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에 뒹군건 누군가의 아빠다.

직장적인, 너무나 직장적인 4편

by 서안

"멀쩡해요"

다리에 깁스를 하고 얼굴에는 보기 싫게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

몇 만원 더 벌어보겠다고 시작했던 일이라고 했다.

그만큼 했으면 되었다고 말하고 돌아섰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아스팔트에 뒹굴도록 만들었나 원망스러웠다.


그는 더 벌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자본주의로 들어찬 세상을 살기 위해서 많은수록 좋은 것이라며 한가로이 맞장구 쳤다.

의미없이 맞장구치는 내 모습은 되돌아 보면 추악함 그 자체였다.

새벽에 눈을 떠 출근하고 10시간의 노동을 끝낸 그는 다른 노동을 시작했다.

치킨을 마음껏 사주고 싶다는 유치한 소망이 그를 또 다른 노동으로 몰아세웠다.


어쩌면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그를 세상은 끊임없이 몰아세웠다.

만족해서는 안된다고, 뒤쳐져서는 안된다고.

세상 모두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로 돈을 쉽게 많이 버는 것 같다고 했다.

자신만 뒤쳐진 것 같다고, 무엇이라도 해야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는 것이 없고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잃으면 안 된다고 했다.

한 번만 잃어도 재기하지 못할거라는 두려움에 그 흔한 영끌조차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잃을 일이 없을거라, 노동을 팔러 거리로 나선 이유이다.


다친 채로 앉아 치킨을 못 사주면 어떻하나 걱정하는 모습이 우습다못해 화가 났다.

그만큼 했으면 되었다고 말하고 돌아섰다.

몇 만원이 아이들의 아빠를, 한 여자의 남편을 아스팔트에 뒹굴도록 만들었다.




직장인들에게 투잡이 필수라는 세상이다.

노동을 팔아 먹고 사는 것이 어려운 세상은 자본주의라는 것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존재했다.

아니 어쩌면 인류가 탄생한 그 순간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선배, 뭐 할거 없어요?"

또 묻는다.

돌아보며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어본다.

만족하고 살아야 한다고 능청스레 말한다. 들어먹힐리가 없다.


끼리끼리 모여앉아 돈 벌 궁리를 한다.

현실은 시궁창같은 월급쟁이들이지만 이야기 하는 동안은 모두 투자의 고수로 빙의한다.

줏어들은 성공담과 카더라 통신, 신문기사를 버무려 눈 앞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커피가 바닥을 보이면 다시 현실의 사무실로 돌아가 월급쟁이로 충실한 삶을 살아간다.


노동을 팔아 먹고 사는 이들이 노동을 파는 것도 부족한 세상이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팔아서 살아가고 있는데 그것도 부족해 영혼까지 저당잡혀야 한다.

영혼까지 끌어서 투기와 투자의 경계선에 서야한다.

영혼을 저당잡혀 불확실하지만 돈을 벌어보던지, 자유로운 영혼을 얻되 확정된 가난을 얻던지.

너도나도 영혼을 저당잡혀 도박판에 섰다.


도박판에 선 것도 부족해 노동을 마친 저녁시간 마저도 저당잡혀야 한다.

투잡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는 대리운전을, 누군가는 배달을, 누군가는 택배를 하러 간다.


그렇게 인생을 저당잡히고 저녁시간마저 저당잡혀 사는데도 여전히 부족하다 느낀다.

끝없이 위를 바라보며 사방에서 조바심을 부채질한다.

끊임없이 도박판의 승자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며, 당신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아니 당신도 해야 한다고 종용한다.


"그냥 만족하고 살아.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어야지"

능청스러운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소박하게 이대로 살아가는 것이 거창하고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세상에서

나의 대답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대로 그 날까지 나는 그냥 만족하고 그렇게 살고 싶다.




1. 불치병임을 알고도 출근을 했다.

2. 줄은 타고 싶다고 타는게 아니다.

3. 사람을 얻는 달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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