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읽었다. 웹서핑을 하다 발견한 페이지에 어느 브런치 작가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사람들은 설명하거나 변명하고 싶을 때 글을 쓴다'라고 이 글을 해석했다. 처음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어쭙잖은 자존심이 발동했나 보다. 그러다 자꾸 되새기게 되고 생각이 나서 다시 검색을 해서 퍼왔다. 자만심을 내려놓기 위해서.
내 의견을 말로 전달하는데 서툴고 소심했다. 아빠 앞에서 심했다. 혼날 때, 이유를 말하라고 다그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말 한마디 할 수 없었다. 혼나는 상황에 부모님께 말대답을 안 하는 게 맞는 걸 지도 모르지만, 난 하고 싶은 말이 있었고 말하지 못했다. 그때의 느낌은 내가 참 못난 느낌이다. 그 한마디가 뭐라고 못할까. 말하고 싶다.
계속 억누르다 성인이 된 후 난 편지를 써서 전했다. 내 입이 못하는 일을 손에게 시켰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답장 여부도 기억이 가물가물 하고 내게 또렷이 남은 기억이라곤 내 억울한 마음을 편지에 담아 전했던 것뿐. 그렇게 한번 저지르고 나니 입이 한결 편해졌다. 억눌러 참지 않고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그때보다 조금 더 나이를 먹고 배짱이 커진 걸 수도 있겠지만, 내 행동의 변명을 글로 전달했다.
쓸 때는 호기롭게 술술 써 내려갔던 것 같다. 쌓인 게 많았으니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그래도 막상 부모님 앞에 대면하고 전달하려니 긴장되고 두려운 마음이 앞섰지만 두 눈 감고 전달하고 도망갔다. 그 뒤의 기억이 별로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전달할 때 내 의식은 그 아찔함에 기절했나 보다. 그렇게 난 부족한 말을 글로 써 채웠다.
이제 벗어났나 싶었는데 애들이 왜 라며 날 자꾸 수렁에 넣으려 든다. 왜 이건 이렇고 저건 왜 안되고. 이번 논점은 왜 추운 날 길에서 붕어빵은 먹어도 되는데 닭꼬치는 먹으면 안 되는 이유는? "왜?" 끝도 없는 투덜거림에 지치면 만만한 애들에겐 화를 내게 된다. 엄마한테 말대답이야? 한번 안되면 안 되는 거지 뭔 말이 그렇게 많냐고, 엄마가 얘기하면 "네"라고 할 때가 있어야지 꼬박꼬박 대꾸하냐고. 적다 보니 전형적인 꼰대다.
내가 기죽었던 게 싫어서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봤는데 이건 이거대로 힘든 것 같다. 상황에 대해 조리 있게 얘기해 말싸움에 이겨야 될 텐데 아이들을 말싸움으로 이기기도 쉽지 않다. 아이들에게 편지를 적어 전달하고 싶다. 엄마는 생각을 천천히 해서 말이 천천히 나오니깐 너희들도 천천히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고. 이제 한글 공부를 하는데... 몇 년은 더 고생해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