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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정은 Apr 12. 2020

부활절에 본 영국인의 두 얼굴

런던&아이

영국은 지금 코로나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연일 늘어만 가는 확진자와 사망자를 보니 마음이 답답하다. 명색이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가 질병 하나에 속수무책 없이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꿈꾸고 살아보고 싶었던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배신감이 심하게 밀려오는 요즘이다. 





영국에서도 3주 전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8시가 되면 NHS를 응원하기 위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환호성과 집집마다 들리는 박수소리에는 어려운 지금의 상황을 같이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아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려고 누웠던 나와 아이 그리고 집에서 재택근무 중인 남편도 창문 앞에 다다닥 붙어 박수를 쳤다. 좀 전까지 졸린 눈으로 칭얼거리던 아이는 신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아빠와 엄마랑 하는 모든 것들이 놀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손뼉 치는 것 또한 놀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요즘 남편의 재택근무로 인해 가장 신이 난 건 아이였다. 아이는 언제든 자신이 부를 수 있는 곳에 아빠가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했다. 물론 남편은 다르지만.


일주일에 한 번 장을 보러 밖을 나올 때면 집집마다 창문에 그려진 무지개를 흔히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마지막 수업을 하던 날 학교에서 NHS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집집마다 아이들이  NHS의료진을 응원하는 무지개를 그려 붙여놓았다.


Easter Day를 맞아 온라인 예배후  아이와 함께 그린 무지개


폭풍우가 지나간 후 떠오르는 무지개는 희망의 신호가 될 것이다. 영국의 아이들은 무지개를 그리며 다시 떠오를 희망의 날들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날 이후 아이들이 원하고 희망하는 그런 날들을 영국 사람들이 희망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바로 GOOD FRIDAY, EASTER DAY 날이다. 



부활절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3일 만에 부활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러나 현재 영국에서 부활절의 의미는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GOOD FIRDAY라 불리는 첫째 날은 예수님이 십자가 못 박혀 돌아가신 날을 뜻하는 것이긴 하지만 종교적인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모이는 기회, 또는 겨울이 가기 전에 떠나는 휴가의 시작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HOLY SATURDAY는 돌아가신 예수가 무덤에 눕힌 날로 BLACK SATURDAY 또는 EASTER EVE라고 불리고 있다. 전날 금요일과 다음날인 일요일은 대부분의 상점이나 쇼핑센터가 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토요일이 가장 활발히 사람들이 움직이는 날이기도 하다. 

EASTER SUNDAY는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다. 교회에는 이 날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며,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가장 큰 행사다. 

EASTER MONDAY 이스터 홀리데이의 마지막 날로 가족들과 저녁을 하면서 연휴를 마감한다. 



4월 12일 기준 영국 현황, EASTER SUNDAY


보리스 존슨 총리는 며칠 전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오늘 퇴원을 했다. 의료진의 조언대로 휴식을 취할 예정이고 당분간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이 직무를 대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부활절 휴일 동안 사람들이 집에 머물도록 촉구하는 "STAY HOME THIS EASTER"캠페인을 시작했으나 지켜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밖을 돌아다니며 곳곳에서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주말 동안 경찰들의 추가 순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경찰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록다운 조치는 몇 주간 더 유지될 것이라고 하며 기약 없는 시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742백만 개의 개인보호 장비가 의료 최전선에 전달되었고 향후 3주 동안 1차 의료 및 사회 복지 서비스가 필요할 시 온라인으로 요청할 수 있다고 한다. 

인공호흡기가 있는 2, 000개의 여분 병상이 있다고 하나, 현재 영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73758명에 사망률이 12%가 넘었다. 


무지개를 그리던 영국인들에 대한 기대가 무색하게 GOOD FIRDAY 당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흥겨운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기함을 금치 못했다. 집집마다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여는 모양이다. 무지개를 그리며 의료인들을 응원하고 박수를 치던 그들은 어디 갔을까. 사람들의 무분별한 태도에 화가 난다. 현재 사망자가 하루에 거의 1000명에 육박하고 있고, 어쩌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는 훨씬 많은 사망자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특히 코로나 이후 요양원에는 노약자들의 죽음으로 빈자리가 늘어가고 있다. 이 부분은 NHS에서의 사망이 아니라 공식 집계도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부활절을 맞아 마음속에 예수를 그린다. 그가 십자가의 폭풍우를 견디고 부활이라는 희망의 무지개를 피운 것처럼 우리 모두에게도 희망의 무지개가 하루빨리 피어오르길 소망해본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중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을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

"But he was pierced for our transgreeions, he was crushed for our iniquities, punishment that brought us peace was upon him, and by his wound we are healed. "

이사야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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