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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룡 Apr 07. 2023

5. 어, 뭐지? 선이 보인다.

50대 후반 아저씨의 운동기록

나에겐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영역에 들어서게 되는 건가?


최근에 거의 매일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다 보니 운동 종류나 양이 조금씩 늘어간다. 그러다 보니 근육의 긴장이 지속되기도 한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려 하는데, 앞의 거울에 나의 상체가 비쳤다. 순간 보니 어, 뭐지? 달라졌다. 워낙에 깡 마른 몸이라 변화가 크게 보이진 않았지만, 나는 느낌이 들었다. 선이 보인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이후 몸의 변화에 대해서 처음 받은 느낌이었다. 기분이 좋다. 뭔가가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가 보인다는 건 좋은 일이다. (불가능하지 않다.. 워~워~ 아직은 이르다.) 그렇더라도 진하진 않지만 가슴, 팔, 어깨 등에 미세하게 선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약간의 흥분이 밀려온다. 된다. 되는구나. 나에겐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영역에 들어서게 되는 건가?


다음날 뭔가 다른 마음으로 체육관에 들어섰다. 운동을 하면서, 역시나 욕심이다. 모든 어그러짐이 욕심에서 비롯된다는 걸 이 나이에도 모른대서야 말이 되는가 마는. 어제의 들뜬 느낌으로 무리를 했다. 바벨을 하면서 무게를 하나 더 얹었다. 세트수를 늘렸다. 힘이 들지 않았다. 나는 불가능의 영역에 들어섰다. ^^


아니나 다를까 나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몸이 아파서, 정확하게는 근육들이 너무나 아팠다. 내가 밤새도록 들척이니 아내도 잠을 깊게 이루지 못했다. 둘 다 아침에 너무나 피곤했다. 나는 출근을 하고, 아내도 약속이 있다 했는데, 몸도 여기저기 아프고, 잠도 못 자고 너무나 피곤했다.


하루를 어떻게 마쳤는지 모르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갔다. 퇴근 후 나는 다시 체육관으로 향했다. 아내는 오늘 하루 쉬라고 하는데, 그래도 스스로와 한 약속이 있으니, 체육관에 발을 디뎌 안으로 들여놓았다.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고 나서 다시 기구를 들고, 푸시업을 하기 시작하였다.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근육을 풀어가는 정도의 운동이면 오늘은 충분했다.


그 알량하고, 미세한 선 몇 개에 내가 넘어갔다.


내가 서두를 이유는 없다. 젊은 날의 호기로움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벌크업에 대한 필요가 절실한 것도 아니고 그저 유지하거나 조금 나아지는 정도면 될 것인데, 서두를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나는 순간 조급함에 휘둘렸다. 그 알량하고, 미세한 선 몇 개에 내가 넘어갔다.


그렇더라도 기분은 좋다. 미세한 선이 보인다는 게 이렇게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줄은 몰랐다. 역시나 운동이 답이다. 지금의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하려면 적절한 운동이 답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체육관엘 가면 우리 아파트의 입주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운동을 하지 않고서는 가질 수 없는 몸들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운동에 시간을 쏟아붓는 것이다.


나는 멕시코에 30대에서 70 혹은 80대까지의 친구들이 있다. 여기서 친구라 함은 한 달에 한번 이상은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상하게 70대나 80대 친구들하고 점심이나 저녁을 하면 헤비 하다. 많이들 드신다. 반면 30대 친구들하고 식사를 하면 식사 후 배가 차질 않는다. 이 경우엔 저녁일지라도 헤어지고 나서 집에 가면 간식이라도 챙겨 먹어야 한다.


전채 하나, 타코 두 개, 식후 에스프레소 한잔. 이게 최근에 내가 30대 친구와 점심을 한 경우이다. 덩치는 큰데 그거 가지고 되겠냐 하니, 최근에 식사량을 줄인다 한다. 한 친구는 40대인데 이 친구가 갈수록 왜소(?)해 짐을 느꼈다. 물어보니 1년 새 17kg을 줄였다 한다. 보기 좋다.


나는 아직까지 식이요법을 고려하지는 않는다. 워낙에 말라서 먹는 것을 의도적으로 절제한 적은 없다. 먹고 싶으면 먹고, 싫으면 말고 식이었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말고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을 보거나, 나의 몸에 선이 생기는 걸 보면서 식이요법에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가는 걸 본다. 주말에 아내와 유튜브 등을 보면서도 식이요법에 대한 걸 힐끗대기도 하는 걸 보면 관심이 생기긴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 전폭적인 관심을 가지 않는다. 여전히 콜라(아마 전 세계에서 멕시코에서 생산한 콜라가 가장 맛있을 것이다.)를 마시고, 식후 과자를 즐긴다. 그럼에도 몸에 살은 붙지 않는다. 그게 자연스럽다. 그렇게 살아왔으니..


그 자연스러움이 서서히 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이제 막 선이 주는 즐거움을 알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운동이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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