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생각해본적은 없지만
그 매장은 완전히 2030 타겟이더라구요. 십분의일은 뭔가요?
가끔 직장인분들을 만나 이야기하다보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타켓층? 솔직히 생각해본적 없는데... 하지만 이렇게 대답할 순 없다. 십분의일은 이제 8년 차 와인 바, 우습게 보일 수는 없으니까.
아무래도 주변에 직장인들이 많으시니까 저희는 3040 직장인 분들을 타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허허...
요즘은 다들 경영학 박사다. 작은 가게 하나를 차려도 STP를 재고 모델링을 해본다고 한다. 십분의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당시 을지로에 먼저 오픈한 C카페와 H바를 몇 번 가봤더니 생각보다 손님이 꽤 있길래 우리도 좀만 잘하면 굶어죽진 않을 것 같은데? 생각했을 뿐이다. 모델링이라는 단어도 몰랐다. 진지하게 물어오시는 분들에게는 어딘가 머쓱한 마음이 든다. 뭐 그것도 나름 귀납적 분석이라고 하면 분석이었겠다만.
경영학이랑 마케팅은 잘몰랐지만 상상하고 바라온 풍경은 있다. 오픈 초기 아들의 가게를 자랑하고픈 아버지가 친구분들을 데리고 오면 그분들이 꼭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여기 우리같은 노땅들도 와도 되나?
사실 을지로가 힙지로로 불리기 이전부터 어떤 분들 입장에서는 헛 나 여기 들어가도 되나... 스스로 자가 검열을 하게 만드는 공간들이 꽤 있었다. 조도가 너무 어둡거나 핑크빛 조명을 쓴다거나 음악이 너무 압도적으로 크다거나 그런 곳은 어째 멋지다는 생각은 들지만 편안하지는 않았다.
나는 이곳이 힙하기보단 클래식한 공간이 되길 바랐고 그러기 위해선 건너편 을지면옥처럼 전연령층이 앉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튀지 않은 중고 가구들로 공간을 채우고 와인 바 치고는 살짝 밝게 조도를 맞췄다. 음악은 그때 그때 다르지만 주로 누가 들어도 좋을만한 재즈와 올드팝을 튼다.
나름 오피스 상권이기 때문에 주로 오는 분들은 주변 직장인들이다. 정확히하면 3040 여성분들이 많이 찾는다. 을지로가 소위 힙지로 되버린 후로는 20대 분들도 많이 온다. 그리고 가끔씩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도 이 곳을 많이 찾는다. 너무 번잡스럽지 않은 평일엔 20대부터 60...70? 까지 (사실 그분들의 연령대를 추정하기 어렵다) 그렇게 전연령대가 앉아있는 풍경이 자주 만들어진다.
타겟으로는 쓸 수 없는 전연령대라는 단어가 좋다.
타켓이라는 단어보다는 풍경이라는 단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