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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룬 Dec 30. 2022

#08. 선물포장

포장된 선물은 언제나 하나 이상

★★★

다른 재료의 질감이 정말 다르게 보인다 보인다 보인다.



⠀⠀⠀⠀⠀⠀⠀⠀⠀⠀⠀⠀⠀⠀⠀⠀⠀


   익숙한 모양과 색의 택배 상자는 아무리 여러 번 열어도 기대가 줄어들지 않는 마법을 부린다. 그날도, 기대를 뛰어넘어 감탄이 절로 나는 선물이 들어있었다.   



   포장지에 쓰인 한지는 물건을 감싸기에는 그다지 만만치 않은 지류다. 한 장으로는 너무 얇아 포장하는 중에 찢어지기 쉽고, 찢어질까 봐 여러 장을 겹치면 금세 투박해져 한지의 하늘거리는 질감을 살려내기 어렵다. 재단을 바짝 하면 테이프가 당기는 힘에 종이결이 벌어지고, 너무 여유를 두면 둘둘 감긴 결과물이 둔해 보여 멋이 떨어진다. 물건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겹치기를 달리해야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종이는 한 번 접고 나면 자국이 남아 방향을 바꾸거나 다시 사용할 때 눈에 잘 띄어 굳이 재사용이라고 티를 낼 것이 아니라면 더욱이 신중해야 하는데, 그게 한지라면 첫 손길에 재봐야 할 일이 더 많아진다. 장 당 단가가 높기도 하고.

   리본으로 사용된 가죽끈은 포장에 자주 쓰이는 편은 아니다. 판매 단위 길이는 매끈한 리본들보다 짧고, 구하기도 어렵다. 한지에는 주로 노끈이나 지끈을 사용하는데, 한지로 감싸고 가죽끈까지 사용한 걸 보면 이 선물을 포장한 분은 이 일의 시작을 의미하는 청백적 (이 선물은 K리그 수원삼성 선수의 가족이 서포터스의 아이들에게 운동복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열었을 때, 당첨된 받게 된 것이었다. 그 팀의 상징 컬러가 파랑빨강하양이다.)을 꼭 맞추고 싶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두 가지 색의 가죽끈을 여유 있게 늘어뜨리고, 아이의 이름과 건강을 기원하는 메시지까지.

   이야기를 담은 포장, 나눔의 마음이 상자를 열자마자 품 안 가득히 전해졌다.  



  물건의 크기를 부풀리기 위해 여러 겹 싸거나, 가치를 더하려고 번쩍이는 재료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고급스러워 보이(게하려)는 고가의 포장재가 쓰이기도 하고, 종이만으로도 충분한 포장도 있다. 명절을 전후로 많은 쓰레기를 낳는 난감한 포장도.

  기분 좋은 이벤트 그 자체이지만, 과해지곤 해서 ‘포장’은 환경에는 유해하고, 사치스러운 치장에 불과한, 불필요하게 덧칠하는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단 한 번의 쓸모를 위해 필요 이상의 쓰레기를 낳는다는 사실에 여지없이 동의한다. 그래서 고민하고 주의하려 노력한다. 노력을 해서라도 하고 싶은 일이다.

   문방구와 다름없는 포장 도구를 사들이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찔려서 하는 말은 더더 아니다. 더 이상 일부러 포장지를 구입하지 않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사서 쓰고 남겨둔 포장지와 아트지는 아껴지고 돌려쓰면 앞으로의 포장 작업에 충분할 것이다. 돌돌 말려있는 지류 중에는 십수 년이 넘은 것도 있는데, 정말 아끼며 오늘까지 가져온 것이라 어떤 디자인인지 노력하지 않고도 기억해낼 만큼 소중히 다룬다. 이사하고 남은 얇은 벽지나 소포지도 요긴하고, 미술관에서 큰맘 먹고 작품을 구입하는 마음으로 데려온 다양한 패턴의 아트지는 주로 책이나 작은 상자들을 포장할 때 꺼낸다. 리본으로 포장의 정점을 찍겠다며, 나비 리본은 물론 봉봉리본 꽃잎리본 점잖은 리본 등을 접는 법을 배우러 대학로까지 나가 리본 아카데미를 다니기도 했다. 리본 역시 더 이상 새로 구입하지 않지만 나눠주고 정리하고 책갈피까지 만들고도 색깔, 원단, 사이즈가 각기 다른 리본이 두 상자나 있다. 가끔 그 상자들을 꺼내두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정리를 하며 명상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 외에도 입체감을 주는 폭신한 양면테이프나, 스탬프와 도장, 다양한 굵기의 펜들, 네임 태그 등의 아이템들은 포장을 위해 세상에 나오지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가져다 어울리는 쓰임을 발견할 때 포장은 더욱 즐겁다.

 

   소소한 정성이지만, 단순한 손의 놀림이 보기에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나 아닌 누군가에게 이르러야 완성된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어른 아이, 부모 자식, 연인, 산타의 선물까지! 주고받는 선물이 있는 순간에는 순수한 기쁨이 가득하다. 손에서 손으로 옮겨지는 기쁨을 조금이라도 더 길게 늘이고 싶은 마음이 포장을 부르는 게 아닐까.

   

   포장지를 넓게 펼쳐, 보내는 마음을 곱게 접는다. 선물의 모양에 맞게 단정히 접히는 모서리를 따라, 받는 이를 위한 소망과 기도의 끈을 엮는다. 마침내 선물이 제 주인의 손에 이르고, 떨리는 손이 설렘으로 맞아 포장을 풀어내기까지 그 짧은 순간은 또 하나의 선물이 된다. 그렇게 몽글몽글 피어오른 감정으로 둘러싸인 선물은 포장지가 뜯겨도 사라지지 않고 함께 실려온 정성을 흔적으로 남긴다. 그렇게 남아 선물을 빛낸다. 그래서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신생아의 옷을 다루듯 조심스레 포장을 뜯으려 하고, 기쁨을 몰고 온 건네는 사람은 팍팍 뜯어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굳이 의미를 더하지 않더라도, 예쁘면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게 당연한 일. 기대에 기쁨을 더하는 정도로 과하지 않게, 근사한 사람으로 대접하는 작은 리본이라도 달고 싶다. 여러 상황을 고려하며, 가능한 간소하게포장을 최소화하지만 그렇다고 즐거움이 작아지지 않는다. 조건 없이 기쁘기만 한 그 순간을 위해, 받는 사람과의 지난 시간 다가올 시간을 떠올리며, 나는 기꺼이 포장할 일이 생기길 기다린다. 어울리는 포장지와 리본을 들추고 고르는 모든 순간에, 카드에 메시지를 적을 때까지 내 마음을 싣는다.    


모르던 분에게 받은 선물이지만 낯설지 않은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정성이 실어온 포장된 선물을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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