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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샐러드와 된장국, 닭고기간장조림

시판은 죽어도 싫은데 요리는 또 귀찮은

by 이지



태어난 지 17개월이 된 우리 딸. 한창 성장하고 있는 건지 요즘 먹는 양이 대단해졌다. 배가 터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밥도 많이 먹고 과일도, 과자도 많이 먹는 우리 딸.


지난 월요일, 남편 당직으로 어린이집 등하원을 책임져야 하는 날이었다. 연차를 내 출근은 하지 않고 마음 편히 아침부터 아이와 놀아주다가 9시 좀 넘어서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었다.


‘이 귀한 혼자만의 시간 동안 뭘 하지?’


우선 산후우울증과 수면장애 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의학과에 가서 약을 타고 근처 카페로 피신한다.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아주 편한 마음으로 책도 보고 다이어리도 쓴다.


그러고 나면 벌써 1시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1시라고? 3시간 뒤 하원이라고? 빨리 집안일을 해야 한다. 집에 가서 빨래를 돌림과 동시에 청소기 코드를 꼽고 미친 듯이 청소를 한다. 창문도 활짝 열고 에어컨도 튼다.


이제 2시다. 벌써 땀이 비 오듯 한다. 워터파크에서 물이라도 끼얹은 듯한 몰골.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바로 아이 유아식 만들기.


회사 다니고 아기 케어하고 그 와중에 유튜브에 독서에 글쓰기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보내는 시간들 속에서 도저히 포기가 안 되는 것이 아기 밥이다. 바쁘면 시판 먹이라는 주위의 권유에 절대로 굴복하기 싫은 이 알량한 고집.


이런 엄마를 둔 탓에 아기는 평일 저녁 거의 비슷한 메뉴의 밥을 먹게 된다. 감자와 계란, 오이를 죄다 으깨서 마요네즈를 넣고 만든 감자샐러드와 제일 만만한 된장국, 그리고 닭고기야채조림이다.


야채도 있고 단백질도 충분하고. 완벽한 식단인데? 는 나의 생각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잘 먹어주는데 언제까지 이 메뉴로 돌려 막을 수 있을까?


반찬 세 개를 만드니 3시다. 샤워하고 잠깐 물 한잔 하며 쉬니 곧 4시. 아기 데리러 갈 시간이다. 집에 데려와서 놀아주고 어제와 비슷하지만 새로 만들어서 조금 다른 저녁밥을 차려줘야지. 이거 말고 야채와 고기를 조화롭게 줄 수 있는 반찬이 없나?


저녁 다 먹이고 나는 ‘아기 카레가루‘를 검색해 본다. 찾았다. 나의 구세주. 죽어도 시판 반찬은 찾아보지 않는다. 카레를 너무 많이 만들어두면 아기가 노래질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반찬에 하나 더 선택지가 추가되는 거야. 얼른 카레 가루를 주문하자.


아무리 바쁘고 시간 없어도 직접 만들어서 주고 싶은 엄마 맘이라고 생각하자.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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