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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을 때

by 신민철

견디기 어려운 슬픔이 찾아올 때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까운 인으로부터 부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들이 겪을 슬픔을 멀리서나마 헤아려보곤 해. 전화를 걸면 그리운 목소리로 반겨줄 것 같고, 잠깐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같아서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순간들. 그럴 때마다 여지없이 '이제는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아파할 날들. 그런 시간들을 어떻게든 살아내야 한다는 게, 그들에게는 너무도 힘든 일이 아닐까 싶었거든. 내게 먼 죽음은 금방 잊힐 수 있어도, 가까운 죽음은 평생 안고 살아가는 거잖아. 평소처럼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다가도, 어느 날은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


주변에서 그만 잊으라고 해도 그게 되겠어? 꿈에서라도 한 번 얼굴 보고 싶을 텐데. 잊고 싶다고 해서 잊을 수 있었다면 이렇게 아플 일도 없었을 거야.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거라고들 말하지만, 너무 큰 아픔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남아있는 듯해. 그저 우리가 아픔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더디게 흘러갈 뿐이지. 10, 20년이 지나도 그리움이 어떻게 다 닳아서 없어지겠어. 이제 좀 괜찮아진 것 같다가도 밀물처럼 밀고 왔다가 고운 모래처럼 수북이 쌓이는 게 슬픔이잖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제는 없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야. 생전에 못 해준 일만 생각하면서 너무 자책하지 말고, 눈물로 너무 많은 날들을 지새우지도 말고, 떠난 사람을 추모할 다른 방법을 찾자. 평소에 만들어주고 싶었던 음식을 해서 먹거나, 함께 여행하고 싶었던 곳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거야. 슬퍼해도 좋지만 멈춰있지는 않는 방법으로, 그리운 기억들 위에 행복한 장면들을 한 장씩 쌓아나가자. 나중에 그 사람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마다 너무 슬픈 일들만 떠오르지 않도록 하는 거야.


슬프면 울고, 그리우면 떠올리고, 너무 힘들면 잊으려고도 해 봐. 그러다 다시 생각나면 또 아파하다가, 행복했던 기억들을 되새기고, 떠난 사람을 위해서라도 더 잘 살아. 그 사람과 함께 한 시간들은 다 네 안에 있으니까, 조금은 덜 떠올린다고 해서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그리운 마음이 다 닳아 없어질 수는 없어도, 약간은 덜 뾰족하게 다듬을 수는 있는 거잖아. 너무 아파할수록 그 사람도 편하게 갈 수 없으니까, 네가 잘 살아갈 수 있는 방식으로 추모하는 거야. 그리고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해서 널 상처 입히지도 마. 그건 그 사람에게도, 네게도 옳은 방법이 아니야.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잘 살아야 하는 책임이 있어. 완전히 괜찮아지지 않아도 무너진 마음을 조금씩 추스르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어떻게든 잘 버텨내 보는 거야. 우리에게 주어진 날들을 충실하게 보내는 것만이 네가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떠나보낸 사람만이 아니라 지금 네게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네 삶의 중심을 잃지 말고 너답게 잘 살아내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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