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가치를 잃지 않고 유료 결제 라이프를 버티는 법

카드내역서 탐방기

by 심미금


'나 전에는 어디에 돈을 썼었지?'


이사 준비를 하면서 쓴 돈을 노션에 정리하다가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이전이라고 해봐야 고작 몇 달 전인데, 왜 갑자기 그때의 내가 떠오르지 않는 걸까?


우선 이번 달 카드내역을 살펴봤다. 온통 집에 관련된 것들 뿐이었다.

인터넷 가입비, 입주 청소비, 새 집에 넣을 가구와 생필품 구매비, 식비, 기름값 등등.

언뜻 보기에 집과 관련 없어 보이는 것도 내면을 들여다보면 웬만하면 다 이사와 연결되어 있었다.


기름값을 예로 들자면 이건 셀프 이사와 관련이 있다. 원룸으로 이사하는 건데 요란하게 굴고 싶지도 않고 본가에서 가져갈 물건 중에 큰 물건이 있지도 않아서 고민 끝에 이사 업체를 쓰지 않고 셀프 이사를 하기로 했다. 집에 있는 캐리어와 코스트코 장바구니, 언젠가 받아서 구석에 넣어둔 크고 탄탄한 쇼핑백을 다 꺼내서 필요한 물건부터 담기 시작했다.


어차피 옷은 싹 새로 빨래해야 하니 최대한 돌돌 말아서 부피를 접어 넣고, 깨질 위험이 있는 유리나 관리가 필요한 전자기기는 큰 가방에 몰아넣었다. 우리 집 차는 작은 승용차라 어차피 짐을 넣는데 한계가 있으니 제일 필요한 물건부터 옮기고 몇 번 왔다 갔다 할 생각이었다.


'한 두 번이면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짐을 넣다 보니 물건이 많기도 하고 부모님도 자꾸 이것저것 가져가라고 밀어 넣는 통에 결국 예상보다 몇 번을 더 왕복하며 짐을 옮겨야 했다. 가을 겨울 시즌 옷은 옮기지도 않았으니 사실상 아직 진행 중인 셈이다.


카드값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단연 [오늘의 집]과 [다이소]

이 두 곳이 없었으면 집을 세팅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자아 의탁해서 독립에 필요한 모든 걸 사들였다. 물론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일단 나는 쫄보라 큰돈을 쓰는 것에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고 (평생 큰돈을 쓴 적이 없으니 이번에 알았다) 위시리스트는 차고 넘쳤지만, 내 눈에 예쁜 건 다른 사람의 눈에도 예쁘기 마련이었고 그런 것들은 대체적으로 가격이 비쌌다.


큰돈 나가는 걸 무서워하면서 또 나름의 기준이 있어서, 비슷해 보이는 디자인도 한 끗 차이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다. 나름의 기준에서 가격도, 디자인도, 기능도 마음에 드는 것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았고, 확 그냥 다 지르고 싶은 마음을 애써 달래고 뇌를 꽈 잡아가며 고르고 골라 가구를 샀다. 한 번에 다 사면 가구의 조합이 안 맞거나 실패의 확률이 높을 거 같아서 필요한 것부터 하나하나 사서 채우는 중인데 (이것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도 사야 할 게 차고 넘치는데, 본격적인 집꾸템은 사지도 않았는데 카드값이 미쳐버린 이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 그리고 카드값 안에는 슬픈 사연도 함께 들어가 있다.

새 집에 이사 오고 갑자기 오래 쓰던 물건들이 줄줄이 생명력을 다 한 것이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노트북은 10년 정도 썼고, 업무 겸용이기 때문에 올해는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던 지라 예상되는 범위 내에 있던 일이긴 했는데, 노트북을 바꿨더니 노트북의 짝이었던 마우스가 갑자기 고장 나고, 내 손목에 시계 자국을 만들며 6년간 함께해 온 애플워치가 침수로 고장 나고 (깊은 바다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그냥 갔다. 방수를 믿었건만) 집 청소를 하다가 아끼던 인센스 홀더가 떨어져 금이 가버렸다.


안 사고 버티기엔 하나하나 다 내 일상의 일부가 된 것들이라 눈물을 머금고 예상에도 없던 추가 지출을 해야 했다. 가장 짧게 쓴 게 6년 정도 된 거니 쓸 만큼 쓰고 보내준 거다. 새 집에서 새로운 물건들과 새 출발을 하자는 정신승리를 곁들이며.


여기에 현금으로 결제한 자잘한 수리비와 가구 배송비 이런 걸 다 합치면... 그냥 아찔하다.

심지어 진짜 갖고 싶은 건 사지도 않았어. 예쁜 스탠드 조명에 귀여운 컵도 못 샀고 건조기도 당근에 알람만 걸어놓고 쳐다만 보고 있다고. 세제는 왜 이렇게 빨리 닳아? 분명 청소솔을 샀는데 왜 구석에 작은 공간에 들어가는 청소솔은 없는 거지?


유료 결제의 삶이 이런 거야. 네가 그렇게 궁금해하던 유료 결제의 삶에 온 거 환영해라고 말해주는 거 같았다. 아, 유료 인생 멤버십 가입 환영합니다. 아주 짜릿해요.




그래서 과거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몇 달 전에 독립을 상상하며 설레하던 나.

돈도 많이 들고 힘들겠지만 내 공간이 생기면 너무 설레고 즐거울 거 같다고 생각하던 나.

그 애가 그 상상을 하며 하루를 어떻게 보냈었나.

그걸 확인하려면 카드 어플 결제 내역 보기만 한 게 없다.


한참 집을 알아보던 때로 돌아가니, 일단 카드값부터 차이가 났다. 앞자리가 다른 수준이 아니라 총 결제액 차이가 두 배로 뛰어 있었다. 내 주식도 이렇게 뛰어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카드 결제 내역도 매우 달랐다. 생존과 관련되어 있는 지금과 달리 그때의 내 카드 내역은 굉장히 심플했다. 집 근처 다이소 - 편의점 - 식당 - 배달음식. 식당의 경우에는 집 보러 다닐 때 그 근처에서 식사를 했던 기록이 대부분이었고, 나머지는 집 반경 1km 이내를 벗어나지 않는 것들 뿐이었다. 카카오 결제도 종종 보였는데 이건 지인들 생일 선물을 보낼 때 결제한 내역이다. 이렇게 산뜻하고 쉬운 삶을 살았었다니.


집을 세팅하느라 평소보다 지출이 많은 지금과 아무런 이벤트가 없던 시기를 비교하는 건 당연히 안 되지만, 카드 내역만 봐도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 삶의 풍경이 어땠는지가 보이는 게 제법 재밌었다.

부모님 집에서 공짜로 기생하며 얼마나 편하게 살았는지도 새삼 느꼈고.


카드값을 계속 넘기며 과거를 구경하다 보니 집 반경 내의 단조로운 삶 외에도 내 삶의 패턴이 더 보였다.

정확히는 내가 어떤 곳에 돈을 썼는지, 내가 돈을 아끼지 않는 분야가 어딘지 보였던 것이다.


내가 파악한 바로는 4가지 분야였는데

[배우는 것, 먹는 것, 체험하는 것, 그리고 마음을 전하는 것]이었다.


배우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는 건 일을 시작하면서 얻게 된 철학이다. 전화영어는 3년째, 헬스는 20대 후반 때부터 고정 지출로 항상 어딘가에 등록을 해둔다. 이 두 개를 기본으로 두고 체험하는 것과 맞물려서 일 년에 하나 정도는 새로운 걸 배웠다. 운동을 좋아해서 요가나 필라테스, 크로스핏, 서핑, 아이스하키, 풋살 등 그때그때 유행하는 걸 배워봤고 보통 짧으면 2-3달, 길면 1년 정도 유지했던 거 같다. 운동을 안 할 땐 커피나 와인을 배운다던가 비즈 공예가 유행할 땐 동대문에 가서 비즈를 왕창 사다가 팔찌랑 반지를 만들기도 하고, 특정 게임이 유행할 땐 그 게임을 사서 해보기도 했다.


누구나 다 하는 일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년 넘게 일을 못 할 때도 뭔가 배우는 거에 돈 쓰는 건 주저하지 않고 내려고 애썼는데, 그게 내 삶에 주는 활력이 생각보다 굉장히 크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업무 특성상 다양한 체험을 많이 해두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개인적인 성향으로도 뭔가 배우지 않고 몇 달이 지나면 급격히 멘탈이 무너지는 게 느껴졌다.


운동을 좋아한다고 했지만 썩 잘하는 건 아니고, 살도 10kg 넘게 쪘고, 영어 실력이 엄청나게 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를 배운다는 행위가 내 삶에 있을 때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게 달라진다는 걸 아니까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멈출 생각이 없기도 하고.


그런 의미로 체험도 배우는 것과 일맥 상통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귀차니즘이 굉장히 심해서 20대 초중반 까지는 누가 뭘 하자고 해도 '귀찮다'는 이유로 하지 않은 게 굉장히 많았다. 돌이켜 보면 그 좋은 청춘의 시간을 그저 일만 하며 살았다는 게, 그게 다른 거창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귀찮다'는 이유 하나였다는 게 그렇게 한일 수가 없다.


귀찮아도 일단 조금 해보고 아니면 말자. 아무것도 안 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돼라는 생각을 갖게 된 후로 운동을 시작했고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고 뭔가 배우기 시작했고 체험을 하게 됐다.


여행이나 캠핑은 많이들 하니까, 그건 기본으로 두고 가장 최근에 했던 체험을 꼽자면 육아?

마침 일이 딱 끊겨서 강제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시즌에 동생이 조카를 낳았고, 아이에 관심이 없어서 조카가 태어난 날에도 '그렇구나'하고 말았던 게 무색하게 나는 조카 육아에 매진했다. 주변에서 심지어 아이 부모도 제2의 엄마라고 인정할 정도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안 좋아할 사람들도 있을 거 같다. 결혼도 출산도 줄어드는 추세다 보니 아이 하나에 미혼 이모나 삼촌의 경제력과 노동력이 차취당한다는 관점이 있기도 하고. 매우 이해하는 바이지만 그냥 내 경우, 내 생각에 대해 말하자면 최근 몇 년간 했던 '체험' 중에 최고였다.


일단 나는 결혼이나 육아 제도에 편입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보니 반쪽 세상에 대해 내가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여행이나 캠핑도 체험이지만 그건 단편적이었고, 뭔가를 깊게 체험해 봐야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고 이것 역시 나의 업무 확장에 도움이 되는데, 동생이 마침맞게 애를 낳아준 덕분에 신생아 육아부터 지금까지 육아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출연자들의 육아, 가족애에 대한 면을 끌어내야 할 때 내가 했던 경험들이 도움이 됐고.


조카를 사랑하게 된 거도 덤이고. 애정과 시간을 쏟은 만큼 아이는 나를 좋아하고 나도 그 애가 주는 사랑들이 다른 곳에서 받을 수 있는 사랑과는 다른 종류라는 걸 알기에 감사히 여기고 있다. 어디서 이렇게 생생한 체험을 누려보겠어.


조카 이전에는 친구 강아지를 보며 '강아지를 키우는 삶'을 체험하며 배우기도 했다. 강아지와 소통하는 법, 놀아주는 법, 산책하는 법, 집주인이 여행 갔을 때 며칠간 밀착 케어해 주면서 강아지와 사는 삶도 체험해 보고.


모든 가치를 다 누리고 경험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이렇게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건 항상 해보려고 한다. 이 조각들이 쌓이면 내가 모르던 삶의 일부분을 이해하게 되니까 사람을 대하기에도 더없이 좋다.


그리고 마음을 전하는 것은, 좀 무책임할 수 있는데 돈으로 감사를 표현하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카카오톡에서 생일인 친구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사랑한다.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고서야 모든 사람의 생일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인데, 카카오톡에서 알아서 알려주니 가벼운 선물과 안부 인사를 전하기가 너무 수월해졌다.


이 역시 예전엔 선물을 주지도, 받지도 않는 걸 선호했는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는 받을 생각 말고 주고 싶으면 주자의 단계이다. 눈에 띄면 기프티콘 하나 보내면서 축하와 함께 안부를 묻고, 그렇게 짧은 대화를 주고받고 나면 왠지 내 하루가 축하받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요즘같이 살기 팍팍한 시대에 어떤 날을 기념했다는 행위 자체가 내 내면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 같다. 내 생일을 생각해 주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덤으로 감사할 일이고.


그런데 최근 독립이라는 빅 이벤트 후로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맞은 내 카드값을 보고 있으니, 이 가치를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덜컥 들었다. 나름대로 사회생활에 깎이고 닳아지면서 만들어낸 가치들인데 내가 이걸 이어갈 수 있을까? 고작 돈 때문에 스스로 만든 가치를 무너뜨려 버린다고?

카드값은 다른 의미로 내 안에 독립의 무게를 더했다.




사람은 왜 돈을 벌까? 나는 뭘 위해서 일을 하나? 이 가치들은 왜 만들어지게 됐지? 이 가치들에 순위가 있나?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솔직히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고민하던 사이 한 차례 카드값과 월세가 빠져나갔고, 헐거워진 지갑을 보며 가치에 우위는 없지만 우선순위를 정해둘 필요는 있단 생각이 들었다. 이게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해보고 계속 조정하는 시간을 가지면 되지 않을까. 돈 때문에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만큼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


우선, 몇 가지를 줄여보기로 했다.

그리고 줄이기 가장 쉬운 분야 하면 [먹는 것] 일 것 같다. 어차피 역대 최고 몸무게를 찍은 상태라 다이어트를 해야 하기도 하고 집에 먹을 게 있으면 자꾸 먹게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냉장고 밖에 음식이 나와있는 상태 자체를 안 좋아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 같았다.


지금까지 이사 당일 한 끼를 제외하면, 배달음식을 시킨 적이 없다. 그 첫날도 가스가 고장 나있고 집 정리 문제로 에너지를 다 써서 시켰던 것이었고 그나마도 한 번 먹고 2주를 냉동실에 뒀다가 버려서 돈이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배달음식 대신 조금 비싸더라도 식재료를 소량으로 사서 그걸 요리해 먹는 방향으로 바꾸는 중이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몸에 좋고 맛있는 레시피가 넘쳐나고, 우리 집 반경 내에는 전통시장부터 대형 마트, 유기농 식재료만 파는 마켓, 심지어 제로 음식만 파는 가게도 있다. 무언가 해 먹기에 최적의 상태다.


요리를 시도해 보고 마음에 든 레시피는 냉장고에 적어 붙여두고 그 옆에는 현재 냉장고 속 식재료가 뭐가 있는지 적었다. 오래된 식재료나 빨리 소진해야 하는 것들은 따로 표시해 뒀다. 이거로 얼마나 식재료를 줄일 수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하루에 한 끼는 밖에서 사 먹거나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때보단 나을 게 분명했다.


두 번째는, 관리비. 아직 제대로 관리비가 나오기 전이라 잘 모르겠지만 너무 더운 날이 아니면 창문을 열어두고 에어컨은 켜지 않았다. 이사 초반에는 가구 설치해 주러 오는 기사님도 있고 나도 하루 종일 집 정리를 해야 하니 에어컨을 켰는데, 큰 정리가 끝나고 나니 창문을 열고 선풍기 키는 것으로도 제법 견딜 수 있었다.


이건 본가에 살면서 강제 훈련을 한 게 한 몫했는데, 의례 우리네 부모님이 그렇듯 우리 부모님도 에어컨 켜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셔서 건강에 영향을 줄 정도의 심각한 날씨가 아니면 에어컨을 잘 켜지 않았다. 심지어 내 방은 복도에 붙어 있는 작은 방이라 에어컨을 켜도 바람이 잘 들어오지 않아서 숨통이 막힐 거 같은 여름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 이사한 집? 큰 창문이 있고 공간도 넓어져서 창문만 열어놔도 바람이 부네? 사람들이 복층 여름에는 덥다더니 선풍기만 돌려도 본가보다 쾌적한데? 본가에서 혹서기 훈련한 거 럭키자나.


관리비의 찐은 겨울이라고 하니 아마 관리비 줄이는 관건은 겨울이 되어 봐야 알겠지만 현재의 마음 가짐으로는 난방비 아끼고 껴입는 것으로 어떻게 해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본가의 내 방은 겨울에는 찬바람이 들이쳐서 매우 추웠다. 바닥은 온돌로 따뜻해도 공기는 항상 차가웠달까. 심지어 나는 한겨울에도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놓고 살던 사람이라 어떻게 해결 방법을 찾지을 수 있겠지 싶다.


그리고 제일 관건인 교육비. 이건 어떻게 방법이 없다. 참는 수밖에. 전화 영어와 헬스는 내 삶에 필수인 부분이라 도저히 포기할 수 없어서 일단 유지하기로 했고, 집 근처에 등록하고 싶은 운동 시설이 몇 개 있긴 한데 일단 군침만 흘리며 지켜보는 중이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친구들하고 신청해 본 디즈니런 대회에 나만 당첨돼서 올 하반기는 마라톤 준비하는 거로 포커싱 해볼 생각이다. 헬스장에서 근력운동하고 유산소는 집 근처 나들목을 지나 한강을 달리면 된다. 지켜보던 운동 시설 두 달 등록비면 괜찮은 러닝화를 살 수 있어서 인터넷 가입하고 받은 상품권으로 질렀고, 10년 넘게 쓴 러닝화는 보내주기로 했다.


그리고 나중에 뭔가 배우고 싶을 때 쓸 수 있도록 안 쓰던 통장을 교육비 통장으로 만들었다.

다시 일을 시작하면 그곳에 월급 일부를 넣어 그 통장의 한도 범위 내에서 뭔가 배우고 체험해 볼 생각이다. 이미 헬스 비용은 그 통장에서 빼서 결제했다.


소득이 많아진다면 이 모든 게 깔끔하게 해결될 거 같긴 한데... 그래서 일자리를 알아보면서 프리랜서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고 지원 중인데, 구직난이라더니 알바 자리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다른 의미로 현실의 혹독함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계속 시도하면 뭐든 되겠지. 혼자 사는 삶의 가장 큰 장점은 방해하는 사람이 없으니 평소보다 더 창작적인 행위에 집중하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이 유료의 삶을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원동력을 주기도 하고.


그렇게 바라 마지않던 독립의 삶은 유료 결제의 삶이었고 예상했지만 예상한 것 이상으로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지금은 처음이라 더디고 혼란스럽지만, 모두가 자신의 삶의 밸런스를 잡고 살아가듯 나도 곧 내 삶에 맞는 방식으로 밸런스를 찾을 수 있겠지?


그 삶의 밸런스를 찾은 내가 일의 중요도는 정할지 언정, 모든 가치를 잃어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과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

이 두 가지에는 정말 인색해지지 않았으면 한다.

에어컨을 끄고 난방비를 줄이고 식비를 아껴 살더라도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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