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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 Nov 29. 2023

프롤로그

제가 로스쿨을 다녀봤는데요


내가 결혼을 언제 했더라? 매년 결혼기념일이 몇 주년인지 기억이 안 나면 로스쿨 때 학번을 떠올려보곤 한다. 로스쿨 1학년때 결혼을 했으니까 2011591로 시작했던 내 학번은 아직 선명하니 그 번호로 내가 2011년에 결혼을 했었지 되뇌곤 한다.


내가 벌써 결혼을 한지도, 로스쿨에 입학한 지도 13년이 넘어간다. 10여 년 정도가 넘어가니 그때 나는 무슨 에너지와 무슨 정신으로 로스쿨을 다니며 어려웠던 법 공부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들도 낳고 영국 옥스퍼드에 모의 법정대회도 나가고 변호사시험도 치렀을까 나 스스로 나라는 인간이 궁금해진다. 하나만 하기도 바쁜디 뭐 이렇게 숨 가쁘게 달렸어, 과거의 나에게 물어보고 싶다.


돌아보면 정말 어려서 열정이 넘쳤고, 해맑은 바보였고, 무식해서 과감했다. 내 선택의 결과를 만약 미리 알 수 있었다면 내가 그때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그때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떤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으니 내가 크게 후회하는 선택은 없다. 그렇지만 닥쳐올 미래를 모르니 순간순간 감으로 선택했을 뿐이지 매번 확신이나 자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매도 알고 맞으면 더 무서워서 피하게 되는 것처럼, 나에게 지금 2011로 돌아가 똑같이 살아내라고 하면 지금은 못할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은 거울을 볼 때다. 내가 생각하는 내 이상적인 어여쁜 얼굴은 로스쿨 입학 때의 모습인데, 거울에 비친 지금 내 얼굴은 좀 안쓰럽다. 언제 이렇게 흰머리가 많이 늘고 언제 이렇게 눈가에 잔주름이 많아졌는지. 고생을 하지 않았어도 똑같이 늙었을 일인지도 모르지만 나만 아는 내 고난의 시간이 보여서 그런지 거울이나 자연광 속에서 찍은 정직한 사진을 볼 때마다 흠칫 흠칫 놀라곤 한다.


어찌 되었건 열심히 (스스로를) 갈며 살아낸 덕에 지금 어여쁜 아들들도 고 변호사도 되고 괜찮은 직장에도 다니니 조금 나이를 먹으며 늙어졌어도 기쁘게 잘 받아들이련다.


프롤로그가 사실 뭔지 몰라서 그냥 쓰다 보니 꼭 서문이 아니고 <마치며>를 쓴 기분이다. 그렇지만 오해 마시라. 앞으로 매주 줄줄이 사탕으로 생생한 우당탕탕 로스쿨 (+ 결혼 출산) 경험기를 들고 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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