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하려면 뭐부터 알아봐야 해요?

머리 쓰기 싫으면 두 발로 걷는 게 답

by 심미금


나에게는 고질병이 있다.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 병.

부모님 말씀으론 어릴 때 나는 궁금한 게 많고 뭔가에 꽂히면 바로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였다고 하는데, 내가 알고 있는 나는 내성적(이라 쓰고 찌질함에 가까운)인 성격 탓에 험난한 학창 시절을 보냈고, 그로 인해 바로 행동하지 않고 한 발짝 뒤로 빼고 보는 편에 가까웠다.

일명 '나댐 경보'가 본능에 각인되어 있었고 궁금한 게 생기면 '나중에 검색해 보지 뭐', '귀찮아'같은 것들로 궁금증을 뭉뚱그려 심연에 처박아 두는 게 매우 익숙했다.


하필 내가 선택한 직업이 궁금한 걸 뒤로 미뤘다가는 정말 뭐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할 수 있어서 강제로 뒤로 미루는 게 많이 고쳐지긴 했지만, 그래도 몇십 년 간 각인 된 본성이 쉽게 사라질 리는 없어서 여전히 새로운 일을 마주치면 '귀찮아'가 본능적으로 먼저 튀어나오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가 코로나 시즌을 겪으면서 세상이 강제로 멈추는 경험을 하게 됐고

내가 나중에 하려고 미뤄놨던 어떤 것들은 평생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던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어쩌다 모든 걸 뒤로 미루는 성격이 됐지? 일할 땐 안 그러잖아?'


본능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됐지만 그마저도 '어머 그렇네? 아 귀찮은데 이따 생각하자'로 미루기를 또 수년.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주변 사람들의 삶의 형태가 바뀌는 것을 보고 나서야 이제 더 이상 이렇게 있다가는 정말 안 되겠단 위기감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수년간 나중에 해야지 미뤄왔던 것들을 부랴부랴 꺼냈는데,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고 사주 때문에 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독립'이었다.


그래서 하기로 하긴 했는데, 시작부터 벽에 부딪쳤다.

뭐부터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독립할 거니까 회사와 가까운 동네에 집을 알아보고 계약하고 들어가면 끝인 건데

이 시작 단계에서부터 막힌 것이다.

여기에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타당한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나는 프리랜서다. 그 말인즉슨 고정된 사무실이 없단 뜻이다.

물론 10년 넘게 방송작가로 일하다 보니 자주 가는 지역이 있긴 하지만, 당장 내 다음 프로그램이 언제 시작할지, 어디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게 될지는 알 턱이 없었다.

상암이 될 수도 있고 합정이 될 수도 있고 마곡나루일지도 때론 청담으로 가야 할 수도 있다. 소름 돋게도 내가 말한 이 장소들은 실제로 5년 안에 내가 출퇴근을 위해 다녔던 사무실의 위치들이다.

특정한 지역이 정해져 있다면 그곳을 기반으로 지역을 좁혀나가면 되는데, 이렇게 지역이 산재되어 있으면 선택을 좁히는 게 쉽지 않다.


1기 신도시에 있는 본가는 오랫동안 인프라가 구축된 덕에 교통이 잘 갖춰져 있었고 그 덕에 서울에 있는 웬만한 동네는 1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었다. 게다가 고등학생 때부터 먼 곳으로 통학하는 게 익숙해진 나로서는 이동에 이 정도 시간을 투자하는 게 매우 익숙해져 있던 터였다. 오히려 출퇴근 거리를 줄여보겠다고 서울로 갔다가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돈은 돈대로 나가는 변수를 맞이할까 걱정도 됐다.


방송국과 사무실을 기점으로 방송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동네들이 존재하긴 해서, 나는 일할 때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그 동네는 어떤지, 출퇴근은 괜찮은지 물어보고 다녔다. 다행히 내가 만난 동료들은 모두 친절해서 내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해주었고 타지로 나오는 게 무서우면 본인 집 근처로 오라고 이야기해 주는 감사한 분들도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대화의 끝은 '그냥 부모님 집에 눌러 있어.' '그냥 결혼하기 전까지 나오지 마.'였다.

이 역시 나를 걱정해서 해주는 말이라고 감사히 여기고 있다. 한 백번쯤 들으니 정신이 아득해지긴 했지만.


아무튼 이렇게 지역을 추천받았으면 그 동네 위주로 괜찮은 매물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집이 있으면 찾아가서 보고 계약하면 되는 건데,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도대체가 어떤 집을 봐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시점부터 나는 아파트에 살기 시작했고 우리 집은 30년 넘게 한 자리에 터를 잡고 이사를 간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외의 주거 형태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자취하는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빌라나 오피스텔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은 있지만, 타인이 사는 공간에 놀러 가는 것과 내가 살 집을 보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였다.

어린 나이라면 그냥 적당히 들어가서 경험을 하겠는데, 독립하는 동네 하나 못 정하는 겁쟁이가 그게 쉽게 될 턱이 있나. 하루는 도저히 감이 안 잡혀서 아무런 제약을 두지 말고 원하는 집 리스트를 적어보자 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일단 큰길에 붙어 있거나 골목 초입에 있어서 골목을 걷지 않아도 될 것

상암, 마포, 강서구 어딜 가든 30분 안에 갈 수 있을 것

집 근처에 도보로 갈 수 있는 도서관과 마트, 공원이 있었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익숙한 맛집과 카페가 많았으면 하고

산책을 좋아하는 편이라 걷기 편한 평지에 있을 것

다행히 벌레를 안 무서워해서 오래된 느낌도 운치가 있다면 나쁘지 않지만

동네 느낌이 어둡지 않고 산뜻한 느낌이 나야 했으며

그렇다고 너무 힙한 곳이라 밤이고 낮이고 힙한 젊은이들이 몰려오는 시끄러운 동네도 싫었다.

아파트 단지처럼 주거와 상업 시설이 완벽하게 분리된 곳이 좋고

원룸도 괜찮지만 이왕이면 잠 잘 공간은 분리되는 1.5룸이었으면 좋겠다. 방은 더 많으면 땡큐고.

이왕이면 세대수가 좀 많았으면 좋겠고

분리수거가 매일 가능한 곳이면 좋겠고

환기와 광합성에 집착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창문을 열어 환기를 맘껏 할 수 있는 곳

이왕이면 그 창문을 열었을 때 하늘과 녹지가 보이면 베리 땡큐

창문이 큰 건 좋지만 복층은 왔다 갔다 하기 귀찮으니까 패스

필요할 때 가끔 집 차를 빌려 쓸 수 있어서 주차가 편하면 더 좋고

오피스텔은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고 했던 거 같은데?

아무튼 이 모든 조건에 충족되면서 자취 초보인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한 가격이길 바랐다.

잘 모르겠는데 보증금 1000에 월세 50 정도?




이젠 안다. '이렇게 다 따질 거면 집에 있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리스트라는 거.

하지만 자취 초보인 나는 아무것도 몰랐고, 처음에는 '교통 가깝고 안전한 원룸이기만 하면 되지'에서 시작해서 그래도 가능하다면 이것도 되면 좋겠고 저것도 되면 좋겠고 하고 세운 리스트가 저 모양이었다.


내가 쓰고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 이렇게 답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하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터를 잡은 동네가 얼마나 평화로운 곳인지, 그리고 이 나이 먹도록 결혼도 안 한 딸을 쫓아내지 않고 방 한 칸 내주신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평소 같으면 이렇게 리스트를 써보고 부동산 어플을 좀 보다가 빠르게 좌절하고 유튜브로 자취남 영상을 보면서 '어쩜 남들은 저렇게 좋은 집을 구했지? 나한테도 운명이 집이 뚝 떨어졌으면'하고 독립에 대한 의지를 상실하고 다음으로 미뤘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게 몇 년째 독립을 미뤄왔으니까.


하지만 이번은 좀 달랐다.

사주에서 말한 데로 대운 시기라 집터를 바꿔야 한다는 게 주효했고, 이제 그래도 나이를 들어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삶은 부모님이 만들어준 거지 내 것이 아니라는 현실 파악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안드로메다로 가려던 내 정신을 현실에 붙잡아준 존재가 또 있었다. 바로 같은 팀에서 일하고 있는 후배였다.


나보다 10살 어린 후배는 20대 초반에 이미 서울로 와서 몇 년째 서울살이 중인 프로 자취러였고 재계약 시즌을 앞두고 집 옮길 계획을 하고 있었다. 출퇴근 시간의 대부분을 부동산 어플 보는데 소비하고 있던지라 후배와 자연스럽게 집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촬영 때마다 나는 눈앞에 보이는 아파트를 보여주며 '저거 얼만 줄 알아?'하고 집값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떻게 집을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후배는 자기도 처음 집 구할 때 그런 생각을 했다며, 몇 년 간의 경험으로 채득 된 자신만의 집 구하기 기준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나처럼 저런 애매모호한 리스트가 아니라 현실적인 본인의 예산과 자신과 맞는 집의 형태, 동네까지 어느 정도 추려놨다는 이야기에 나는 매우 충격을 받았다.



아니 벌써 그렇게 어린 나이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좀 더 이야기를 해보니 후배뿐 아니라 집을 구해 혼자 사는 경험을 해본 모든 이들은 자신만의 크고 작은 기준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누군가는 벌레가 싫고 보안 문제 때문에 큰 창문은 있어도 잘 열지 않아서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고, 누군가는 집 바로 앞에 상업 시설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서 늦은 시간까지 골목에 불빛이 환하고 왕래가 있어 마음이 더 편안하다고 했다. 보안과 소음은 등가 교환이 가능하다는 기준이 있었던 것이다.


누가 뭐라 할 거 없이 그게 자신의 기준인 것이니까. 나와 반대된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반발심이 든다기보단 '아 그럴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대화를 하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취 경험이 없는 내가 이들의 경험을 따라가려면 뭐부터 해야 하지?'


마침 이런 고민이 들 때쯤 프로그램의 촬영이 끝나서 일정에 여유가 생겼고, 집 알아보는 일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는 타이밍이 생겼다. 한 달 뒤에는 새 시즌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하고, 어쨌든 지금도 일이 줄었다곤 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회의와 미팅으로 서울에 나가야 하니 이 시기를 잘 이용하면 독립 프로젝트를 실제로 옮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유튜브를 뒤지며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내가 생각한 독립 프로젝트의 첫 단추는 [임장]이었다.


위에 저 산재되어 있던 리스트를 압축해서 정리하고 그에 맞는 동네부터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집은 약속을 잡고 가야 볼 수 있지만 동네는 내가 시간을 내기만 하면 지금 당장도 걸어 다니며 그곳의 아침과 밤을 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동네를 보고 나면 내 나름의 기준으로 추려지는 게 있을 테도, 그러면 자연히 지역이 줄고 그 좁혀진 지역에서 집을 보는 게 더 나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 궁금증이 남은 곳은 가끔 둘러보면 되는 거니까. 아무튼 그래서 내가 세운 기준은 이러하다.



[임장 기준]

1. 회사까지 편도 30분 (최대 40분 허용)

2. 상암, 합정, 강서로 가는 교통이 편한 곳

3. 집 형태는 관계없고 큰 도로와 가까운 곳

4. 걷기 괜찮은 동네일 것! 대신 언덕이 있어도 되고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까지 좀 걸어도 괜찮음

5. 집 근처에 공원, 도서관이 있으면 가산점



집까지 판단할 여력과 기준이 아직 없으니 일단 내가 정신이 아무리 팔려도 팩트로 확인이 가능한 것부터 체크하며 지역을 좁히기로 한 것이다.

동네 분위기야 걸어 다니다 보면 알 수 있는 거고 교통은 지도 어플로 찍어보면 되고 다니다 보면 큰 도로에 붙어있는 집이 어디인지 대략 알 수 있으니 마음에 들면 찜해놓고 매물이 있는지 확인하면 될 일이었다.


앞에서 말한 데로 계획을 세웠어도 잠깐의 틈을 주면 '귀찮아'가 나오는 성격이기 때문에 계획을 세운 다음 날 바로 마곡나루로 출동하기로 했다. 회의도 가야 하고 연말이라 날씨도 추웠지만 그거 또 핑계대기 시작하면 또 안 움직일 거 같아서 일단 들려보기로 했다. 다행히 회의 시간이 애매한 오후라 여유가 좀 있기도 했다.


말이 좋아 임장이지 한 겨울에 목적지 없이 도시를 배회하고 다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걷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추위는 질색하는 지라 겨울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이 임장이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다. 물론 스불재였지만.


처음에는 뭘 봐야 할지 몰라서 지하철 역을 찍어서 그곳에서 내린 다음 출구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을 쏘다녔다. 친구와 약속이 있을 때면 한두 시간 일찍 나와 동네를 구경 다니기도 했다. 지역마다 매물이 많이 존재하는 장소는 특정되기 때문에 그 위주로 둘러보았다.


사실 뭘 봐야 할지 모르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의미 있는 일이 맞나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기껏 시간 내서 가놓고 추워서 대충 둘러보고 카페에 피신했다가 집으로 후퇴한 경우도 많았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지 뭐가 다르겠어'

하지만 몇 번 임장을 하다 보니 조금씩 다른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당장 매일 가는 회사도 퇴근길에 오늘은 동쪽 내일은 서쪽으로 가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동네가 확 달라 보이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평소엔 그냥 지나치던 곳도 내가 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같은 역을 낀 동네여도 출구 방향에 따라 동네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보며 '생각이 짧았구나 동네마다 자기만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인데 그걸 간과하다니 애송이 같으니라고'같은 생각을 했더랬다.


막연히 환상을 갖고 있던 동네가 생각보다 나랑은 안 맞아 보인다는 판단이 들기도 했고, 전혀 예상 안 했던 곳이 괜찮게 느껴져서 지역 리스트 상위로 올라가기도 했다. 동네를 보러 다니다 보니 데이터 베이스도 생겨서 후배와 종종 어떤 동네가 괜찮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물론 '좋다'의 기준에는 교통과 맛집이 가장 큰 점수를 차지했다.


공식적으로 나의 독립 사유는 '회사와의 거리'였기 때문에 서울 위주로 봤지만, 사실 독립을 위해 독립을 하는 건지라 본가 근처와 신도시에 사는 동생 집 근처도 임장 하긴 했다. 30년을 살았어도, 똑같은 아파트 단지 같아 보여도 본가에서 반대 방향으로만 가도 동네 분위기가 미묘하게 다르고 새로운 곳에 온 느낌이 들어서 한때는 그냥 경기도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호기롭게 나간다고 했고 가족에게 살가운 성격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 홀로 외딴 지역으로 간다는 게 무섭긴 했던 모양이다.


다행히 그런 생각이 올라올 때마다 뇌를 꽉 붙잡고 스스로에게

'가족 가까이 산다는 건 네가 생각한 완벽한 독립과 어긋나. 넌 철저히 고립돼서 자립심을 키울 필요가 있어'

라고 가스라이팅을 하며 옆으로 새려는 마음을 다잡았다.


본가에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친한 친구가 있어서 내킬 땐 급만남으로 술을 마실 수 있었는데 서울로 가면 동네 친구가 없어진다는 게 여전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어떻게 되겠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도 사귀고 내가 개척한 동네를 친구한테 소개해주면 될 일 아닌가 하고 있다.


그렇게 한겨울의 임장을 지나 초봄이 다가왔고, 마음의 생긴 기준대로 몇몇 동네의 알람을 걸고 본격적으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실 이쯤 왔을 때 나는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생각했고, 빠르면 봄이 오기 전에 서울 살이를 시작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새봄에 새로운 곳에서 모든 걸 새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하지만 이 마음이 굉장히 순진한 생각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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