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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뇌

5장. 세 개의 뇌

by 아키비스트J

1950년대 독일. 한 젊은 법학도가 카드 한 장에 생각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 습관을 평생 이어갔고, 약 9만 장의 카드를 남겼습니다. 이 카드들을 바탕으로 50권이 넘는 책과 500편이 넘는 논문을 출간했습니다.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 20세기 가장 다작한 사회학자 중 한 명입니다.


루만은 자신의 카드 박스를 '커뮤니케이션 파트너'라고 불렀습니다. 또한 '출판 기계'라고도 했습니다. 그에게 카드 박스는 단순한 메모 저장소가 아니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연결을 발견하게 해주는, 마치 외부에 있는 또 하나의 뇌와 대화하는 것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니클라스 루만


머리 밖에 기억을 쌓는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제텔카스텐: 카드 상자 속 또 하나의 뇌


독일어로 'Zettel'은 쪽지를, 'Kasten'은 상자를 의미합니다. 제텔카스텐(Zettelkasten)은 말 그대로 쪽지 상자입니다. 하지만 이 단순해 보이는 시스템이 루만이라는 걸출한 학자를 만들어냈습니다.


제텔카스텐의 핵심 원리는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원자성(Atomicity)입니다. 한 카드에는 하나의 생각만 담습니다. 한 문단에 하나의 주장, 그 정도의 단위입니다. 둘째, 주소 체계(Addressability)입니다. 각 카드에 고유한 ID를 부여합니다. 이 ID가 나중에 카드를 다시 찾고 연결하고 재조합하는 기반이 됩니다. 셋째, 상호 연결(Linking)입니다. 카드 본문이나 하단에 관련 카드의 ID를 적어둡니다. 개별 메모가 아니라 생각의 그래프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넷째, 누적적 쓰기(Incremental Writing)입니다. 한 번에 완성된 글을 쓰지 않습니다. 작은 카드들을 점진적으로 추가하고 수정하고 연결하면서 장기적으로 큰 텍스트로 성장시킵니다.


제텔카스텐의 강점은 검색이 아니라 연결에 있습니다. 키워드 검색이 아니라 어떤 생각에서 어떤 생각으로 이어졌는지 흐름을 보여줍니다. 논문이나 책처럼 몇 년에 걸쳐 이어지는 사고 과정을 지지하는 구조입니다.




세컨드 브레인: 디지털 시대의 외부 기억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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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에 관한 글을 씁니다. 솔로프러너이자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이며, 디지털 아카이브 컨설팅을 합니다. AI 시대 모두가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인지적 평등이 실현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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