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생각해 보면 별일도 아닌데 속절없이 마음이 무너지는 날이 있어. 그럴 때면 괜히 모든 게 지겹고 잘못된 거 같고, 악의 없는 말 한마디에도 상처받을 수도 있거든. '나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지?' 그 이유도 알지 못하겠는데, 기분이 잘 회복되지 않아서 하루 종일 우울할 수도 있고. 이런 날에는 충분히 휴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조금이라도 하는 게 필요해. 사소한 거라도 괜찮아. 당장 밖에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고 오거나, 카페에 가서 미뤄둔 독서를 하다 오는 것도 좋아. 밖에 나갈 마음도 들지 않는다면 영화라도 한 편 봐. 좋은 영화를 보다 보면 무언가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기도 하니까. 가타카, 소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때로는 백 마디 위로보다 영화 한 편 보는 게 더 나을 수 있거든.
아니면 평소에는 하지 않았을 만한 일을 한 번 해 봐. 퇴근 후에 회사 사람들이랑 저녁이라도 먹든지, 땀이 날 때까지 동네를 달려보든지. 그러다 보면 어느새 기분 전환이 될 수도 있거든. 집에 와서 평소처럼 씻고 눕는 게 아니라, 글이라도 써보거나 뭐라도 배워보는 게 오히려 덜 지칠 수도 있어. 시간이 남아돌지 않아야 잡념도 덜 수 있으니까. 평소에 쓰잘 데 없다고 생각했던 일이라도 괜찮아. 뭐라도 집중할 수 일이라면 좋아. 대신 오늘까지 반드시 해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하는 거야. 책장에 먼지 쌓인 책들을 정리하거나, 오래전에 했던 게임을 다시 해보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요리를 해볼 수도 있잖아. 뭐라도 네가 몰입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보는 거야.
그것도 싫다면 쇼핑이라도 해보는 건 어떨까. 난 어릴 때는 갖고 싶던 게 참 많았던 거 같은데, 이제는 내가 뭘 갖고 싶은지 잘 모르겠더라고. 얼마 되지도 않는데 괜히 사려면 돈 아깝고, 꼭 필요한 물건인데도 조금 더 기다렸다가 사야겠다는 생각만 드는 거야. 남들 선물 살 때는 선뜻 돈을 쓰면서, 내게는 왜 이렇게 구두쇠가 되는지 모르겠어. 혹시 너도 그래? 평소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오늘은 널 위해서 작은 선물이라도 해보는 게 어떨까. 너 충분히 귀한 사람이잖아. 나부터 날 잘 챙겨줘야지. 친한 친구 생일이라고 생각하고 네 선물 잘 골라봐. 그러다 보면 시간 금방 지나있다? 기분도 좀 좋아질지 몰라.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네게 부정적인 것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거야. 시간을 헛되이 쓰게 하거나 마음을 지치게 하는 거. 그런 것들을 하나씩 비워내고 좀 더 건강한 것들을 채워 넣으면 돼. 너무 늦게 잠들지 않게 정해진 시간에는 눈을 감고, 휴대폰은 잠시 좀 멀리 둘 때도 있어야 해. 급하게 연락 올 곳이 없다면 말이야.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과는 잠시 거리를 두고, 내 모습이 싫다면 조금씩 바꿔나가면 돼. 너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잖아. 지금은 마음에 빈 공간이 별로 없어서 쫓기는 기분일 뿐이지, 금방 회복하면 다시 좋아질 수 있어. 다들 조금씩은 흔들리는 날이 있는 거잖아. 그건 그냥 사람이라서 그래. 어쩔 땐 세상 혼자 살아가는 듯이 외롭다가도, 어쩔 땐 별거 아닌 일에도 기분 좋아지곤 하니까.
실은 이런 수다가 네게 얼마나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싶긴 해. 네 마음도 잘 모르면서, 고작 이런 글 몇 글자로 다 안다는 듯이 말하는 것도 웃기잖아. 이런 말들이 너무 가볍게 들릴지도 모르고, 다 아는 얘기를 굳이 글로 쓴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는 걸 알아. 그래도 그냥 이렇게 조곤조곤 말을 걸어주고 싶었어. 네 문제를 꼭 해결해주진 못하더라도, 오늘 하루 조금이라도 기운 냈으면 했거든. 그러니까 이 글을 읽는 동안에는, 내가 짧은 시간 너와 함께 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