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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가는대로 Apr 12. 2024

부활 제3주일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증인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많은 사람들은 재판이 진행되는 법정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저도 검사나 변호사의 심문을 받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증인은 사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중에서도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증인입니다. 우리는 혼인성사를 할 때에도 증인을 세웁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어느 누구의 강압 없이 자유의사로 하느님 앞에서 부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증명해 줄 사람을 세우는 것입니다. 지금은 다양한 기록이 기억을 대신하기에 증인이 없어도 혼인 사실을 증명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증인이 가지는 의미가 있기에 지금도 이어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증인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신랑 신부의 혼인은 두 사람만의 약속이 아니라, 증인들과 함께 앞으로 하느님 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살 것을 다짐하게 됩니다. 증인이 약속을 더 강하게 만든 것입니다.


기록이나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증인의 말 한마디가 더 중요합니다. 오직 증인의 말만이 사실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 증인의 역할이자 의무가 됩니다. 증인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거짓 증언으로 인해 사실이 거짓이 되기도 하고, 거짓을 참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증인을 세운다면 가장 믿을 수 있고, 거짓이 없는 사람을 세우게 됩니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 루카 24,48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사흘 만에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 사실을 땅끝까지 선포하는 증인이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죽는 순간까지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증인이 됩니다. 기록이나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증인의 말 한마디가 더 중요해집니다. 예수님 시대의 제자들의 증언이 바로 그랬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직접 목격한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스로 보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부활의 증인이 되어 복음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너무나 소중한 진실을 가슴속에만 묻어둘 수 없었을 것입니다. 벅차오르는 기쁨을 감춰둘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부활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복음 선포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하신 그 말씀을 지금 우리에게도 이야기하십니다. 하느님의 증인이 되라고 말입니다. 증인이 되겠냐고 물어보시는 것이 아니라, 증인이라고 선언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도 하느님이 우리를 위해 계획하시고, 실천하신 구원 역사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복음 선포의 의무와 함께 증인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하는 책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하느님을 몰라서, 복음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직간접적으로 들어서 알고 있음에도 하느님을 믿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하느님의 증인들이 삶 안에서 하느님을 증언하고 있지 않는 것도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법정에 선 증인이 아무리 사실만을 이야기하겠다고 선서를 하여도 그의 말과 행동이 어긋나 있다면 그 증인의 말은 힘을 잃게 되는 것처럼, 하느님의 말을 전하는 사람들이 말과 행동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이 함께 계시지 않다면 사람들은 하느님을 믿지 않게 됩니다. 우리의 행실이 증언의 무게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 부활의 증인입니다. 입으로 전하는 증인이 아니라, 몸으로 전하는 증인입니다. 과학이 발달한 지금도 신앙이 존재하는 것은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많은 신비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부활을 증언하는 신자들의 삶이 과학을 넘어 하느님 나라를 보여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들이 삶에서 느껴지는 평화와 여유, 사랑이 그들이 입으로 전하는 하느님 나라를 믿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제2 독서에서 요한이 전하는 말씀처럼 말입니다. 우리 안에 하느님의 사랑을 완성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증인이 되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 사랑이 완성됩니다.” 요한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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