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엄마지만 퇴사 후 경단녀가 된 언니를 보면서
"나 계약직이라도 들어가고 싶은데, 그럼 6시 퇴근하고 아기 어린이집 픽업이 7시쯤 될 것 같아서 고민이야. 연장반 몇 시까지 하는지 알아?"
같은 어린이집에 아기를 맡기고 있는 친한 언니한테서의 카톡 한 줄. 엄밀히 말하면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일은 아니면서도 같은 엄마로서, 또 일을 하고 있는 워킹맘으로서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언니, 아기 혼자서 어린이집 남아 있는 게 맘에 걸리면, 파트타임이라도 알아봐. 난 언니가 꼭 일 다시 했으면 좋겠어."
고민하며 여러 번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다가 보낸 말. 언니에게 괜스레 상처가 되었을까 봐, 일해야겠다는 마음 자체를 꺾어버렸을까 봐 하루 종일 걱정했다.
"알겠어, 고마워~ 한 번 파트타임 찾아봐야겠다!"
이렇게 대화 종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면서 누구는 중소기업이라 육아휴직이 되지 않아 퇴사를 했고, 누구는 공공기관이라 3년까지 육아휴직이 가능해 마음 편히 휴직 신청을 했다. 그 결과 한 명은 30대 후반에 경단녀가 되었고 한 명은 바쁜 워킹맘이 되었다.
문득 복직만을 기다려왔던 고작 몇 개월 전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복직하면 돈도 벌어서 아기 예쁜 옷 더 사줘야지, 내가 갖고 싶은 것들도 소소하게 사고 책도 더 많이 볼 수 있을 거야.' 하며 들뜬 마음에 하루하루 디데이를 세던 나. 곧 복직한다는 나의 소식에 언니는 맘이 어땠을까.
이렇게 임신, 출산, 육아와 동시에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뚝하고 끊어지는 '언니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가까이에서만 찾아도 바로 윗집 언니가 있고, 내가 보내는 어린이집 학부모들 중 내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경단녀 언니들이 3~4명 정도 된다. 그 언니들은 아기 등원하고 집에서 청소, 빨래, 아기 밥 만들면서 바쁘고 분주하겠지만, 그리고 그 가사 노동이 어떠한 일 보다도 값지고 중요한 일이지만. 그래도 밖에 나가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니까.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회생활을 하는 것과는 다르니까. 집에서는 항상 '엄마'이고 '아내'이고,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은 그다지 없다고 느껴지니까.
그러다 보니 계약직,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찾는 똑똑하고 너무나도 젊은 언니들을 주위에서 많이 본다. 그리고 너무 이기적 이게도 그들을 보면서 '나는 진짜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워킹맘으로서의 하루하루가 고되고 힘들어도 그들을 보며 위로받는다. 반대로 아기와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없는 나를 보면서 그들도 위로받겠지.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위로받는다. 나는 일 할 수 있고, 돈 벌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언니들은 일하는 엄마보다 아이를 더 잘 케어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나는 언니들이 결국에는 끝에 가서라도 일을 했으면 좋겠다. 아니, 그것이 꼭 일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회와 연결되고 내가 ‘나’로서 오롯이 존재할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다 커서 친구 찾아 떠난 아이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덩그러니
거실 한 구석에 앉아 있는 언니들이 끝끝내는 아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