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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바토 Nov 25. 2019

아이들의 미디어 활용을 믿는다

조금은 아직도 걱정스럽다

  나는 아이들에게 미디어 사용 시간을 제한해 본 적이 없다. 자율에 맡기니 아이들이 적당히 보고 다른 것을 찾아 한다. 우리 아이들이 특이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해나갈 뿐이다. 자율에 맡겼더니 신나게 보고 신나게 돌려준다. 본 것을 보고 따라 하는 편이라 영상의 내용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밖에서 뛰어노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이겠지만 미디어가 발달된 사회인만큼 적절한 사용을 스스로 익힐 필요가 있다. 아무리 엄마가 “하지마!”라고 외친들 뒤돌아서면 숨어서라도 하게 되어있다. 어릴 때 나 역시도 말을 듣지 않았다.


  전자 매체의 과잉사용의 부작용에 대한 글이 많다. 두뇌 발달에 악영향을 끼친다. 아이들이 종일 핸드폰만 하게 된다. 집중력이 낮아진다. 다른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좋은 내용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주변을 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빠르면 0세부터 미디어를 접하게 된다. 나도 돌전부터 TV, 핸드폰, 패드 온갖 기기로 미디어를 보여줬다.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다. 집 밖에 나가는 일도 싫었고 아이들과 집에서 놀아 주기도 싫었고 가만히만 있고 싶었던 마음의 반영이었던지라 아이들에게 부작용이 생길까 염려했었는데 다행히 잘 자라 주었다.


  핸드폰을 빼앗기고 이젠 TV 채널권마저 빼앗겼다. 그래도 난 걱정은 없다. 보다 지겨우면 나에게 재미없다고 돌려준다. 그럼 나는 다른 것을 권하지만 아이들은 나를 붙잡고 보챈다. 숨바꼭질 하자고, 장난감 놀이 하자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자고. 그러다 이쁠 때는 공부하자고. 아는 동생 중,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 게임을 제한 없이 즐기며 생활했지만 지금은 몸도 좋고 머리도 좋고 누구보다 멋지게 살고 있다. 그 모습을 가끔 떠올려 보면 아이들에게 강압적인 제한보다 자유가 좋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두뇌와 집중력에 대한 걱정이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긍정적인 영향을 살핀다. 색깔 공부는 미디어로 했다. 빨강, 파랑, 초록, 노랑, 검정 등등 딱히 집에서 이렇다 저렇다 얘기해 준 적이 없는데 애들이 길을 가다 이야기한다. "파랑이다!" 혹은 "그린이다!". 유튜브에 색깔 나오는 장난감 영상을 보고 익혔다. 그래서 한참을 신기해했었다. 나중에 크면 온라인 강의도 들어야 할 테니 미리 연습하는 셈 치자며 마음을 내려놓는다. 아이들이 영상을 보고하고 싶은 것이 더 많아지고 다양한 나라의 언어도 경험하고, 넓은 생각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싸워가며 뺏지 않는다. 싸워서 감정 낭비하는 게 더 안 좋다. 집안이 시끄러워진다. 떼 피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그러다 보면 지나친 화를 내게 되고 아이를 과하게 혼내게 된다. 그래도 밥 먹을 때나 잘 때는 단호하게 "두고 와" 하는 편이다.


  오늘도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면 TV를 보고 핸드폰을 하게 될 것이다. 최고는 집에서 책을 읽는 일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아이들은 그리기도 하고 글자 쓰기도 하고 장난감으로 신나게 놀기도 한다. 오늘도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하나씩 성취해 나간다. 자라는 아이들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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