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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가 커진 만큼 사랑도 커진다(?)

피자와 맥주가 만들어 낸 크나큰 사랑

by 이지



출산한 지도 어느덧 1년 하고 6개월이 흘렀다. 임신 막달에 72kg라는 역대급 몸무게를 찍었고 금방 다시 예전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만 알았다.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10킬로가 저절로 빠졌다. 그런데 아기가 통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나도 저녁에 눈을 좀 붙이는 시간이 늘었고, ‘육퇴’라는 것이 생기면서 저녁에 괜히 입이 심심해지기 시작했다.


‘난 왜 뭐가 이렇게 먹고 싶은 걸까?’


남편에게 말하면 내 맘을 너무 잘 이해하고 바로 배민 어플을 켠다. 우리의 최애 메뉴는 말만 들어도 뒤룩뒤룩 살이 찔 것 같은 ‘피자’다. 피자 중에서도 파파존스 페퍼로니 피자를 최고로 꼽는다. 갈릭 소스에 듬뿍 찍어 먹는 그 새콤 짭짜름한 맛, 저절로 입맛이 다셔지는 대체 불가능한 맛이다.


‘파파존스’라는 피자를 알게 된 것도 이제 10년이 다되어 간다. 남편과 연애 초기였던 10년 전, 그땐 난 1년에 피자를 1번 먹을까 말까 했을 정도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식 중 하나가 피자였다. 그런데 남편이 최애피자라며 파파존스를 소개했고 연애 초기라 거절하지 않고 그냥 먹어본 것이 맛의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남편과 파파존스 피자를 몇 판이나 먹었을까? 출산 이후로도 이어지는 피자의 향연으로 결국 난 임산부 못지않은 몸으로 회귀하고야 말았다. 복직 후 일과 육아를 병행해서 피곤하다는 걸 빌미 삼아 저녁마다 더 달렸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 남편의 생일날 연차를 내고 둘이서 오랜만에 아웃백에 가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먹으면서,

‘오빠, 나 예전이랑 많이 변했지? 내가 봐도 이제 너무 뚱뚱하고 아줌마 같아서 자괴감이 들어..’라고 했더니 남편이 뜬금없이 ‘그래도 난 네 부피가 커진 만큼 사랑도 더 커졌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나라는 사람의 부피가 더 커져서 자기의 사랑도 그만큼 커졌단다. 난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어이가 없는데 반박하지 못해서 웃어버렸다. 내가 살이 쪘어도 좋아하긴 한다는 거 같은데,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아...


그렇게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접시가 뚫어지듯 싹싹 긁어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남편에게 무심결에 이런 말이 나왔다. ‘오빠, 난 작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거야.’ 그러고는 우리 둘 다 차 안에서 박장대소를 했다. 그래, 오빠의 사랑은 너무 과해... 그리고 그건 모두 내가 자초한 일이야. 이제 작은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그리고는 서둘러 방울토마토를 주문한다.


올 하반기 목표는 남편에게 작은 사랑받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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