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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란희 Oct 24. 2022

아줌마가 경영서는 왜 읽어요?

리더의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배웁니다

독서커뮤니티에서 지정도서가 선정되면 읽고 리뷰를 쓰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일터의 현자>라는 책이 선정되어 동네 서점에 전화 문의를 하고 재고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보통은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지만 이날은 동네 서점에 갔습니다. 


<일터의 현자>는 52세의 에어비앤비 인턴사원이 된 호텔 업계의 대부 칩 콘리가 제안하는 시니어를 위한 새로운 인생설계에 관한 내용입니다. 경제경영서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서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일터의 현자 있어요?”라고 물었습니다. 서점 주인은 준비해 놓았다는 듯이 바로 찾아서 건네주면서 한마디 하십니다. 


“여자들이 사가지 않는 책인데?” 


예상하지 못한 말에 당황한 나머지 저는 “그래요?”라고 책을 받아 들고 나왔습니다. 서점 주인의 말이 메아리치듯이 계속 들렸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책을 팔면서 나름의 데이터가 존재할 것입니다. 연령별, 성별에 따른 분야별 판매 목록이 있겠지요. 학생들은 문제집이나 학교 수행평가로 읽어야 하는 도서들을 사러 옵니다. 때론 엄마가 같이 오기도 하고 아니면 엄마만 와서 책 리스트를 서점 주인에게 건네며 구매해 가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아줌마인 저는 왜 경영서를 읽을까요? 일터도 없는데 일터의 현자가 하는 말이 저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영업을 했었습니다. 출근한다고 월급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품 판매 수당으로 수입이 창출되는 구조였습니다. 하루 스케줄을 잡고 사람을 만나고 상품을 판매하고 고객관리를 해야 하는데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도통 알기 어려웠습니다.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물어가며 도움을 받았습니다. 매뉴얼이 있으면 그대로 하면 될 거 같은데 이건 딱히 정해진 것이 없었습니다. 각자 스타일대로 일을 하는 거처럼 보였습니다. 본래 성격도 외향적이지 않고 영업에 관한 지식도 없어서 인지 매일 벽에 부딪혔습니다. 


지금이라면 관련 책과 영상을 찾아볼 텐데 그때는 그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몸으로 경험하며 일을 배우면서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일에 대한 경영능력'이 부족했습니다.     




경영의 유의어로 살림, 운영, 사업 등이 있습니다. 


전업맘은 가정 살림을 진두진휘하고 아이들의 교육과 양육을 전체적으로 보살핍니다. 엄마 자신의 삶에서 리더가 되어 이끌어 가야 합니다. 리더라고 해서 모두 나폴레옹처럼 ‘나를 따르라’라고 하는 카리스마 리더십만 있지는 않습니다. 변혁적 리더십을 가진 히딩크나 서번트 리더십을 보여주는 유재석도 있습니다. 


아이들도 자신의 성향에 맞게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엄마 게처럼 저는 옆으로 가면서 아이에게 너는 앞으로 똑바로 걸으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독서를 시작할 때는 경영 분야의 책에 관심이 가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저와는 먼 이야기라며 연결성을 찾지 못했습니다. 표면적인 것만 보았기에 다른 세상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전업맘이라고 해서 언제까지 살림만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100세를 사는 세상이 되고 있고 아이들은 크면 엄마의 손길이 그게 필요하지 않게 됩니다. 5년, 10년 뒤의 엄마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나요? 


회장은 회사를 경영하듯이 저는 제 삶과 가정을 경영해야 합니다. 


회사 안에서 리더와 직원의 관계가 가정 안에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와의 공통점도 있습니다.    



 

<도전하지 않으려면 일하지 마라>의 스즈키 도시후미는 게이단렌 부회장, 경제전략회의 위원을 비롯한 각종 심의회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세븐 앤드 아이 홀딩스의 회장 겸 CEO를 맡고 있습니다. 30년 전부터 직원에게 바라는 점은 동일합니다. 


‘항상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가지고 난관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동적인 삶에는 위기의식도 긴장감도 들지 않습니다. 의존하는 사람(부모, 남편 등)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난관에 부딪히면 그냥 가만히 있거나 잠시 회피하고 봅니다. 그러면 시간이 해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 안에서 문제가 곪아가고 썩어가는 것이 바로 보이지 않습니다.     




스즈키 도시후미는 일을 한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출근해서 주어진 일을 하면 그것이 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답을 내리고 결정을 지어야 비로소 ‘진정한 일’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삶에 대한 정의로 바꾸어봅니다. 


‘진정한 삶이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답을 내리고 결정짓는 것이다.’ 삶의 정의를 바로 세울 때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고객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이 문장을 두고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생활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일들이라고 했을 때 뭔가 바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내가 아이들을 위해서 이만큼 하니깐 나에게도 정당한 대우가 필요해. 난 가족을 위해 이만큼 하고 있어.’ 이런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상상력을 발휘할 때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찾기가 수월해집니다. 아이들에게 하루 세끼 준비해 줄 때 항상 맛있게 싹싹 먹길 바라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맛이 없을 수 있고 기분에 따라먹고 싶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음식을 남기거나 먹기 싫다고 할 때 ‘남기면 아깝다’ 거나 ‘먹어야 키가 큰다’ 말로 억지로 먹이기보다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럴 수도 있지.’ 저도 먹고 싶지 않을 때가 있으니까요.     




“세상에 알려져 있는 것들을 뜻도 모른 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왜 그런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질문을 계속하면서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기억력의 시대에서 이해력의 시대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기억력은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자세이지만 이해력은 적극적으로 깊게 파고들면서 새로운 경험이 만났을 때 더 깊어집니다. 


삶의 리더로 살기 원한다면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저자)을 가까이하면 됩니다. 리더가 해야 하는 일은 직원들의 문제를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명확하게 알도록 해 주고 시간을 준 후에 자기 결정권을 갖고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줍니다. 이는 부모의 역할과 일맥상통합니다. 


리더들의 능동적인 생각과 태도를 배우고 삶에 적용시키고자 아줌마는 경영서를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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