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 한국여자축구 동아시안컵 우승에 부쳐

by 태정

한국여자축구국가대표팀이 2025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초대 대회 우승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중계 화면을 통해 지소연과 김혜리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현재 대표팀의 맏언니들인 둘은 각각 2006년과 2010년에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메이저 대회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호하는 선수들의 표정을 보니 명치가 뻐근했다. 마냥 기쁜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시상식이 끝난 후 2005년 우승 멤버들을 포함한 한국여자축구 1세대 선수들이 현재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다. 유영실, 이미연, 송주희 등 지금은 WK리그에서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다. 중계 해설진은 그들을 잘 모르는 듯했다.


기분이 이상했다고 뭉뚱그리는 것은 좀 비겁한 표현이다. 하지만 기자로서 여자축구를 취재하는 내내, 그리고 그 이후로도 항상, 복잡한 마음으로 여자축구를 보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조그만 항아리에다 고마움과 미안함, 존경스러움과 안쓰러움, 속상함, 답답함 등을 욱여넣고 10년쯤 푹 삭히면 그런 마음이 되는 것이다.


다음 열두 편의 글은 2015년 상반기에 쓰였다. 다음 뉴스펀딩 서비스가 론칭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고, 나는 2015년 6월 열린 2015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을 현지에서 취재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던 2년 차 기자였다. 감사하게도 나는 뉴스펀딩을 통해 기사들을 연재하면서 200만 원 남짓의 후원을 받았고 그 돈을 취재 비용에 보탤 수 있었다.


뉴스펀딩 서비스가 사라지면서 기사들도 온라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래서 다음 열두 편의 글을 내 낡은 컴퓨터에서 퍼올렸다. '기사'랍시고 썼던 글들이지만 10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읽으니 마치 아주 개인적이고 사적인 기록물처럼 느껴진다. 사실 그렇다. 30대가 된 지금 20대의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도 지금보다 조금은 더 많은 희망과 열정을 품고 있었던 때의 나를...


그때의 나는 월드컵 취재가 끝나고 난 뒤 쓴 한 기사에서 '2015년은 한국여자축구가 나아가야 할 길을 결정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사상 첫 월드컵 승리와 16강 진출을 이룬 그 해가 한국여자축구의 밝은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듯이 해필리 에버 애프터(Happily ever after) 같은 건 없다. 현실은 지난하고 더디고 막막하다. 그렇게 10년을 지나왔다. 나 말고,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지소연과 김혜리가, 대표적으로.


그래서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그런 복잡한 마음으로 10년 전의 글들을 다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