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맡기고 어디서 개입할까

내가 할 일 [v]

by 루바토
AI와 함께 캐릭터를 만들다 보면 늘 같은 질문에 부딪힌다.
“이제 AI가 이렇게 잘 그리는데,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다들 같은 툴을 쓰고 있는데, 내 창작만의 고유성은 어떻게 지켜야 하지?”

핵심은 AI와 인간이 어떤 역할을 나누고 협업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AI의 장점은 명확하다.

첫째, 속도. 몇 줄의 문장만 입력하면 순식간에 수십 개의 이미지가 쏟아진다. 초안 단계에서 이보다 빠른 도구는 없다.

둘째, 다양성. 내가 떠올리지 못한 방향으로 의외의 결과물을 내놓는다. 때로는 엉뚱하지만, 그 엉뚱함이 새로운 영감을 불러오기도 한다. 방대한 데이터로 학습된 AI는 많은 가능성을 내제하고 있다.


하지만 캐릭터가 단순히 ‘그럴듯한 그림’에 머물지 않으려면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

첫째, 맥락. 이 캐릭터는 왜 태어났는가? 어떤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가? 단순히 예쁘거나 귀여운 이미지라면 많다. 하지만 이야기를 불어넣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둘째, 감정. 표정의 미묘한 긴장감, 빛의 방향이 주는 감각, 보는 이가 느끼는 울림. 이런 섬세한 결은 아직 AI가 스스로 건드리기 어렵다. 인간은 맥락과 감정에서 AI를 능가한다.


협업의 모델

1단계: AI가 초안을 뽑는다. (빠른 스케치, 다양한 변주)
2단계: 인간이 방향을 정한다. (맥락, 감정, 스토리 의도)
3단계: AI가 다시 변주와 보완을 한다.
4단계: 인간이 손맛으로 마무리한다. (리터칭, 최종 완성도)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AI와 인간이 각자의 강점을 살리며 협업하는 리듬이 생긴다.


결국 중요한 건 관계

AI를 어떻게 쓸 것인가는 결국 태도의 문제다.
“AI가 어디까지 해줄까?”를 고민하기보다
“내가 AI와 어떤 관계를 맺을까?”를 묻는 편이 더 맞다.

AI는 속도를 주고, 나는 의미를 더한다. AI는 변주를 던지고, 나는 그 안에서 방향을 찾는다. 그렇게 협업하다 보면, 캐릭터는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 이야기와 감정을 가진 존재가 된다.


AI와 인간의 협업에는 아직 정답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AI는 창작자를 지우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창작자의 질문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도구라는 점이다. AI에게 얼마나 맡길 것인가, 어디서 내가 개입할 것인가. 여전히 열려 있는 질문이다. 그 질문을 탐구하는 과정 자체가, ai시대를 맞이한 지금 흥미로운 실험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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