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적 평등이 실현되는 세상

에필로그

by 아키비스트J
photo-1504384308090-c894fdcc538d?w=1200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긴 여정을 통해 저는 하나의 확신을 얻었습니다.


아카이브는 과거의 유물이 아닌 미래의 인프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다만, 그 미래로 가는 길은 우리가 익숙하게 걸어온 길과는 다릅니다.


시간이 권위가 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적응력과 연결력이 가치가 됩니다. 보존이 목적이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활용과 창조가 함께 가야 합니다. 전문가만의 영역이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모든 사람의 일상이 될 수 있습니다.


아키비스트로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에 머무를 것인가, 변화를 받아들이고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 방법론의 수호자로 남을 것인가, 가치의 전파자로 나아갈 것인가.




인지적 평등이란

photo-1529156069898-49953e39b3ac?w=1200


Part 2를 시작하면서 저는 하나의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인지적 평등이 실현되는 세상입니다. 이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기억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전문 교육을 받지 않아도, 누구나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정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과거에 아카이브는 특권이었습니다. 기관만 가질 수 있는 것, 전문가만 운영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은 자신의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개개인의 기억은 흩어지고 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기억의 민주화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AI와 디지털 도구 덕분에 개인도 자신만의 아카이브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술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전문가 없이도 개인 아카이브가 가능해졌습니다.


인지적 평등은 이 흐름의 완성입니다. 누구나 두 번째 뇌를 가질 수 있는 세상입니다. 이 말은 누구나 자신의 기억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제 우리는 생물학적 한계를 기술로 극복하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인지 능력을 확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키비스트의 새로운 사명

이런 멋진 세상을 만드는 데 아키비스트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세 가지 사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기술 전파자입니다. 우리가 축적한 기록관리의 지혜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야 합니다. 전문가들만의 언어가 아니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해야 합니다. 개인지식관리, 라이프로깅, 디지털 자산 관리. 이런 영역에서 기록학의 원리가 적용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둘째, 생태계 조율자입니다. 아카이브 생태계는 다양한 플레이어들로 구성됩니다. 전통 기관, 빅테크, 스타트업, 개인 개발자, 이용자. 이들 사이의 협력을 조율하고, 공유 인프라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연결자가 되어야 합니다.


셋째, 가치의 수호자입니다. 기술이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기억의 가치, 맥락의 중요성, 진본성의 의미. 이런 본질적인 가치를 지키면서 기술을 활용해야 합니다. 기술에 휩쓸리지 않고, 기술을 도구로 삼아 가치를 실현해야 합니다.




여정의 끝, 새로운 시작

처음에 저는 하나의 질문을 품고 이 글을 시작했습니다. 아카이브는 관심의 경제학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답을 찾는 여정은 생각보다 저를 더 멀리 데려갔습니다. 기억 권력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 살펴보다가, 인간과 아카이브와 AI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개인지식관리라는 낯선 세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고, 전문가의 정의가 달라지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태계 전체를 다시 그려보게 됐습니다.


짧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그 끝에서 얻은 답은 이것입니다. "아카이브는 살아남을 수 있다." 오히려, 살아남는 것을 넘어 새롭게 번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에게는 과제가 있습니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고, 종이의 리듬에서 벗어나야 하며, 가치를 더 넓게 바라봐야 합니다.


비즈니스를 두려워하지 말고, 협력의 손을 내밀고, 전문가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정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지적 평등이라는 비전을 품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기억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남길 수 있는 세상. 그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키비스트의 새로운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3화경쟁과 협력의 생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