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코맨 Jun 05. 2022

맥주에 샌드위치는 신의 한 수다.

음식 이야기

     

식당 주인인 내가 손님과 친해지는 방법은 맞춤 서비스를 주는 것이다. 양이 부족하다 싶으면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식후에 놀고 있으면 계절 과일로 만든  디저트를 주는 식으로 말이다. 나로서는 요리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할 빌미가 되어 주는 것이다.  다만 손님이 서비스를 좋아해야 하고, 그 맛에 감동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축축한 음식을 먹고 있을 때 마른 음식이 생각나고 퍽퍽한 음식을 먹을 때는 국물이나 음료가 먹고 싶어진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주고 싶은 서비스 메뉴가 딱 생각난다. 그래서 대부분은  나의 서비스에 고맙다고 하지만 마음만 받고 사양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탄산음료인 콜라다. 콜라에 대한 내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다. 양식에서 콜라가 하는 역할이 있다. 주된 역할은 입안에 남아있는 햄이나 치즈의 짠맛을 단짠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콜라에 함유된 카페인이  위벽을 보호한다. 음식을 먹으면 위에서는 위산이 나온다. 강한 산성인 위산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하는데 역할을 하는 것이 위액이다. 그래서 위액이 잘 나와야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일하거나 핸드폰을 보면서 식사하지 말라는 이유이다. 위액의 성분은 위산의 반대인 알칼리이다. 콜라나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이 약알칼리성이기에 위액을 대신한다. 때문에 식후에 커피를 마시면 소화가 되는 기분이 들고, 속이 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이 콜라와 사이다의 다른 점이다. 

 그리고 콜라는 밀가루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수분을 공급해 준다. 마지막으로 콜라에는 향신료가 있다. 김 빠진 콜라를 마셔보면 안다. 그 향신료가 입안의 잡맛을 없애준다. 콜라가 단순히 갈증 날 때 마시는 탄수화물 덩어리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반미를 먹는 손님에게 콜라를 서비스로 준다. 고기의 짠맛을 덜어주고 빵의 퍽퍽함을 없애라는 것이다. 가끔 느껴지는 잡맛을 걷어 내고, 마지막 한 모금으로는 디저트 삼으면 좋겠다는 나의  생각이다. 그런다고 많은 양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딱 서, 너번 마실 분량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작은 캔 하나를 드린다.  많이 마시면 도리어 콜라가 음식 맛을 장악해 버리기 때문이다. 콜라를 주면서 이런 설명을 하면 마시라고 강요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손님의 생각을 존중하는 편이지만 반미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인데 아쉽다.       


내가 처음으로 탄산음료의 진가를 알게 된 것은 맥주 때문이다. 나는 술에 약해서 주종을 구별하거나 브랜드에 따른 맛 차이를 모른다. 그런 내가 퇴근할 때 편의점에서 샌드위치와 맥주 한 캔을 샀다. 집에서 샤워를 하고 나서 편하게 먹었다. 샌드위치를 먹다가 입안이 퍽퍽할 때쯤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입안에 남아 있던 음식에 충돌하여 터지는 탄산의 상쾌함과 목 넘길 때 느껴지는 호프의 구수한 맛에 깜짝 놀랐다. 내가 아는 맥주 맛이 아니었다. 입안안에 남아있던 특유의 잡맛도 깨끗이 없어졌다.  내가 평소에 느껴보지 못했던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맛을 경험한 것이다. 덕분에 나의 치사량인 맥주 한 캔을 모두 마시고도 괜찮았다.

평소에 맥주마실 때와 다른 점은 샌드위치를 먹고 음식물이 입에 조금 남아있을 때 맥주를 마셨다는 것이다. 만약 맥주를 먼저 마시고 샌드위치를 먹었다면 맨 입에서 터지는 탄산으로 인하여 입안이 따끔거리기만 했을 것이다. 맥주 한 모금으로 샌드위치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였다.       


유럽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나면 반드시 음료를 물어본다. 물만 마시는 나에게는 그들이 매출을 올리려는 수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식당에서는 밥만 먹고 디저트는 검색해 둔 맛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느꼈던 샌드위치 경험을 오래전 부터 해서 탄산의 위력을 안다. 

모든 요리에서는 스쳐지나가는 맛이 있다. 땅콩의 고소함도, 꾸덕하고 짭짤한 치즈의 목넘기에서 느껴지는 풍부한 크림 맛도, 캘리포니아 롤에 든 아보카도의 고소한 맛도, 비빔밥에서 느끼는 참기름 맛도 처음에 딱 한 번만 느껴지는 풍미다. 이 맛을 자주 느끼고 싶으면 탄산이 든 음료로 입안을 씻어내야 한다. 맹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프랑스 와인이나 아시아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차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요리 책에서 봤다. 하지만 맥주보다 비싸서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우리가 삼겹살을 먹을 때 소주를 마시는 것처럼 그들이 와인을 마시지 않을까 짐작만한다. 


유럽 음식에서는 전통 햄이나 치즈의 맛을 강조하는 편이다. 그래서 소스가 없고 내용물도 단순하다. 맥주와 함께 먹는다는 가정하에 단순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알코올을 싫어하고 탄산물의 존재를 잘 몰랐을 때는 스페인 하몽이나 프랑스 잠봉 샌드위치를 먹을 때 토마토를 직접 썰어 넣어서 먹는다. 제 맛을 살리면서 촉촉함을 더하기에는 토마토 한 조각이면 충분했다. 펵퍽함을 없애주는데도 참 좋은 방법이었다

이런 음식이 미국의 패스트푸드점을 거치면서 소스가 듬뿍 발린 달달한 햄버거가 되었고 콜라가 추가되어 정크 푸드가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콜라는 살찌게 만드는 원흉으로 각인된 것이다.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을 더 맛있게 먹으려면 식탁 위의 조미료를 이용해야 한다. 요리사는 각 손님의 입맛에 맞추는 따로 요리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계절의 좋은 재료를 맛있도록 조합하고, 영양분의 손실이 적도록 조리하면 된다. 만약 소스에 범벅이 되어 있다면 재료의 품질을 의심한다.  

테이블에 비치된 조미료는 주방장의 의도가 숨어 있다. 음식이 나오면 그냥 먹다가 조미료를 살짝 넣어서도 먹어본다. 여기에 나는 한 술 더 떠서 음료와 함께 맛을 조정해 본다. 그러다 보면 가끔 신의 한 수를 찾아내곤 한다.  

 영동의 어느 중국집에서 물냉면을 먹었을 때의 일이다. 주인에게 이야기하면 주방에 들고가서 설탕과 찬물을 더 넣어 줄 것이다. 그래서 마침 그 때에 마시고 있던 사이다를 부어서 먹었는데 웬걸 더 맛있었다. 지금도 가끔 냉면 육수를 보면 사이다를 섞을 충동에 빠진다.       


 

작가의 이전글 손님과 대화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