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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자전거

by 강노아 Jan 13. 2025

 한국에 들어와 잘한 것 중 하나가 새 자전거를 구입한 이다. 장비가 하나씩 늘더니 나는 자전거 도사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장비를 갖추면서도 여전한 금기는 쫄쫄이 바지다.


 그것은 "라이딩어바이크" 하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남사스러운 둔부와 흉측한 음부의 선이 싫어 죽을 때까지는 입지 않을 것 같다. "있어 보이기"를 좋아하는 세태는 너나 할 것 없이 실력보다 장비에 목숨을 걸지만, 난 여전히 "김민기의 봉우리 듣기"를 좋아한다.   


 나의 첫 자전거 체험은 쌀집 자전거였다. 친구 아버지는 쌀집을 했고 그 집엔 배달하는 큰 자전거와 좀 작은 생활자전거가 있었다. 아저씨는 나에게 자전거 가르쳐 주었고 얼마 안 가 친구와 나는 자전거 앞뒤에 타고 언덕을 내려오며 앞뒤자리 바꾸는 묘기를 몸에 익혔다.


 어느 날 그것을 본 아버지는 위험하다며 새 자전거를 사주었고 키가 크면서 여러 번 자전거를 바꿨다. 대학 새내기 무렵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자전거를 장만했다. 그날은 너무 좋아 며칠 동안 방에 놓고 구경만 했다. (지금도 새 골프화를 사면 침대맡에 놓고잔다)


어느 날 대통령이 총에 맞아 죽었다. (신동우 화백의 계몽만화만 보고 자란 우리는 한번 대통령은 영원한 대통령인 줄 알았다.)


 사고 발표가 있던 날 밤, 서울의 우리 동네엔 소나기가 심하게 내렸다. 그때 신혼의 밀월이 끝난 자전거를 대문 앞에 세워놓은 것이 생각났다.


그런데,


자전거를 도둑맞았다.


 부모님은 TV에 머리를 박고 있느라 내 비명을 듣지 못했다. 아버지는 서거에 눈물을 흘렸고.


 나도 울었다.


 아버지는 내가 자전거를 잃어버려 우는 줄을 모르고 나라를 걱정하는 대견한 아들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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