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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바토 Apr 03. 2020

아직 2분기, 늦지 않았다.

시작은 청소부터

방콕을 좋아하고 매 계절을 겨울잠 같이 꼼짝 안 하던 집순이다. 그래도 한 번쯤 탈피해 보고자 작년 한 해 부지런히 바깥활동을 늘리고 운동도 하며 햇볕을 쬐었다. 그런 노력이 도로아미타불이 되어가는 지금이 슬프다. (특히 다이어트! 집에서 혼자 하는 운동은 안 하게 되어 헬스장에 꼬박꼬박 다니며 8kg을 뺏는데 집에 있으니 요요가 오나보다.ㅠㅠ) 자발적 집순이 생활이 아닌 이런 갇힌 생활이 낯설다. 그런 생각의 반영인지 눈에 보이지 않았던 집안일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주섬주섬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올해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로 마음도 먹었었다.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지. 오롯한 쉼의 집 생활도 더 이상 편치 않다.


처음 타깃은 신발장. 나가고 들어갈 때만 잠깐씩 스쳐 지나갈 뿐이라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다. 날이 따듯해져 겨울 신발도 빨아서 보관해야 되고 안 신는 신발도 버릴 겸 하여 닫혀있던 중문을 열었더니 할 일이 천지로 보였다. 신발을 밖깥으로 다 내놓고 현관을 쓸고 닦았다. 1년에 두세 번쯤은 청소를 했던가. 오랜만에 묵은 먼지를 쓸어내고 닦아냈다. 자주 신는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안 신는 신발 세 켤래를 버리고 겨울 신발은 화장실로 보냈다. 그 후, 벽에 보이는 묶손때들. 물티슈로 구석구석 묵은 때를 지워갔다.


묵은 때다 보니 여러 번 밖밖 문질러야 지워졌다. 그런 행동을 멍하니 반복하다 보니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세수. 집도 이렇게 세수를 해줬어야 됐구나. 어린아이처럼 손이 많이 가는구나. 그렇게 집을 씻겨 주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더러운 집에서 내가 아무리 깨끗이 씻어 봤자 지저분하지 않을까? 나를 깨끗이 하는 일은 집을 깨끗이 하는 일로 시작해야겠다. 나를 사랑하는 일은 내 주변이 깨끗한 환경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동안 나를 돌보지 않고 사랑하지 않았구나 생각되었다. 약해진 의지만 남아있던 미니멀 라이프에 다시 불이 붙었다. 구석구석 방청소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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