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바토 Jan 03. 2020

나이테가 늘어났다

동그랗거나 모나거나

  눈을 감았다 뜨니 나이테가 늘어났다. 어딘가 새겨져 날 한층 두툼하게 만들어 준다. 한 해 동안 느꼈을 감정들이 골고루 잘 섞여 녹아들었으면 동그랗게 생겼을 테고 한쪽으로 치우쳤다면 모나게 생겼겠지 싶다. 나무도 생을 다하고 면을 잘라봐야 그 모양을 알 수 있듯이 사람도 죽은 후 평판으로 그 모양을 알 수 있을까. 한해 한해 쌓여가는 나이테가 난 좋다.


  지난해 감을 아쉬워하고 나이를 먹어감을 아쉬워하는 인사도 많다. 젊음이 지고 주름이 늘어가고 활력이 줄어가는 나이가 되면 나도 나이 듦을 아쉬워하게 될까. 아직 몸이 아픈데 없이 튼튼하고 체력도 나쁘지 않아서 괜찮은 걸까. 20대 때보단 주름도 많이 늘었고 피부도 그때만큼 못하지만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이 난 좋다. 아직도 한참 부족하고 철없이 여겨질 때도 있지만 나이테가 늘어가면 더 좋아지겠지 생각하면 조바심을 내려놓게 된다.


  아이들도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갈 쯤부터 말도 잘하게 되고 자기주장도 하는 모습을 보면 어서 커서 10대 20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모습이 한없이 귀엽지만 성인이 되어 마주하게 될 모습이 너무 궁금하다. 작은 손으로 내손을 녹여 주는 모습을 간직하고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더 빨리 자랐으면 싶지만 아이들은 또 나름의 나이테를 만들어 가겠지. 그 나이테는 아직 내 손을 많이 필요로 할 테지. 어떤 빛을 쬐어 주어야 할까.


  새해가 되니 무언가 모를 기분이 온몸을 뒤덮는다.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이 계속 지속되길 바란다. 올해 나이테엔 도전과 성취에 관한 나이테가 내 몸에 쌓였으면 좋겠다. 내 노력이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가길 바라면서 사부작사부작 시작해보자.




나이를 먹는 게 좋다면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것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알게 모르게 늘어가는

통찰력 이해력 여유로움이 좋다.

이전 14화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어른이라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