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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룡 Mar 12. 2023

4. 벌크업은 꿈도 꾸지 않는다.

50대 후반 아저씨의 운동기록

젊어서도 안되었던 일이 지금 될 리도 없다.


나에게 있어서는 50대 후반의 운동이란 것이 특별히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그저 지금의 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되기를 바라고, 삶의 동력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전에는 그랬다. 그런데, 사람이란 참... 운동을 거의 매일 하다 보니 슬슬 욕심이 생긴다. (이 나이에..) 나도 몸을 한번 만들어 볼까?라는 나에겐 불가능한 그런 생각이 고개를 쳐드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면서도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하다 보면 '조금 더 무게를 늘려보자.' '한 번만 더해보자.' 하면서 슬슬 운동량이 늘어가는 걸 본다.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지만, 50여 년을 같이 살아온 몸이 순식간에 벌크업이 될 리도 만무하고, 이제 노화의 시기에 접어들었을 텐데, 젊어서도 안되었던 일이 지금 될 리도 없다. 괜히 욕심부리지 말자라고 마음을 다 잡는다. 실은 운동을 하면서 벌크업에 대한 욕심과 기대를 버리자는 것인데. 실제로 생각해 보면 체질적으로 말랐고, 그렇게 지금까지 평생을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그런 욕심과 기대가 생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만약 실제로 체질이 다른 사람들이 나처럼 이 정도 기간 운동을 했다고 하면 정말 바디프로필이라 해야 하나, 이런 거 하나 정도는 올릴 정도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그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이 모든 욕심과 기대를 내려놓고 그저 운동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일상을 보내고 싶다. 더군다나 벌크업을 위해서는 식이요법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실은 운동 자체보다도 식이요법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 멕시코에서 살다 보니 고기를 먹게 되는 횟수가 일주일에 한두 번은 되고, 마음만 먹으면 거의 매일 고기를 먹을 수도 있다 보니 실제로는 모르겠지만, 단백질 섭취량이 그렇게 작지는 않겠다는 생각은 든다. 근육량을 키우기 위한 보충제 등 보조식품은 전혀 생각에 없다.


무리할 이유도 없었고, 조급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운동을 지속하다 보니 몸의 변화를 미세하게나마 느끼긴 한다. 몸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겉으로의 변화는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운동방법의 문제인지, 먹는 것의 문제인지 나는 모른다. 그저 내가 해가는 운동을 매일 지속해 갈 뿐이다. 그게 좋다.


보통 나와 같이 마른 사람들은 가슴 근육 운동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그중에서도 나로 보면 나는 벤치프레스와 딥스를 좋아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가슴에 힘이 들어가고, 벤치프레스의 무게를 늘려가는 것이 좋을 뿐이다. 반면 다리와 팔 운동을 기피하는 경우가 생긴다. 나의 경우엔 이제는 루틴화가 되어서 다리와 팔 운동을 지속해서 하긴 하는데, 그게 그렇게 즐겁진 않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도 변화가 거의 미미하게 보인다는 게 맞을 것이다. 게다가 벤치프레스와는 달리 아령의 무게를 한 단계 더 올리는 게 쉽지 않다. 어떤 때는 무게를 올려서 하다가 다시 줄이는 경우도 있었다. 무리할 이유도 없었고, 조급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운동에도 여유를 갖자는 약간의 잔머리도 있었다.


어쨌든 나에게 운동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내 평생에 벌크업은 꿈도 꾸지 못하겠지만, 회사에서 일이 안될 때도 퇴근 후에 운동을 하게 되면 해결책이 생각나는 경우도 많고, 뭔가 갱년기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운동을 하게 되면 그런 생각이 달아난다. 이제 일상이 된 것이다. 이런 일상이 지속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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