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 하는 책. 인생 책을 마음서재에 꽂게 되면서.
막 9살 쯤이 지났을 무렵이다. 아버지께서 집으로 전화가 오셨다. 당시에는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아버지는 집 앞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하셨다.
"거치니가? 집 앞에 아빠랑 머 사게 나온나."
이 날은 내가 기억하기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논다고 학교를 가지 않았다. 9살이여서 방황을 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였다. 그냥 노는게 좋을 나이였다. 그래서 어머니와 학교는 난리가 났고, 당연 아버지의 귀에도 들어간 모양이였다. 하루종일 어머니께 혼이나고 풀이 죽어 있었다. 아버지는 나를 혼내기 보다는 무언가를 해주고 싶으셨나보다..
기억하길. 겨울이여서 두꺼운 외투를 입고 내복만 입은채 나갔던 것 같다. 아버지를 만났고, 저녁 전이라 아버지는 분식집에서 `꼬치`를 사주시면서 서점에 갈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이때 까지 `서점`이라는 단어를 몰랐다. 그냥 아버지가 무언갈 사신다고 했으니까. 파는 곳이겠거니 했다.
우리 집에서 5분 정도만 걸으면 서점이 나왔다. 나름 동네에서 큰 서점이였는다. 들어가자 마자 아버지는 책을 골라 보라고 하셨다. 나는 이때만 해도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문제집 말고 읽어 볼 책을 골라야 한다."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몰랐다. 아버지는 옆에서 내가 책을 고를 때까지 같이 책을 보시고 계셨다. 그냥 아버지를 따라 했다. 제목을 읽어보고 앞 뒤를 보고 그냥 넘겨 보았다. 두꺼운 책들은 바로 거부감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조금 얇은 책이지만 두꺼운 종이로 표지가 되어 있는 책을 골랐다. 그리고 앞 뒤를 살피고, 첫 장을 펼쳐 보았다.
그렇게 선택한 책 2권을 들고 집으로 왔다. 오면서 아버지와 이야기를 했는데 오전에 내가 했던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타이르셨다. 당연히 알곤 있다고 들떠서 `재잘재잘`했다. 집에 와서 아버지께서 사주신 책을 보았다. 위기철 작가님의 [아홉살 인생], [껌] 이라는 작품이였다. 그땐 위기철 작가님이 누군지도 몰랐고 그냥 책의 두께가 비슷했고, 그 시대 책 치곤 깔끔해 보였다. 표지는 단순히 흰색에 글자만 있는 표지 였다.
그리고 그날 `아홉살 인생`을 다 읽었다. 내가 책을 이렇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니 신기했다. 다음 날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이 들어오지 않았다. 친구들이랑 노는데도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다. 그냥 집에 가서 남은 `껌`을 읽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책을 좋아 하게 되었다. 틈나면 어릴때 아버지를(어머니보단 아버지가 책을 잘 사주셨다.) 꼬셔서 서점에 가곤 했다. 그 당시에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나오고 있었는데 거의 일주일에 한번씩은 서점에 가서 책을 샀던 것 같다. 그렇게 중학교 2학년까지는 거의 책을 읽으며 살았다.
인생책이라는 말을 들으니 생각이 난다. 그 날 아버지가 책을 사주시지 않으시고 그냥 나를 혼내셨다면 나는 책과 친해 질 수 있었을까?. 나의 인생책은 위기철 작가님의 `아홉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