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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발걸음, 나를 만나다 - 마지막 편

김꼬마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by 김꼬마

#작은 발걸음, 나를 만나다 - 마지막 편

김꼬마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의 마지막 편을 준비했습니다.

작년 이맘때 즈음 걸었으니, 벌써 1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때의 감정과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때의 감정은 많이 달라졌을 거라 생각하고,

약간의 텀을 둔 것도 사실입니다. (너무 텀을 주었지만요 @.@)


철의 십자가를 지나면서, 순례길에 대한 생각은, '잘 갖추어진 트래킹 코스이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의 인생이란 것이, 어떤 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시작은 항상 어렵고, 고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 가는 길들이 편해지고, 또 가끔은 어려워지기도 하고, 쉬워지기도 하고의 연속적인 모습들이 많이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모습들의 Camino France의 순례길에서는 복합적으로 많이 나타나져, 그러한 감정들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다른 길들도 어떤 느낌인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둘 수 있는지 제가 겪어보지 않았기에, 표현할 수 없지만, 사람들이 제일 많이 가는 프랑스 순례길은 그러한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가끔은 어떠한 환상으로 인해서, 순례길이라는 의미부여로 대단한 길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순례길이 여러 갈래이듯, 우리의 인생도 다양하듯, 어떠한 일을 하든, 어떠한 인생을 살든, 사람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듯, 각자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대단한 것이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순례길은 또 다른 위로의 길이었기도 했습니다. 반려자를 먼저 하늘에 보냈거나, 아픔이 있는 사람들에게, 같이 길을 함께 하였던 사람들은, 그들에게 마음의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물질적인 나눔이 아닌, 길을 걸으며, 식사를 함께하며 마음을 나누었고, 위로가 되어주어, 순례길을 자주 올 수 있는 유럽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길일 수 있겠다. 생각이 됩니다.

(물론 성수기 때는 좀도둑도 많고 하지만요. 워낙 사람들이 많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지만, 항상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게 옆에 있어준다면, 주변에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는 한 없는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이제는 순찰차도 많이 돌기도 하고, 길도 많이 정비되어, 잘 만들어진 트래킹 코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가볍게 주말에 어디 마을부터 시작하여 어디 마을까지, 친구들끼리 걷기도 하니깐요.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곳을 걷고 나서 아픈 병이 나아지고, 좋은 일들이 생기는 건, 그곳을 걸어서가 아니라, 마음의 위로가 되고 자신이 소중해지는 시간이 되었기에, 그곳이 좋아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 하나는, 내가 살아온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름 힘들게 살아왔다고 생각이 되는데, 다른 이들의 아픔이 더 크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요즘 흔히 밈처럼 '누구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라는 말처럼 자신이 더 소중해지는 시간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길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외국 사람들은 물론 많은 도움 주셨던 한국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도 인연을 이어나가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또 연이 닿지 않으면 멀어질 수 있지만, 그때의 감정이나, 감사함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나마 감사함을 남겨두겠습니다.


나중에 몸이 편해지고 나서는 쓰지 않았던 순례길에서 어느 하루의 일기를 쓰며, 마무리할까 합니다.

Day21. El Burgo Ranes

18km 길이의 코스였고, 일요일이라 차가 거의 없는 관계로 자갈밭이 아닌 아스팔트를 걸어서 평소보다 쉽게 걸을 수 있었다. 중간에 재미나게 덴마크에서 태어난 한국 분을 만났는데, 난 영어를 못하니, 독일어 살짝 했는데, 그분이 독일어도 할 수 있다고 하여,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그분도 이러한 상황이 아이러니 한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분과 헤어지고 무인 알베르게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라트비아에서 온 얀이라는 친구가 난로 불을 때 줘서, 몸이 아픈 나에게 휴식을 선사해 주었다. 저녁에 또 게스트가 세 명이 도착하였는데 한국분 2명과 미국인 1명이었다. 처음에 수염이 많아서 스페인 분인줄 알고,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한국분이라 하셔서 너무 반가웠다. 덕분에 감기약도 얻었다. 성함은 전영환, 이동걸 형님이셨는데, 친구분이셨고, 동걸 형님이 가자고 하셔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영환형님은 7년 전 이후 두 번째라고 하셨다.) 일요일이라 먹을 곳이 없어 근처 주유소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저녁 시간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다들 잠을 청하러 들어가고, 영환 형님의 인생스토리를 듣고, 파란만장도 하시고 재밌게 이야기도 하셔서 시간을 보냈다. 나의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재밌고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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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꼬마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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