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간 동료들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종종 갖게 됐다.
그들 중 어떤 이들은 커리어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었고, 또 어떤 이들은 곧 회사를 떠날 예정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들의 눈에서는 꽤나 단호한 빛이 스쳤다. 붙잡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란 것쯤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이전 글에서 ‘퇴사에 앞서, 먼저 주변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내용으로 글을 썼는데.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손쉽게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동료인가’는 또다른 문제였다. 많은 시간 미팅을 갖고 모니터만 뚫어져라 바라보느라, 오후 서너 시가 되어서야 주변 동료들에게 인사를 건넨 적이 허다했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과거의 나 또한 퇴사와 관련해서 작정하고 입을 다문 건 아니었다. 오히려 누구에게,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지조차 알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내가 전하는 조언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의 마지막 글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다. 이 또한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역설적이게도 ‘회사를 떠나려거든, 평소보다 더 열심히 회사를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전 직장에는 리더라고 말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주어진 시간만큼 적당히 일하면서 본인이 맡은 상품의 디테일도 잘 알지 못하는, 실무는 전부 다 사원과 대리에게 떠넘기고 중요한 보고만 준비하는 관리자들 말이다. 아마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유형일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결코 회사를 떠나지 않을 거라면 이런 식으로 일해도 된다. 적당히 눈치를 보며 윗선에 밉보이지 않고 이래저래 성과만 유지한다면, 생각보다 회사에 꽤 오래 붙어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언젠가 그 회사를 떠날 거라면, 그렇게 빈털터리인 채로 떠날 수는 없지 않은가? 현재 회사에서의 경력을 모두 없는 셈 칠 게 아니라면, 그곳에서 떠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야 한다.
최소한 1) 업계가 돌아가는 방식 2) 업무와 관련하여 당신이 검증한 가설 및 결과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꼭 필요하다.
특히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면, 본인이 맡고 있는 상품에 국한해서 좁은 시야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담당하고 있는 상품에 대한 디테일한 이해는 충분하다는 전제하에, 업계 내 다양한 플레이어의 이해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타부서에서 관리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뒷단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직접 그림을 그려보는 게 좋다. 그 그림에서 비어있는 정보는, 지금 그 직장에 몸담고 있을 때에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당신이 일상적인 업무를 하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미리 정리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주간 실적 보고서를 작성하며 특정 지표들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데이터를 추출해본 과정 등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다. 평소 업무 과정에서 궁금했던 것들, 추측만 해왔던 것들은 이번 기회에 모두 확인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집요하게 파고들어라.
몸담았던 곳에 대한 깊은 이해는, 향후 어떤 업계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당신만의 자산과 경쟁력이 되어줄 것이다.
마음속에 사표를 간직한 채 출근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자, 지금까지 몇 편의 짧은 글을 써 내려왔다.
당신의 커리어를 위해 회사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마음으로, 퇴사를 차근차근 준비해 가기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나눈 이야기들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