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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바토 Feb 26. 2020

밤의 시간의 두근거림

자유로운 사색의 시간

 밤에 조용히 자유로운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아이들과 같이 자다 보니 같이 잠이 들 때가 많다. 한쪽 팔에 한 명씩 토닥이다 보면 내가 제일 먼저 꿈나라로 떠나는 것 같다. 옆에 아이들도 어느덧 고른 숨을 내쉰다. 잠들기까지 순탄치만은 않다.


 밤이 되면 파티 타임이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지 온 집안이 떠나가라 신이 난 아이들의 흥분을 가라앉히느라 신경이 곤두선다. 층간 소음문제로 조심해야 되는데 얘기를 통 듣질 않는다. 더군다나 시국이 시국인지라 밖깥활동도 꺼려지는 탓에 집에만 있다 보니 갑갑하긴 하겠다. 그래도 낮보다 밤에 더 비글들이 되어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는 통에 어찌하면 좋을지 시름이 깊어진다. 자자하고 불을 다 끄고 누워서도 둘이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왼쪽 오른쪽 쉬지 않고 굴러다니고, "콧구멍 잘 자" 란 말 한마디에도 꺄르르륵. 엄마 화낸다, 아빠 화낸다 콤보를 맞고서야 겨우 눈을 감았다. 금방 잠들 것을 그리 버티느라 서로 고생이다.


 애들이 잠들고 나면 잠든 숨소리에 내 기분도 노곤노곤 해진다. 같이 잠이 들기 딱 좋다. 일어나서 책 조금 읽고 자고 싶다가도 그 포근함에 누워있다 잠들기 일쑤. 작은 몸 꼭 안고 심장소릴 느끼다 보면 일어날 생각이 달아난다. 이제 좀 컸다고 팔에 한가득 안긴다. 그렇게 내가 마음먹은 계획은 틀어지고 깊은 꿈나라로 빨려 들어간다.


 문명의 발전이 이럴 땐 참 좋다. 그렇게 몸을 못 일으켜도 난 손 안의 핸드폰으로 포근함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이렇게 조금이나마 글도 적어둘 수 있고. 그래도 나만의 공간에서 달과 별과 밤의 적막을 느끼며 사색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밤이 주는 고요함은 머릿속에 가득 찬 복잡한 생각들을 내려놓기 좋다. 오히려 더 사로잡힐 때도 있지만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개운한 마음이 든다.


 지금도 새근새근 들려오는 소리에 내 머리도 잠이 들고 있다. 오래지 않아 두 눈이 감기겠지. 낮에 온 비로 맑아진 공기와 하늘을 느끼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좋아하는 책을 읽었던 시간이 결혼 전이 끝이었다는 사실이 떠오르니 문득 씁쓸해졌지만 앞으로 기회를 만들 수 있으니 그걸로 족하다. 여태 난 어떻게 지내왔던 걸까. 오늘 밤은 몹시 마음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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