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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팀장이 되었는가? 리더십의 본질을 묻다.

#6. 리더의 길, 직급/직책 보다 중요한 가치 찾기

by seesaw

[여느 팀장의 퇴근길]

#6. 나는 왜 팀장이 되었는가? 리더십의 본질을 묻다.

- 리더의 길, 직급/직책보다 중요한 가치 찾기




"나는 왜 팀장이 되고 싶었을까?" 요즘 들어, 이 질문을 마음속에 다시 꺼내보며 제 초심을 되짚어보려 합니다.


조직 내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며 차곡차곡 쌓아온 실무 역량, 그리고 오랜 시간 선후배들과 함께 일하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신뢰와 네트워크는 제가 팀장이라는 역할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내적인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또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며 동료들이 하나둘 승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조직 안에서 더 이상 머뭇거릴 수는 없겠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목표의식이 생겨났던 것도 사실입니다.


더욱이 무엇보다도 그 시기는 제가 ‘리더십’이라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체득하고 싶은 갈증이 커졌던 시기이기도 했었습니다.

단순히 주어진 일을 잘하는 것을 넘어, 사람과 조직을 이끄는 역할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으며, 그렇게 저는 팀장이 되었고, 기대와 책임을 안고 새로운 출발선에 섰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팀장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마주한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무겁고, 녹록지 않았습니다. 성과와 관계, 판단과 책임 사이에서 수없이 고민했고, 때로는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속내를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저를 외롭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럴수록,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다잡고자, 끊임없이 제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었습니다. “나는 왜 팀장이 되었는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이 질문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초심을 잃고 잠시 주춤거릴 때, 제가 꿈꾸는, 제가 가고자 했던, 제가 갖고 싶었던, 리더십의 방향을 바로잡는 나침반이 되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하여 매 순간 초심을 되새기며, 완벽하진 않지만 한 걸음 한 걸음씩 진심으로 사람을 이해하고, 팀을 함께 성장시키는 리더로의 길을 걷기 위해서 말입니다.


On the way home from work




마침 그런 저의 갈증을 조직에서도 알아차렸던 것일까요? 회사 차원에서 ‘차기 리더 양성’이라는 취지로 팀장 코칭 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저에게도 그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물론 형식적인 측면이 많았던 탓에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중 한 가지 임원과의 코칭 세션에서 진행된 여러 질문들 중, 기억에 남는 질문이 하나 있어 정리하여 보았습니다.


"임원 : 팀장님께서는 향후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신가요?"
"나(팀장) : 혹시 질문의 맥락이 저의 장기적인 커리어 목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올해 하반기 성과와 같은 단기적인 목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임원 :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질문입니다. 저 역시 돌이켜 보면 팀장 시절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요, 그 시기에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크게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임원을 성장의 목표로 삼고 조직 내에서 계속 성장과 기회를 갖고자 하는 사람,

두 번째는, 팀장이라는 직책에 만족하며 현재의 생활에 안정을 두고, 그동안 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비교적 편안한 조직으로 이동해 정년을 준비하는 길입니다."

"나(팀장) : 솔직히 말씀드리면 팀장이 되었는데 임원이 되고 싶은 목표가 없다면... 그건 제 기준에선 조금은 자기기만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은 초보팀장으로서 임원이라는 목표보다는, 현재 맡은 팀장 역할에 충실하며 필요한 역량을 하나씩 쌓아가는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임원 : 네, 충분히 공감합니다. 지금 당장은 눈앞의 업무에 몰두하느라 여유가 없으실 수 있겠지만, 임원으로의 성장은 결코 우연히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에 충실하되, 장기적인 커리어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에 따른 준비를 조금씩이라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합니다. 즉 목표가 있다면, 세부적인 실행 계획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팀장) : 네... 제가 조금 안이하게 생각한 것 같네요...."

이후, 그 대화는 쉽게 이어가지 못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실 하루하루 업무 처리에, 팀원 코칭에, 팀장으로서 수행해야 하는 각종 회의와 조율, 보고 업무까지 그야말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나날 속에서 ‘임원이 되기 위한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에 따른 세부 계획을 수립하라’는 조언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솔직하게는 마음속으론 이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실장님께서 잘 아시겠지만, 지금 일상을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하지만 입 밖에 꺼낼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임원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무겁고 어려운 자리이며, 정말 그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 앞서 나눈 대화처럼, 보다 간절한 자세로, 치밀한 계획과 실행력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저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 순간,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스스로 임원이 되겠다는 의지나 각오가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질까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코칭 세션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 한편이 개운치 않았습니다. 중요한 질문을 받았지만, 제대로 답하지 못한 듯한 아쉬움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조용히 스스로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나는 왜 팀장이 되었는가?"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깊이 고민한 끝에, 앞서 임원과 나누었던 대화나, 마음속에서 하고 싶었던 말과는 조금 다른 저만의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잠시나마 숙고 끝에 저에게 한 질문에 대하여 이렇게 정의해 보았습니다.

“내가 팀장이 되고자 했던 이유는, 리더로서의 역량을 배우고, 갖추며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그 성장을 바탕으로 또 다른 배움과 기회를 향해 나아가기 위함.”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팀장’과 ‘임원’이라는 직책은 목표라기보다는 경로이자 과정”이라고 스스로 정의를 내려보았습니다.


어쩌면 비슷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팀장이 된 이유를 단지 ‘임원이 되는 것’ 하나로만 한정한다면, 그 목표는 오히려 스스로를 조급하게 만들고,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한 진정한 리더의 길은 '직급'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과 ‘긍정적인 영향력’을 추구하는 여정이어야 합니다.

직책은 변화할 수 있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따라 중단될 수도 있지만, 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는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는 사라지지 않는 자산이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리더로서의 역할을 단지 위로 올라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스스로를 단련하고 타인과 함께 성장해 나가기 위한 기회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마음이, 제가 흔들리지 않고 리더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가장 단단한 동력이 되고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요즘 팀장님들 정말 힘듭니다.

그 여정에서 조금 더 나은, 조금 더 성장을 위해서 진행하였던 이런저런 고민들에 대해서 '여느 팀장의 퇴근길'이라는 글로 여기까지 정리하여 보았습니다.


오늘은 그 생각들의 마지막 글이었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생활하면서 느꼈던 어려움, 고민들을 해결의 관점과 나눔의 관점에서 정리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저 또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그만큼 성장한 느낌입니다.


그간 잘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 인사드립니다.

여느 팀장의 퇴근길, 그 퇴근길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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