 어떤 마음이 드는지,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보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여태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서늘하다.
학교는 지식만 배우는 곳이 아니다. 함께 부대끼고 울고 웃으며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 같이 지내는 법을 배우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곳이다. 모든 것을 가족들과만 함께 하고 있고, 만나는 사람도 가족들이 전부인 지금. 배우는 것도 겪는 것도 유튜브나 책, TV를 통해서만 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과연 제대로 된 사회관계를 언제쯤 맺을 수 있는 것인지. 두렵고 걱정되는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난다.
책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면 주인공 석우는 특별히 영택이와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맡겨진 일이니 영택이의 가방만 들어다 전해줄 뿐이다. 그러다 우연히 영택이와 같이 가는 날이 생기고, 종종 같이 등하교를 하게 된다. 영택이의 생일잔치에 초대되기도 하면서 조금씩 영택이를 알아가고 친해진다.
석우와 영택이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있다가 보면 친해지고 알아지는 친구도 있다. 그렇게 친해진 친구가 더 오래가고 끈끈할 수도 있다. 어떤 친구를 만날까. 선생님은 어떤 분이실까. 학교에서는 어떤 일들을 겪을까. 입학을 앞두고 두려움 반 설렘 반이었건만, 일주일에 한 번 거리를 유지한 채 다니는 지금의 학교는 아이에게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바이러스가 쉬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학교에서도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리라. 만나서, 함께 생활하면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시간 자꾸만 줄어든다. 이럴 때 엄마는 아이에게 무엇을 채워줘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깊다. 엄마의 근심에 아랑곳 않고 또 학교 갈 날을 기다리는 아이를 보니 다 잊고 그저 "엄마, 나 오늘 친구를 사귀었어!" 하는 아이의 밝은 음성을 들을 수 있기를 그저 간절히 기도해 본다. 너의 첫 친구를 엄마도 무척 기다리고 있단다. 아이야. 다음 주에는 꼭 먼저 다가가 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