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일요일이면 질리지도 않고 알람이 온다. 어서 글을 발행하라는 독촉이다. 심지어 발행 전날, 다음날까지도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는다. 하루 밀렸단다. 물론 알람을 차단할 방법은 많지만 그러지는 않는다. 이런 압박이라도 없다면 금방 쓰기를 그만둘 것 같아서다. 이건 내가 설치해 둔 잔소리 폭탄이다. 써. 써라. 쓰라고. 하지만 잔소리 폭탄은 힘이 너무 약해서 터치 한 번에 사라져 버린다. 다시 또 돌아와서 '퐁' 하고 터져버리는 폭탄.
그 폭탄은 대부분 무의미한데, 정말 가끔은 마음속에 작은 스크래치를 낸다. 그럴 때면 머릿속에 한 문장 내지 두 문장 정도를 데굴데굴 굴리다가, 그냥 굴러가게 내버려 둔다. 쓰면 뭐 하니. 쓴다고 해서 달라질 건 또 뭐고, 글 하나 올리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니. 그동안 자기만족을 위해 썼고, 내 결핍을 못 이겨서 썼고, 미련이 남아서 썼으면 충분하지 않니. 그만. 그만해. 그만하자. 내가 나를 말린다. 작가의 길은 멀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나 가깝고 차갑다.
그런데 난 청개구리 심보가 있어서, 나를 말리는 내 손을 자꾸만 쳐내고 싶다. 언제는 뭐 잘 되고 싶어서 썼나. 어차피 이거라도 안 하면 뒹굴거릴 게 뻔하다. 내가 안 써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금방 잘 쓸 수 있다(정신 상태가 글러먹은 것 같기도). 이런 잡생각이 가득한 걸 보면 내가 설치한 폭탄이 성공적으로 폭파한 듯하다.
어쩌면 나는 글쓰기란 강적과 평생을 줄다리기할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당겨도 가까워지지 않는데, 한 번 놓으면 영영 멀어질 것만 같은 줄다리기. 그러면서도 정말 놓는 건 자존심이 상해서 자꾸만 다시 붙잡고, 열심히 당기다가 보면 손이 얼얼해서 다시 놓는다. 이 길을 한참 걷고 있는 사람들은 손에 굳은살이 얼마나 배겼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내 앞뒤에서 그 줄을 힘차게 당기고 있을 사람들이 떠오른다. 한 문장 한 문장 굳은살처럼 영혼에 깊게 새기고 있을 사람들. 쓰기에 시간을 갈아 넣고 있을 사람들. 그들의 영차, 영차 소리가 나를 잡아끌어다가 다시 의자에 앉힌다. 어서 일 인분의 분량을 채우라고.
내가 자꾸만 쓰기의 세계로 되돌아오고 마는 건, 이러한 연대 덕분은 아닐까. 글을 쓰다 보면, 가끔씩 마음속에 등불을 품은 사람이 보인다. 포기하지 않고 쓸 사람, 쓰고 있어서 더 빛나는 사람. 그 빛을 좇다 보면 눈이 너무 부셔서 감고 싶다가도, 어느새 나도 그들처럼 빛을 내고 싶어진다. 환히 빛나진 못해도 우리의 빛이 조금은 더 길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래서 나는 다시 쓴다. 쓰다가 멈춰버렸을 누군가에게 펜을 쥐어주기 위해서. 이 글을 읽는 네가 더 오래, 더 자주 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