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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바토 Dec 11. 2019

분노가 자란다는 5살 문턱에서

내 분노를 잠재워 본다

뜻대로 될지 모르겠다. 가끔 분노에 휩싸일 때면 입으로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 폭발하는 순간이 오면 버럭 내지르게 된다. 침착하게 이성적이게 대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얼굴로 온 열기가 모여 자제력을 잃게 된다. 잠자리에 들 무렵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팔베개를 해달라는 걸 침묵으로 물리쳤다가 결국 팔베개를 해주었다. 버럭 직전에 이성을 찾았다. 


  어린이집 O.T가 있었다. 같은 어린이집에 3년째 보내고 있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챙겨 간다. 이번엔 귀에 박히는 이야기가 있었다. 5살은 처음으로 분노를 느끼게 되는 나이란다. 몇 달 전이었나, 작은 아이 영유아 발달 검사를 하고 받아온 안내장을 보다 큰 아이 때 받아 온 안내장도 같이 뒤적였는데 5살 사춘기라는 문구를 보았다. 그 나이도 사춘기라고 부르는구나 하고 신기해했던 일이 떠올랐다. 어린이집에서는 상세하게 분노를 알게 되는 나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 


  그전까지는 단순한 떼일 뿐이지만 4살에서 5살로 넘어가면 자의식이 자라면서 분노를 느끼고 표현한다고 한다. '내 생각은 이렇다고요!', '내 생각도 들어주세요!' 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분노를 키워간다고 한다. 작은 아이가 요즘 부쩍 화를 많이 내는데 사춘기에 들어섰나 보다. 이때 협상을 잘해야 한단다.


  큰 아이는 그래도 무사히(?) 이 시기를 넘긴 거 같은데 어떻게 넘겼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엄청 지지고 볶으며 지냈나. 장난감을 사달라고 가게 앞에서 울던 시기가 이때였나. 들쳐 매고 집으로 돌아오는 게 일상이었던 시절. 지나가던 사람들이 "엄마 말 잘 들어야지!" 하면 멀뚱멀뚱 울음을 그치곤 했었다. 그때는 상황을 겪으며 아이와 내가 같이 자랐는데, 지금은 여기저기 들리는 정보와 큰 아이와 다른 성향의 아이, 조금 더 잘 키워보고 싶은 욕심에 새로 시작하게 되는 5세의 압박감이 좀 크게 다가온다. 


  벌써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온몸으로 분노를 표현한다. 큰 아이는 무던한 편이었는데, 작은 아이는 비교적 표현이 풍부한 편이다. "으아앜!" 그럼 똑같이 "으아앜!" 소리를 질러주면 엄청 싫어한다. 때론 화가 나긴 하지만 가끔 그 모습이 귀여워 몇 번을 괴롭히게 되는지 모른다. "으아앜" 일관성 있게 훈육해야 되는데 한참 부족한 엄마이다.


  협상에 소질이 없어 "안돼!" 하고 울리기도 하고, 같이 소리 지르고, 어쩔 땐 "그랬구나, 그렇게 하고 싶었구나" 공감해주기도 하며 여러 모습을 하고 있다. 아이도 나도 조금씩 자라고 있다. 욕심을 내려놓고 편하게 대하자. 올해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 내년에 다가올 시련(?)을 상상해 본다. 잘 보낼 수 있을 거야. 스스로 위안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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