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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endtic Hannahism Sep 27. 2023

삶을 긍정하는 것

선만 추구하고 살 수 있는가 - 스토아 철학 생각하기


내가 나를 잘 아는 줄 알았다. 

힘든 기간도 버텼고 여러모로 생각도 많이 했으니 

많이 어른 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일요일에 기사 쓰기 스터디가 끝난 후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A가 '누나는 이제 막 세상을 배우는 대학생 같아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어른들은 어린 사람들이 잘못한 것을 보면 허허 웃지 고쳐주려고 잘 안 해요...' 


내가 몸은 자라서 30대 중반이지만 마음이 아직 어리고 포용할 줄 모르며 

내가 나를 가르치지 않고 사는 것이 참으로 부끄러울 때가 많다.


충동적 사고를 하고 갖고 싶으면 어떻게든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그러한 어그러진 모습이 싫으면서도 놓지 못하는 것은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해준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 26세에 그 암흑 같던 곳에서 나와 세상을 다시 시작하는 나로서는 

사람과 직접 말하는 것도 아직도 모자라고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하는 일이 종종, 아니 자주 있다. 

그러면 내가 왜 그럴까에 빠져서 증상에만 신경을 쓸 것인지 

근원을 찾아서 내가 어떻게든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종종 온다. 

전자는 답을 알 수 없는 슬픔만 있고 후자는 그래도 생각할 것이 남는다.


방정리를 하다가 4월에 쓴 일기를 보는데

'내가 좀 더 괜찮은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쓰여있었다. 


나는 항상 그것을 바라는데 손에 잡히 질 않는다.

간절히 원한다는 것은 내게 결핍인 것으로 나는 내 보기에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진짜 그러한가 하고 종이에 써내려 가보면

꼭 그렇지는 아니하다. 더 많은 취미와 책과 다큐와 음악을 대했고 취했다. 

순간순간에 바보 같은 모습이야 당연히 인간이 인간다움으로 자연스럽게 있을 수 있으니 괜찮다 여겼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선이란 좋은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스토아 철학에서는 항상 선을 추구하고 악을 멀리 하고자 한다.

5월쯤에 스토아 철학을 읽을 때는 그것이 일리 있어 보이고 

과연 그러하기도 하네.. 했지만 오늘 다시 그것을 읽어 보니


선한 (좋은)것도 나에게서 나왔고 악한 (나쁜)것도 나에게서 나왔다면 둘 다 내가 긍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긍정이란 POSITIVE와 같이 양으로 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하거나 옳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구나 이것도 나요 저것도 나 구나. 


해가 빛 날수록 나무 밑 그림자는 더욱 진해진다.

내가 선만 추구하려고 하면 악한 것이 더 도드라져 보일 것인 데.


어째서 마치 그것이 내 것이 아니었다는 듯이 선만 챙길 수 있겠나 싶다. 

그런 것처럼 내가 더 나은 내가 되려면 먼저 삶을 긍정해야, 삶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고 

내가 보는 나도 그렇구나 하고 봐주고 타인이 보는 나도 그렇구나 하고 한 번씩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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