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고객사가 우리 공장에 반했다.

by 구자룡

처음엔 공장의 청결상태에 놀라고, 다음엔 우리의 품질관리 수준에 놀라고, 그 이후엔 우리 물건을 산다.


공장이 안정기에 접어들면 통상 설비 증설이나, 신규 공장 투자를 검토해야 한다. 우리 공장은 판매를 지속해 오면서 안정기에 진입하였다. 이제 더 이상 고객사 주문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물량 확보가 되었다. 공장은 풀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고객사 요청 물량을 최대한 맞추고, 늘어가는 판매에 대응하기 위하여 사외 창고 활용도 검토가 되었다. 증설을 하기 위해선 역시나 설비를 풀가동할 수 있도록 판매 물량 확보가 중요했다. 끊임없이 잠재 고객사를 찾아다니고, 기존 고객사 미팅 횟수를 늘려갔다. 기존 고객사의 경우엔 신규 프로젝트나 기 공급되고 있는 파트의 증량을 논의해야 했다. 잠재 고객사들을 만나게 되면 면담 말미에 우리 공장 방문을 해주길 바란다로 마무리한다.


몇몇 고객사는 실제로 공장을 방문한다. 나는 우리 공장을 모든 고객사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멕시코 내에서 우리 공장 같이 현장관리가 잘된 공장은 없다. 멕시코에 주재하면서 수없이 많은 공장을 보아 왔지만, 멕시코 내에서 우리 공장만큼 관리가 잘되고 있는 공장은 못 보았다. 미국이나 유럽의 공장을 방문한 적도 있었는데 마찬가지였다. 나도 몰랐었다. 입사해서부터 우리 회사가 항상 강조해 온 것 중 하나가 청결이었다.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객사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 기본의 실천을 하기 위해서 우리 회사는 청결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그저 다들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다른 공장들을 방문한 적도 별로 없었으니 그렇게 다들 청결을 유지하고, 관리 수준이 높은 줄 알았었다. 멕시코에 와서 우리 공장을 보면 정말 깨끗하다. 고객사들도 한 번 방문하면 이런 공장은 처음 보았다고 한다.


고객이 우리 공장을 방문을 하면 우선 준비된 동영상과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주면서, 멕시코 기업으로서 멕시코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후 고객에게 안전모와 안전화, 보호 안경을 착용토록 하고, 공장 내외부에 그려진 안전선 안으로 안내를 한다. 안내를 하면서 각각의 설비를 담당하고 있는 간부들이 설명을 덧붙여서 안내를 한다. 처음엔 공장의 청결상태에 놀라고, 다음엔 우리의 품질관리 수준에 놀라고, 그 이후엔 우리 물건을 산다. 한 고객사는 많은 공장을 돌아보았지만, 이런 공장은 처음 보았다고 한다. 그러고는 다음에 다시 방문할 수 있겠냐고 물어온다. 다음에 올 때는 고객사의 공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몇을 같이 데리고 오고 싶다는 거다. 벤치마킹이다.


멕시코에서 다른 공장을 방문하고, 많은 경험을 쌓아가면서 이젠 공장을 방문하면 장사가 잘되는 공장인지 아닌지 알 정도는 되었다. 어떤 공장은 들어서면 실제로 먼지가 풀풀 날리는 공장이 있다. 그런데 먼지가 풀풀 날리는 게 보이더라도, 냄새는 돈 냄새가 나는 공장이 있다. 그 공장의 고객사가 까다로운 품질을 요구하지 않고, 그 공장 역시 관리 비용을 최소화한다. 그러니 원가가 거의 안 들어가면서 가공 가격은 주변 시세에 맞추는 거다. 그러니 수익이 발생한다. 어느 공장은 들어가면 기름때가 겹겹이 쌓여있다. 그런데 실제 제품이 만들어지는 설비 주변은 아주 깨끗하다. 제품이 만들어지는데 영향을 많이 미치지 않는 곳을 관리하는데 비용을 들이지 않겠다는 걸 보여준다. 이해는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장은 우리 몸과 같다. 우리 몸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고, 비용이 들더라도 건강 검진도 하고 치료가 필요하면 치료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 오랜동안 건강을 유지하면서 힘차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다. 전에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사람들이 손을 자주 씻는 것 만으로 얼마나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글이었다. 단순한 기본의 실천으로 많은 질병이 예방될 수 있는 거다. 그러니 공장도 청결을 유지한다면, 보다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한마디로 먼지 풀풀 날리는데 돈 냄새가 난다는 것은 그 공장이 지금 당장은 수익이 창출될 수 있지만, 오래가진 못할 거란 확신이 든다. 뭔가 일관성 있게 원칙을 가지고 기본을 실천해가는 것은 중요하다. 공장은 우리 법인의 부법인장님 관할이었다. 나는 영업과 관리 파트를 맡고 있었는데, 고객사를 만나면서 우리 공장을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이 날 정도다. 일단 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연락이 온다. 어떻게 보면 그게 우리 법인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어떤 조직에서든 장으로서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한 거다.


공장이 세팅되고, 성장기를 거쳐서 안정기 초입까지의 기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짧았다. 성장기 중간에 우리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판매량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방안들이 나오고 일부는 바로 실행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생산부 생산팀과 영업부 판매팀이 모여서 협의를 하는 와중에 문득 창고 생각이 들었다. 창고의 적재 공간을 더 확보해서 소재를 더 적재할 수 있다면, 비용을 적게 들이고 판매를 늘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시 법인장님은 매주 2공장에서 이틀 정도 근무하시고, 1공장에서 3일 근무를 하셨었는데, 법인장님이 오시는 요일에 법인장님과 차를 한잔하면서 언뜻 창고에 대해 언급을 하였다. 그러자, 법인장님께서 그렇다고 하면 적재 방법을 바꾸면 공간이 어느 정도 확보될 수 있을 것이란 말씀이 있었다. 말씀하신 내용을 창고 면적과 공간 등을 계산해보니, 어느 정도 소재를 더 적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 즉시 새로운 기준으로 소재 정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살아가다 보면 정말 이상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여기저기서 뭔가를 하라고 난리를 친다. 뭔가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말이다, 정작 뭔가를 하려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주변이 말을 한다. 불가능하다고 한다. 심지어는 폭삭 망할 거라고도 한다. 창고를 새로운 기준으로 정리하겠다고 하니, 창고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매니저부터 안된다고 한다. 거참 신기하다. 전에 판매팀에서 판매가 안 되는 사유를 직원들이 이야기한 적이 있었고, 이번에 창고관리 매니저가 안될 거라는 이유를 말하는데, 그게 다 맞는 말이다. 분명히 안되게 되어있다. 안 되는 이유가 너무나 논리적이었다. 다시 생각해야 한다. 마음에선 다시 생각하자 해놓고는, 말로는 해야만 하니 방법을 강구하자 했다. 그날 하루 종일 창고 생각만 하게 되었다. 머릿속에 그려 보면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정말 깨끗하고, 정연해 보일 것이고, 그만큼 적재 공간이 늘어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날 퇴근 전에 창고 정리를 해야겠다는 확고한 마음이 만들어졌다.


다음날 담당 매니저를 포함해서 창고 관련 담당자들을 모으고, 소재의 사이즈별 재고 수량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판매팀을 회의실로 모이라 했다. 다시 회의를 했다. 창고를 이런 기준으로 정리를 하려 하는데, 의견을 모아보자 하니, 역시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장으로서의 나는 이미 마음을 굳혔으니 그걸 굽힐 생각은 없었다. 일단 못한다고 가장 강하게 주장하는 매니저에게 내가 직속으로 팀을 꾸려서 진행을 해보겠다 했다. 일단 해보자. 매니저는 내 직속으로 팀을 꾸린다는데 동의했고, 본인도 반대는 하지만, 기왕에 하기로 했으니, 추진팀에 최대한 협조하겠다 했다. 그 매니저는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추진팀을 꾸려서 진행을 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했는데, 어느 주말에 창고 관리 진행 현황도 보고, 혼자서 생각할 일도 있고 해서 공장엘 갔는데, 그 매니저가 지게차로 소재를 옮기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냐고 하니, 지난주에 팀원이 본인에게 보고를 하면서, 창고 정리에 대해 넥에 걸려 있는데, 그게 설비가 가동 중이라 어렵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설비 가동이 없는 주말에 혼자서 그 일을 하고 있었던 거다. 고마웠다. 정말 고마웠다.


모두가 창고 적재 기준을 바꾸고, 프로세스를 만들고, 이를 적용하는데 다들 고생들을 해주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적재공간을 늘리면서 창고를 보다 정연하고 깔끔하게 개선을 할 수 있었다. 무엇 보다도 직원들에게 개선할 의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식도 심어주게 되었다. 창고 적재 기준을 바꾸고 실행을 하면서, 매니저와의 갈등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런 갈등을 극복했다는 게 중요했다. 멕시코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파티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뭐냐면 어려서부터 파티를 지속하니, 조직에서의 사람 관계에 있어서도 갈등이 일어나는 걸 회피하기도 한다. 회피가 의도적이라기보다 몸에 그렇게 배어 있는 거다. 갈등이나 알력 같은 부정적 인간관계는 멕시코 사람들에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 기준의 갈등이 멕시코 사람들과 있다는 생각이 들면 밥 몇 번 먹으면서 말을 하면 된다. 화를 낼 일도 다그칠 일도 아니다. 말을 하면 된다. 말로 표현을 안 하는데 다른 사람이 알턱이 없다. 눈 빛으로, 몸 짓으로, 상황으로 알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아는가? 남녀관계도, 부모 자식 관계도 그렇다.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표현을 안 하는데 눈빛만으로 아는가? 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이런데, 조직에서 만난 사람들이 말로 표현 없이 알 수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설사 안다고 해도 말로 한 번 더 표현해 주면 어디가 덧나는가?


창고 정리가 마무리되면서 우리 공장에 들어서면 오! 하는 감탄사부터 나온다. 멋지다. 고객사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했는지를 물어온다. 자신들의 공장도 정리를 하고 깨끗하게 만들고 싶다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 공장의 프로세스를 세밀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 고객사에는 무엇보다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말을 먼저 해 주었다. 만약 그 고객사의 사장이 우리 공장을 방문했다고 하면, 의지가 중요한데, 사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했다. 어떤 조직에서든 장으로서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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