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꼭 이룬다.
손잡이들이 저마다 이렇게 묻고 있다. '이게 최선입니까?' 나날이 물건이 쌓여가고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방에 발 디딜 곳이 있는 것이 다행일 정도로 어수선하다.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지만 소중한 물건을 선뜻 버릴 수 없다. 친정에 갔더니 어렸을 적 갖고 놀던 옷 입히는 스티커 놀이가 있었다. 구슬 동자 스티커판, 캐릭터 카드, 좋은 글귀 모아놓았던 거, 악보, 중고등 공부 참고자료, 10여 년 전 월급 명세서, 건강검진표 등등등. (저 많은 것 중 스티커는 애들 놀라고 갖다 주고 나머진 다시 보관...) 지금도 그렇다. 몇 년째 방치된 옷 한 벌 버리기 아까워 겨우겨우 큰 맘을 먹은 후에야 처분할 수 있다. 그렇게 처분을 기다리는 옷이 옷장 가득. 한 번에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옷은 이래서 저 옷은 저래서 수만 가지의 이유를 들며 차곡차곡 옷장에 다시 넣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던 옷이야, 몇 번 안 입어서 아까워, 이건 너무 편해서 집에서 막 입기 좋아, 어디 갈 때 입으면 딱인데... 등 옷마다 사연이 왜 이리 많은지. 술술 다 털어 버리고 싶다. 아마 미련이 가져온 수집욕인가. 앞으로 계속 입을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계속 쥐고 있게 된다. 한 해가 넘어가며 옷장에서 묵은 기간도 +1 되었는데 이제는 그만 놓아주어야 할 것 같다. 옷만 아니라 온갖 장난감, 생활 용품 기타 물건들.
장난감은 아이들 사준 건데도 내가 더 집착하는 것 같다. 이걸 왜 버려? 더 갖고 놀아! 이러니 말이다. 산지 얼마 안 된 장난감을 버린다 길래 얼마나 갖고 놀았다고 버리냐고 물건 아까운 줄 모른다고 다음엔 장난감 안 사준다고 온갖 협박을 일삼았다. 기나긴 잔소리에 버릴 마음이 사라졌나 보다. 아마 장난감 안 사준다는 말이 제일 충격이었겠지만. 이렇게 또 잔뜩 쌓여만 간다. 올해는 비우자.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