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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다시 글을 쓰기까지

결국 회복의 길은 내가 ‘나’로서 있는 시간을 갖는 것

by 이지

브런치에 마지막 글을 쓰고 한 달이 지났다.


8월까지 나는 회사에서 일을 하며 업무 시작 전 아침 시간엔 신문을 읽고 일기를 썼고, 점심시간엔 식단을 하며 퇴근 후에는 육아와 집안일을 하고 독서를 했다. 그리고 그런 일상들을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매주 유튜브에 브이로그 영상을 올렸다. 물론 매주 브런치 글 연재하는 것도 하는 일 중 하나였다.


그런데 갑자기 글을 못 쓰게 되었다. 내 안의 소재들이 전부 고갈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루하루를 전부 소진해내고 있었던 것 같다. 모든 일을 마친 하루의 끝에는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기절해 있는 내가 있었다.


워킹맘이라는 족쇄를 스스로 채우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늘 죄책감에 시달렸다.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내가 생각했을 땐 항상 1%가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괜히 더 빨래가 밀리지 않기 위해 세탁기 돌리는 것에 집착했고, 죽어도 아기 밥은 시판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야 했다.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밥먹듯이 했고 퇴근 후에는 손을 씻기도 전에 아이와 먼저 놀아주며 애써 몰려드는 미안함과 애잔함을 잊어버리려고 했다.


나를 위해서라도 뭔가 하나는 내려놓아야만 했다. 일, 육아, 집안일은 멈출 수 없는 일. 그럼 유튜브, 모닝루틴, 새벽기상, 운동, 브런치 글 연재 중 뭐라도 잠시 쉬어보자. 그렇게 생각하고 한 달을 중단한 것이 브런치 글쓰기였다.


그런데 막상 글을 올리지 않으니, 연재 날짜가 다가오면 글을 올리라는 알림이 뜨는데 그걸 무시하는 게 내가 견뎌야 할 또 다른 짐이 되었다.


‘나의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 ‘몇 달 쉰다고 해서 누가 쉰 지는 알까?’


괜히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알림을 그렇다고 끄지도 않고 버틴 것이 한 달. 결국은 나를 위해

다시 돌아왔다.


글쓰기를 한 달 쉬는 동안 그럼 내가 회복이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오히려 침잠되기도, 나쁜 생각들이 쌓여가기도 했다. 글쓰기가 결국 나를 해방하고 해소하게 하는 창구였던 것 같다. 언제나 항상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내가 오롯이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간이 글 쓰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저 다시 돌아왔습니다. 한 달 동안 새벽에 일어나 독서하고, 업무 전엔 경제신문 공부도 하고, 책도 보고 유튜브도 찍으면서. 무엇보다 일이랑 육아 열심히 하면서 지내다가 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브런치 연재를 처음 시작했던 그 맘으로 하루하루를 써 내려가보려고 합니다. 자기계발하는 워킹맘의 고군분투기,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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