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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가는대로 Apr 26. 2024

부활 제5주일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비슷한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이 있습니다. 동물들이 가지는 모성애가 인간들과 다르지 않거나 심지어 더 애틋함에 놀라기도 합니다. 우리가 알아들 수는 없지만, 그들만의 소통 수단으로 사회를 이루고, 각자의 역할에 따라 살아가기도 합니다. 동물들도 집을 짓기도 하고, 도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인간만이 언어를 통해 기록을 남기고, 먹고사는 것을 넘어서 예술을 즐기며, 내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이 세상에서 지금 사는 것보다 미래를 더 고민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식량을 저장하고,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보금자리를 안전하게 만드는 동물들도 많지만, 인간만큼 현재보다 미래를 더 고민하고 과거에 매여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인간만 가지는 특성은 갓난아이는 누군가의 돌봄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이 있습니다. 태어나서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인간은 걷기는커녕 기지도 못하고 그저 목청껏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습니다. 고귀한 존재라고 하지만, 태어나는 순간은 아무것도 혼자서 할 수 없는 정말 미약한 존재인 것입니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요한 15,5


오늘 복음을 읽으며, 처음 만난 구절이었습니다. 그래도 한두 번은 성경을 읽고, 주일 미사에서 복음을 계속 접했지만, 포도나무 비유를 하시면서 당신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하셨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는 갓난아이로 하느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어떤 사람은 성인이 되어 이미 자유로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 때 하느님을 만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하느님 안에서 사는 법은 하느님을 만난 다음부터 하나씩 배워야만 하기에 갓난아이의 모습으로 하느님을 만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 믿는다는 것을 새로 태어난다고 하는 것이 그런 까닭인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모든 일에 도움을 받고, 새로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사도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과 후는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신자들을 박해하던 사울이 바오로로 다시 태어나면서 신자들의 길잡이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심지어 목숨까지 내어 놓았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살기 위해서는 하느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하느님 안에서는 너무나 많은 것이 세상의 것과 다릅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도 달라지고, 내 것과 남의 것의 경계도 달라집니다. 책임이 때로는 선물이나 은총이 되기도 하고, 권한이 더 겸손하게 만듭니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 나라 백성들에게 주어진 규칙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요. 사회적 동물이라는 표현은 살아가려면 사회에 속해야 하고, 그 사회가 요구하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겠지만, 다르게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인간답게 살 수 없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이가 부모의 양육 방식에 따라 다르게 성장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맹자의 어머니가 서당 옆으로 이사를 가고, 부모님들이 좋은 성장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어떻게 태어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자라났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느 사회에 속했느냐가 생각과 행동을 다르게 만듭니다.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말을 다르게 이야기하면 내가 있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하느님을 알고 새로 태어나서, 하느님의 규칙을 배우고 따라 살아가며, 하느님의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하느님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속하고 싶은 곳,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나를 만들어갑니다. 오늘 복음을 읽으며, 하느님과 함께, 하느님 안에서 가능한 모든 일들이 내일의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느님 안에서라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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