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그룹에 가거나 칠드런센터에 가면 마지막에 노래 부르는 시간이 있다. 그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또래 아이들이 점프를 하며 신이나 하는 데도 아이는 점프가 되질 않아 제자리를 뱅글뱅글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에 살면 가장 답답한 건 누군가에게 아이에 대해 물어볼 곳이 없다는 것이다. 현지 병원에 가서 물어보자니, 영어가 짧고, 그렇게 큰일이 아닌 이상 의사 만나기도 어려운 게 영국 병원의 현실이니, 가까이서 지켜보는 엄마는 걱정에, 걱정으로 한국 엄마들만 만나면 그 얘기만 꺼냈다. 다들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극성스러운 엄마 마음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다 주말마다 남편과 함께 수영을 하는 몰든센터(Malden Centre)에 아이들 운동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들의 신체발달을 도와주는 운동이라는 말에 바로 그 자리에서 결정을 하고 그다음 날 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Gymastics 중 FUNdamentals수업을 하고 있는 딸아이
원 투 쓰리 포! 선생님의 구호에 맞춰 2~3세 아이들이 움직였다. 처음엔 어리둥절했던 아이도 친구들과 선생님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달리기, 엎드려 걷기, 한 발 뛰기, 점프 등의 준비체조에 이어 본격적인 운동시간이 되었다. 앞구르기, 중심잡기, 철봉에 매달려 한 바퀴 돌기, 징검다리 건너기, 외나무다리 걷기 들을 통과하면서도 아이의 표정이 밝았다. 또래 친구들과 무언가를 해냈다는 것에 대한 성취감 때문인지, 새로운 활동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진 알 순 없지만 아이가 좋아하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스러운 나에게 선생님이 말을 걸어왔다.
"걱정 마, 네 딸은 운동 신경이 아주 좋은 아이야!"
밝은 아이의 표정과 다르게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의 표정은 조마조마해 보였나 보다.
부족한 건 채워주면 되는 데 걱정이 또 앞선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아빠에게 오늘 배운 운동을 가르쳐주는 아이를 보니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