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 아빠, 혹은 같이 간 언니의 얼굴, 백화점 가득 채워진 장난감, 그것도 아니면 일상이 주는 아름다움이었을까.
영국에서 코로나 사태를 보내고 있는 지금 아이가 무엇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더 간절히 궁금하다.
영국도 본격적으로 사재기가 시작됐다. 처음엔 마트에 휴지가 사라지더니, 그다음에 파스타, 쌀 이젠 야채도 과일도 채워진 것을 보기 어렵다. 냉장 코너의 고기들과 냉동 코너의 해산물 등도 텅텅 비어있고, 어제는 계란을 사러 나갔다가 빈손으로 들어왔다. 칸칸마다 비어진 물건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감정들이 올라왔다.
텅 비어진 마트안 풍경
물건이 없어져서가 아니다, 사람들의 손이 다급해져 나를 밀쳐서도 아니다, 그저 내가 슬픈 건,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아이 때문이다.
자라면서 내가 한 번도 겪지 않은 일, 생각조차 않은 일이, 딸아이가 자라는 환경 속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 너무 두렵다. 앞으로 아이가 볼 세상이, 아이가 겪어낼 세상이 이보다 더 힘들까 봐, 엄마인 나는 그게 가슴이 아프다.
출처-네이버 이미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중
아침에 눈을 뜨면 부츠(영국 약국)나 마트의 오프닝 시간에 맞춰 줄을 선다. 혹시나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말이다. 그러나 늘 빈 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마스크, 손소독제, 심지어 아이의 해열제는 구하기 어려운 지 오래다. 상황만큼이나 나의 마음도 우울해져 갔다.
그러다 문득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온 '귀도'가 떠올랐다.
'귀도'는 아들 '조수아'가 무엇을 보길 원했을까?
조수아, 이건 마지막 게임이야.
숨바꼭질을 하는 거야.
독일군에게 들키지 않게 꼭꼭 숨어라."
시골 총각 '귀도'는 '도라'에게 첫눈에 반해 가정을 이룬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조수아'의 다섯 번째 생일날 갑자기 나타난 군인들이 '귀도'와 '조수아'를 수용소를 데리고 간다. 그 소식을 들은 '도라'역시 수용소로 향한다. '귀도'는 '조수아'를 지키기 위해 수용소 생활을 단체게임이라고 속이고 1,000점을 따는 우승자에게는 진짜 탱크가 주어진다고 한다. 전쟁이 끝났다는 말을 들은 '귀도'는 '조수아'를 숨기고 '도라'를 찾기 위해 나선다. 군인들에게 붙잡혀서도 아들 앞에서 우스쾅스러운 몸짓으로 걸어가던 '귀도', 그 모습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조수아'.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순간이다.
아직은 아이스크림 하나에 행복해할 줄 아는 아이
'귀도'를 생각하니 내 마음이 이상할 만큼 잔잔해진다. 폭풍같이 몰려오던 감정들이 제자리를 찾고 이성이 자리 잡는다.
우리의 미래에 어떤 것들이 기다릴지 모르지만 순간순간의 기쁨과 행복으로 아이의 기억 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