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마지막 일정 = 빨래와 설거지
오후 5시 45분, 퇴근 15분 전이라는 알림이 모니터에 뜬다. 슬슬 업무를 마무리하고 가방을 싼다. 독서와 기록을 좋아하는 워킹맘의 가방은 책 2권과 다이어리, 필통이 항상 있다. 특히 금요일은 주말에 읽을 책들을 더 챙겨야 해서 가방이 두둑하다.
6시가 되자마자 지점장님과 팀원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부리나케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아이 어린이집 하원에 늦지 않으려면 버스 정류장까지 뛰어야 한다. 다행히도 운 좋게 집 앞까지 가는 버스가 오고 있다. 미친 듯이 달리느라 가방 안 책들은 덜그럭 덜그럭. 휴, 겨우 탔다. 잠깐의 달리기와 땀방울이 시간을 10분 정도 더 줄여주었다.
몇 남아있지 않은 어린이집에 제일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아이가 우리 아이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뛰어가 하원하면 아이는 엄마! 하며 내 다리 사이로 안긴다. 급하게 오느라 흘린 땀이 어느새 잊힌다. 아이를 데리고 얼른 집에 돌아가 가방을 놓자마자 챙기는 건 아이 저녁밥.
주말에 미리 만들어 둔 반찬 중 하나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데워 밥과 함께 비빈다. 닭고기 계란덮밥이다. 아이가 좋아할 법한 적당히 달고 적당히 간이 된 맛. 다행이다. 아이가 너무 잘 먹어주었다. 다 먹고 거실에서 혼자 노는 동안 재빠르게 샤워를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때부터는 책지옥 시작이다. 자기 전까지 무한반복으로 책을 읽어 준다. 아이의 최애책은 비행기와 자동차책, 호랑이와 딸기책이다. 온갖 리액션과 표정으로 열심히 읽어주다 보면 손가락을 빨면서 눈을 비비기 시작한다. 졸리다는 신호다. 그러면 불을 끄고 슬며시 재우기를 시도한다.
그리고는 육퇴. 하지만 집안일이 남았다. 아직 난 퇴근 전이다. 아기 밥을 주고 남아있는 설거지와 집에 도착하자마자 돌려둔 빨래, 건조기 먼지떨이를 한 아기 빨래들을 개야 한다. 하면서도 ‘와 정말 쉴 새가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갠 빨래는 차곡차곡 서랍에 넣고 돌린 빨래는 건조기로. 설거지 전 건조대에 있던 그릇과 냄비들은 선반에, 그리고 새로운 설거지는 다시 건조대에.
이렇게 나의 하루가 마무리가 된다. 하루의 끝엔 언제나 집안일이 날 기다리고 있다. 고무장갑을 벗는 순간, 진짜 퇴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