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아기의 입원, 회사에 민폐일까?
여느 때와 같이 퇴근 후 아기 어린이집에서 픽업하고, 밥 먹이고 놀며 저녁 시간 보내던 때. 아기가 가래 섞인 기침을 하더니 밤이 되자 열이 38-9도로 오르기 시작한다. 너무 놀래서 빨간 챔프 약을 급하게 먹여보는데 떨어지지 않는 열. 교차복용 끝에 겨우 열이 내려 재웠다.
다음날 아침 남편이 급하게 어린이병원으로 갔고 나는 조금은 걱정되는 마음, 남편이 있어 든든한 마음 반으로 출근해 모닝 페이지도 쓰고 신문도 보며 그날의 루틴들을 이어가고 있었다.
“여보, 아기 폐렴이 심해서 지금 바로 입원해야 한대. 입원 수속 중이야. 나 오늘 휴가 낸다.”
9시 넘어서 한창 상담을 이어가고 있는데 걸려온 남편의 전화 한 통.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당장 드는 생각은 ‘지금 바로 가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예약되어 있는 고객들이 너무 많다. 어떡하지?
‘이건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어렵지만 말씀드리고 병원으로 가자 ‘
지점장님께 양해를 구한다는, 너무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지금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사정을 말한다. 어쩔 수 없으니 어서 가보라고 말씀하시지만, 예약 고객들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지점장님의 말투와 뉘앙스. 그걸 또 찰나의 순간에 알아차린 나란 예민보스.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지만 어쩔 수 없다. 출근 한 시간 만에 컴퓨터를 끄고 짐을 싸서 카카오택시를 부른다.
병원에 도착하니 입원실에서 링거를 꽂은 채로 엉엉 울고 있는 우리 아기. 낯선 공간, 주사, 진찰이 무서웠던 모양이다. 울음이 추슬러지기까지 2-30여분이 걸렸다. 아픈 아기 앞에서 부모는 뭐든지 원하는 것을 해주는 ‘지니’가 된다. 어쩔 수 없이 까까와 타요버스 영상을 틀어준다. 컬러버스가 출동합니다. 노래와 함께 언제 울었냐는 듯 몸을 흔들어보는 아기.
검사 결과는 심한 염증. 최소 4-5일은 입원해야 한다는 소견이다. 오늘 급하게 나왔는데 이틀 더 휴가를 내야 한다. 또다시 눈 질끈 감고 지점장님께 전화해 휴가를 내겠다고 말씀드린다. 죄송하다는 말에 ‘그래, 어쩔 수 없지’라고 하시는데 왜 자꾸 ‘그래’라는 말이 마음에 걸리는지.
같은 워킹맘 동기에게 털어놓으니 ‘언니, 난 아기 낳고 복직하고서부터 미움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내려놨어. 언니도 좀 내려놔.’라고 한다. 아기를 낳았다고, 그래서 이런 급한 일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자주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야 하는 걸까? 속상하면서도 우선순위를 생각하면 무조건 가족이 1순위니까, 맘을 내려놓자고 되뇌어보게 된다.
그래. 아기가 얼른 낫는 것에 먼저 집중하자.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회사로 돌아가자. 엄마는 얼굴도 두꺼워야 한다던데 내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니니까. 비록 나의 부재로 팀원들이 하루 이틀 좀 더 피곤함과 바쁨을 겪었겠지만 어찌 되었건 회사는 굴러가게 되어있고, 아기는 자신의 전부인 엄마가 없으면 안 되니까.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미움받을 수 있다’는 용기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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