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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바토 Dec 10. 2019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어른이라니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대하고 싶다

  짧은 강의를 들으러 갔다가 추천 도서로 나온 책을 몇 주에 거쳐 읽었다. 책이 400페이지 정도라 한참을 읽어도 그 자리였다. 너무 많은 내용이 담겨 있어 전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중 용서에 관한 내용이 눈에 띄었다. 책에서 용서는 이기적인 행동이라 했다. 


  글쓰기 강의에 갔는데 수업 시간 중 용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상대를 대할 수 있게 되는 일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책의 구절이 떠올랐다. ‘왜 이기적이라 했을까’에 대한 해답을 찾은 느낌이었다. 상대방의 감정이 아닌 내 감정만이 편안한 상태라 그럴까. 


  용서를 하고 상대방을 자연스럽게 대하면 상대방도 그에 맞춰 자연스럽게 나를 대할 테니 서로 얼마나 좋은 일인가. 상대방이 나에 대한 용서가 들 되었다면 나를 불편해하겠지만, 이기적이게 내가 편하게 대한다면 상대방은 침묵할 뿐이다. 모든 걸 내려놓았으니 내 감정은 편할 것이다. 하지만 난 아직 용서를 못했나 보다. 마음이 불편하다. 상대는 나를 자연스럽게 대한다. 가만 생각해보니 뭔가 지는 느낌이 든다. 너무 옹졸한 것일까.


  아이들과 가끔 싸우던지 화를 내던지 그럴 일이 생기면 서로 “미안해”로 마무리가 된다. 성인이 된 후로는 미안해란 말보다 침묵. 서로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서로 덮기로 암묵적 합의가 이뤄지면 그때서야 서로 대화를 나눈다. 앙금은 조금씩 남아 풀어지지 않았다. 쌓이고 쌓이면 침묵의 기간이 길어지고 더 이상 화기애애했던 과거가 떠오르지 않는다. 침묵했던 일상만 남아있다. 그렇게 현재가 되었다. 


  누군가 용서를 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말문을 열어야 하지만 내려놓지 못했다. 가끔 이기적이게 말을 걸어도 상대방의 침묵에 더 이상 건 낼 말도 없다. 어쩌면 속으로 감춰둔 이기적이지 못한 마음을 읽힌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이대로 지내면 끝은 어디일까. 계속해서 돌멩이라도 던져야 굳어진 마음에 금이라도 생기겠지. 스스로 던지는 돌에 어쩔 땐 너무 아프다. 이기적이 되고 싶다. 한참 부족한 느낌이지만. 나이를 먹고 용서가 더 어려워진 느낌이다. 나를 용서하지도 상대방을 용서하지도 못한다. 아이처럼 ‘미안해’란 말로 끝내지도 못하고 하루가 쌓여간다.

이전 13화 내 행동을 정당화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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