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케이크 애호가의 디저트타임

'사소한 것만이 행복이다'

by blue

저의 당근케이크 사랑은 역사가 오래되었습니다. 당근케이크를 처음으로 영접하게 된 것은, 제가 대학생일 때 였습니다. 신촌의 까페 문화 태동기에 대학을 다녔던 저는, 신촌의 창천교회 가까이에 있던 '까페까페'란 까페에서 처음으로 당근케이크란 것을 먹어보았습니다. 아주 놀라웠습니다. 원래 당근헤이터였던 제가 당근을 쪼물딱쪼물딱해서 만든 달콤하고 폭신한 케이크를 먹게 되고 반하게 된 것은요. 저는 친구들과 그 까페의 단골 손님이 되었고, 아메리카노와 당근케이크를 시켜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 푸욱 빠졌습니다.

저와 지인들은 사회인이 되었고,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저는 퇴사를 몇번 하였고, 후회를 하며 재취업을 준비 중입니다. 취준을 하며 남는 시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지역아동센터에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꽃꽃이 클래스를 열어주기 위해 양재꽃시장에 꽃 가격을 조사하러 가야 했습니다. 심심할 것 같아 아는 동생에게 같이 동행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착한 동생친구는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저는 꽃들을 둘러보고 이것 저것 조사했습니다.

꽃들을 보고 나서, 우리는 가까운 까페로 향했습니다. 원래 저는 스타벅스 매니아지만, 양재꽃시장 주변엔 스타벅스가 없었고 - 또 저는 투썸 플레이스의 창문에 큼지막하게 적혀 있던 "프리미엄 디저트"라는 말에 꽂혀버렸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 프랜차이즈 까페로 들어섰습니다. (광고성 글이 아님을 밝혀 둡니다) 쾌적하고 햇살이 잘 들어오는 공간에서, 우리는 케이크 진열대 가까이로 갔습니다. 아! 저는 가슴이 살짝 두근거렸습니다. 거기에는 당근 케이크가 있었습니다. 제가 학부시절 까페와 까페에서 벌어지던 이야기들을 사랑하게 하였던 그 당근케이크가요. 저는 망설임 없이 "우리 당근 케이크 먹자!" 하고 외쳤습니다. 그 외에도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들이 많았습니다. 일러스트로 그리기 좋아보이는 딸기생크림케이크 한개, 오레오초코칩 케이크 한개를 더 골랐습니다. 케이크들과 잘 어울리는 아메리카노 두잔도 시켰습니다. 아, 행.복.해!

우리는 케이크들과 아메리카노 두잔을 들고 우리 자리로 왔습니다. 너무나 예쁜 그림이었습니다, 케이크들은 어쩜 그렇게 예쁘고 귀여울까요? 먹기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특히나, 당근케이크 한 조각 위에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작은 당근 모형이 올라가 있어 정말 깜찍했습니다. 우리는 디저트 타임을 갖기전에 필수 코스인 인증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 입 먹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예전의 그 맛이 떠올라 신기했습니다. 대학 시절의 소소한 기억들이 함께 떠오르는 기분이었습니다. '까페까페'의 구조와 주변 경치들, 함께 했던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얘들아, 잘 지내고 있지? 나도 잘지내'

친한 동생과 저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왠지 단것과 쓴 커피를 먹고 있으니,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술술 나오더라고요. 썸타고 있는 이야기, 가톨릭 신자들의 이야기, 좋아하는 연예인들 이야기, 어머니들의 미모 이야기, 우리는 예쁘고 자신감을 갖자는 이야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이야기, .... 별것 아닌 이야기들을 하는데 기분이 왜그렇게 좋던지요. 좋아하는 동생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수다를 떨며 깔깔 웃으니 정말 스트레스가 다 해소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아 역시 대학 친구들이 알려준 것처럼, '행복은 사소한 데에 있어', 하고 글을 쓰는 지금에야 그 행복한 기분의 정체를 깨달았습니다. 제 대학 친구들이 알려준 명언이에요. '사소한 것만이 행복이다' . 우연히 발견한 당근 케이크가 그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어요. 당근케이크야 고맙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는 행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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